얼개미 조계수 장날이면 신작로에서 들리는 핑갱 소리에 마동 아짐 얼굴에 꽃빛이 돌았다왕대에서 한실까지 이십 리달구지 끌고 오는 마동 아재가 두 집 살림 하는 것은 어그찬 모친이 순한 며느리 내 보낸 탓이다눈이 펄펄 내리는 날 쫓겨난 아내 데려와 한실에 앉힌 것은 다섯 해 지난 봄날이었다장날 하루를 살아도 사 남매를 둔 아짐은 늘 웃었다어느날 배앓이를 한 아재가 일찍 나서지 못하자 해질녘 들이닥친 소실댁 기세 하늘을 찔렀다마당가에 들깨를 털던 아짐은 어래미질을 했다 눈길 한번 주지않고마른잎 깍지를 골라냈다핑갱 소리 흔들며 돌아가는 달
언니 조계수 처음으로친구와 싸워울고 오던 날 둑방 외진 길로 데려가더니손가락 힘주어머리 끄댕이 잡는 법가르쳐 주었다 한번만 맞으면가만 두지 않겠다고소리 소리 질렀다 이제풀기 없는 목소리둑방 갈 일 없겠다
조락 조계수 깊어지는 가을을 견디지 못하는성급한 벚나무 잎들은떠나는 날을 기다리는게 두려워서둘러 내려 앉는다젊을 때 떠난 사람들이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알기에
해바라기 조계수 뜨겁게 달아오른햇빛은왜 많은 꽃들 중나에게 와서작은 해를 달아 주었는지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왜 많은 꽃들이 사랑하는너만을바라보아야 하는지 서로가 서로일 수 밖에 없는얼굴이 묻는다
언젠가 석양을 바라보며 명상요가를 하던 중 등쪽의 어떤 부위가 ”이제야 저를 만지시나요“라고 아주 나지막하고 은밀하게 원망담긴 속삭임을 듣고 소스라치게 깜짝 놀랐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렀던 기억이 있다.물질에 있어서의 '단순화' 훈련은 하고 있지만 시간의 ”느림“과 ”천천히“는 아직도 미숙하다.주어진 24시간을 촘촘하게 채우려는 욕심은 영혼담긴 육체를 함부로 다루고 있음에서 나타난다.나의 아킬레스건은 허리, 얼마 전 행사가 있던 날 무너져 내려앉은 허리는 이제 서서히 다리와 양팔의 저림으로 독기운이 퍼져나가듯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쉼표 조계수 빈 빨랫줄이 헐거운바지랑대가지나가는 잠자리를 불러 앉힌다가야 할 길이저 높은 하늘만이 아니라고산들바람이자울자울 꿈길로 데려간다
허수어미 조계수 이제는새벽 버스에끌어 올리던채소 보퉁이 버겁다 부추 한 단 삼천 원상추 이천 원오가는 발길 붙잡던목소리 가라 앉았다 덤으로 주고 받던아침 난전신바람은꿈으로 남았다 자식들 떠나 보낸밭두렁에서해종일 우두커니목이 탄다
가을 들다 조계수 시인 바람이 출석을 부른다하늘 들판 벼이삭 코스모스풀무치 귀뚜라미 고추잠자리호명 당한 이름들이 일어선다나는 왜 부르지 않느냐고 했더니부르기도 전에 너는 이미 먼저 와 있었다고,나는 네 서늘한 가슴에서 부터불기 시작했다고
필자소개필자는 7년째 남경전복을 운영해온 유기농 전문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을 맞아 면역력을 높여주고 조미료 없는 음식 만들기 레시피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코로나를 이기는 기본은 면역력이 답이다. 을 통해 음식 전문가로서 건강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함께 건강한 음식만들기 연재로 다양한 음식 레시피를 공유코자 한다.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말이 살찌고 사람이 살찌는 계절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천고인비’의 계절이라 부른다.무더운 여름을 견디고 먹거리가 풍성해 입맛이 도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
