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이 차강노르를 거쳐 차탕족이 산다는 마을까지 가는 도중에는 설원에 말도 보이지 않았다. 말은 영하 30도 추위에도 눈쌓인 초원에 서서 잠을 잔다고 들었는데 말이 보이지 않은 걸 보니 차탕족이 사는 곳이 춥긴 추운가 보다.관광객을 싣고 몽골 전국을 돌아다니는 푸르공 운전사 바인졸도 이곳에 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저 GPS를 따라 러시아 국경이 가까운 북쪽으로 나아가며 타이가 숲속을 살필 뿐이다.그때였다. 차량 바퀴 자국을 따라 천천히 푸르공을 운전하던 바인졸이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인졸이 방향을 튼 곳을 바라보니
죽기 전에 사방이 눈에 둘러싸인 설국을 방문해 보고 싶었다. 그것도 원주민들이 하얀 순록을 키우고 있는 마을을 방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북극이 가까운 알래스카나 시베리아까지 도전하기에는 쉽게 엄두가 나질 않는다.해결책이 있다. 한국에서 가깝고 쉽게 갈 수 있는 몽골 최북단 다르하드 지역에서 순록을 기르며 사는 차탕족 마을을 찾아가면 된다.교통편이 열악한 다르하드 저지대몽골 북부지역은 수천년 동안 튀르크어를 쓰는 시베리아 부족들과 훈족, 위구르족, 몽골족으로 이루어진 스텝 부족 대연맹 사이에 위치한 국경지대였다. 시베리아 부족 중 일
므릉(Mörön)은 몽골 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홉스글 주의 주도이며 몽골어로 "강"을 뜻한다. 몽골 북부의 교통 허브이자 문명의 중심지 므릉에는 공항과 레슬링 경기장이 있다.조그마한 도시지만 공항이 있는 이유가 있다. 몽골의 도로 사정이 열악하고 울란바타르에서 홉스골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아 여행자들이 항공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비록 발달이 덜 된 도시지만 병원, 박물관, 극장, 우체국뿐만 아니라 여러 학교와 유치원도 있다. 므릉은 2014년이래 울란바타르까지 연결된 포장도로가 있다.청동기시대로 시간을 되돌리는 시간여행자 사슴돌몽
몽골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뿐만 아니라 몽골인들도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바로 '홉스골 호수'다. 이곳에 가려면 볼강(Bulgan)시에서 1박을 해야 한다. 볼강은 울란바타르 북서쪽 약 520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오전 10시 몽골수도 울란바토르를 떠난 우리 일행의 첫 숙박예정지는 볼강이다. 몽골가이드 저리거씨의 4륜구동 차량과 러시아군인들이 2차 대전 당시 사용했던 푸르공은 도로를 제외한 모든 초원이 햐얀 눈에 덮힌 겨울왕국을 달렸다.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울란바토르 시내를 벗어나자 여름날 푸른 초원에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의 대기오염은 중국 북경 다음으로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력발전소와 게르촌에서 발생하는 석탄 난로 때문에 온 시가지가 스모그로 둘러싸일 때가 있다. 코이카의 지원으로 몽골에서 녹화사업을 하는 신기호 신부(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의 얘기다. 신기호 신부는 2019년 6월 몽골을 방문했을 때 울란바타르에서 만났다."몽골 350만 인구 중 150만명이 울란바토르에 살아요. 스모그가 심할 때는 길 건너편 사람이 안 보일 정도로 환경오염이 심각했습니다. 겨울에 빨래를 걷어 냄새를 맡아보면 탄 냄새가 날 정도였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몽골 사막을 여행하며 신기루를 네 번 보았다. 아른거리는 빛 저 너머로 호수와 산자락까지 보였다. 일행은 사륜구동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마실 물을 준비했으니 물 걱정은 없었다.신기루란 밀도가 서로 다른 공기층에서 빛이 굴절함으로써 멀리 있는 물체가 거짓으로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지평선 너머에 있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호수나 산이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기루를 공중누각(空中樓閣)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기루는 허상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진실이 보인다.사막에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홍수를 만나 탈출구를
몽골 관련 책을 읽으면서 몽골어와 몽골 풍습이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는 걸 알았다. 결혼할 때 여인들 볼에 발랐던 연지 곤지며 족두리도 몽골 풍습이다. 고갯마루를 넘어갈 때 보았던 서낭당 옆 돌무더기는 몽골의 '오보'에서 기인했다.몽골 유목민 주거지 게르는 대부분 초원에 세운다. 몽골초원이 한국의 들판과 비슷할 것이라고 상상해서는 안 된다. 때론 자동차를 타고 2~3시간을 달려야 끝이 나온다.관광객을 상대하는 유목민 주거지에는 게르 인근에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목초지를 따라 계절마다 주거지를 이동해야 하는 유목민
구석기시대 동물 생활상이 생생하게 그려졌다는 '호이트 쳉헤르 동굴(Khoit Tsenher cave) 벽화'를 찾아 나섰다. 이 벽화는 몽골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서 아주 희귀한 세계적인 작품으로 소문이나 꼭 찾아보고 싶었다.몽골 운전수 저리거 친구로부터 동굴벽화가 있는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도통 찾을 수가 없다. GPS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차를 운전했지만 동굴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피곤해진 저리거씨를 대신해 신익재씨가 운전하다 300Km를 헤맸다. 같은 길을 세 번이나 빙빙 돌다가 우연히 차바퀴 자국을
세기적 인물 칭기스칸의 무덤이 있을까? 없다. 없는 게 아니라 발견되지 않았다. 몽골인과 수많은 학자들이 칭기스칸이 묻힌 곳을 찾아 나섰지만 찾지 못하고 묻힌 지역을 추정만하고 있을 뿐이다.중국 고고학자 '이아킨프'에 따르면 칭기스칸과 그의 후손들은 샤먼교의 의식에 따라 고향에 묻혔다고 한다. 오르도스의 다르하드족은 칭기스칸이 우라뜨호슌에 있는 문산 근처 '후안-허' 북쪽에 매장되었다고 확신한다.현재 칭기스칸의 추도식은 오르도스 바잉-촌훅 지방인 에젠-호로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르도스 지방의 몽골인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위키백과에 서술된 정의에 의하면 '문화'란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체계"를 말한다. 인간이 주어진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고 본능을 적절히 조절하여 만들어낸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을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어렸을 적부터 궁금했었다. 한복 치마에 곱게 그려진 금박단 그림은 어디서 왔을까? 잠자리에 들기 전에 보았던 천정 벽지에 그려진 연속무늬는 어디서 왔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궁중의상