코스모스 길 조계수 가을 들목잊었던 이름꽃이 된다 지워진 날이색색의 빛깔로젖는 발길 코스모스,너를 만나는 잠시꽃잎으로 흔들리면 어떠랴바람으로 일렁이면 어떠랴 무수한 꽃들이하나의 꽃으로 오는들길에서
구월 조계수 가던 여름이발길 돌려비워준 자리돌아보는 한낮 배웅 하던고추잠자리 눈에얼비치는 이별이 붉다 가을이 어디쯤 오느냐고실눈을 뜨고 보는밤송이들 구구새가구우 구우이미 와 있는구월이라 한다
편집자 소개글문화예술기획자 이혜란 피아니스트가 준비한 '섬, 바다, 달빛소나타'가 이달 14일부터 11월까지 장도아트카페와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펼쳐진다.코로나로 인해 야외공연으로 기획한 공연이 실내공연으로 바뀌었지만 베토벤의 명곡이 가져다주는 감동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명절휴가는 둘째딸과 함께 친정엄마가 계시는 깊은 산속에서 지냈다.휴식을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때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것이다. 이번에는 슈만((R.Schumann,1810-1856)의 음악이었다.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를 듣고 난
성묘 조계수 그 사람 누구냐해마다 웃자란풀더미 걷어 주고시린 가슴 쓸어 준 사람정들었어야니는 누구냐엄마 목소리
고향 조계수 나에게로 간다한 뙈기 잡초밭으로 남은옛 집 빈터에 돌아와무거운 신발을 벗는다 잃어버린꽃신을 신고어린 날로 가는 길허물어진 돌담에 기대어푸른 하늘을 쫓던나를 찾아서 간다
물속의 고향 조계수 해바라기 샤워기에 흐르는보성강 물줄기그리워 하도 그리워물발이 세어진다 송광사 범종은은히 울리던 산골외줄 신작로달구지 워낭 소리에무논의 뜸부기 운다 이제는갈 수 없는물 밑 마을수도관 타고 오는고향 소식 듣는다
'닭의 장풀' 안내 바로가기
별울음 조계수 한 영혼이 별이 되는 것은망각이 슬퍼서이다 밤하늘 수천수만의 별이빛나는 것은네 가슴에 그리움이라는별 하나로 남기 위해서다 별도 말하고 싶다찬연한 눈빛 언어로도전하지 못한 말 한밤중 귀뚜라미로잠을 깨운다
고향 저편 조계수 죽도봉 환선정으로 가는 길은붉은 황톳길 이었다비가 오면자꾸만 벗겨지던 꽃고무신 가파른 오르막에 들면우렁우렁 골을 울리는할아버지 음성이 들렸다태사니이ㅡ높다아ㅡ느린 시조 가락에 걸린 산은물 머금은 구름을 지나고 있었다 활터를 지키던 할아버지는명궁 이었다과녁을 향해포물선을 그리는 화살이명중 하면시동은 빨간 기를 들어 올려원을 그렸다나는 살이 되어 날았다 귀에 익은 시조 가락도날아가는 화살도오래 붙들지 못할 때청마루에 앉아외줄기 강을 내려다 보았다목포행 기차가 철교를 지나면물은 잠시 가던 길을 멈추었다 큰 들에서 서성이는
실바람의 전언 조계수 시인 아이가 비누방울을 분다바람이 다가온다너무 크게 불지마해님이 그리는 무지개를떠올릴 수 있게맑은 세상 가볍게담을 수 있게
편집자 소개글문화예술기획자 이혜란 피아니스트가 준비한 '섬, 바다, 달빛소나타'가 이달 14일부터 11월까지 장도아트카페와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펼쳐진다.코로나로 인해 야외공연으로 기획한 공연이 실내공연으로 바뀌었지만 베토벤의 명곡이 가져다주는 감동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길은, 언제나 가면서 만들어진다.치밀한 계획으로 세웠던 길이 무산되었을 때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그럼에도 가던 길을 멈추지 않고 가다보면 늘 있기 마련인 새로운 길을 찾게 되며 그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만나는 행운이 있게 마련이다.이번의 경우에도 그렇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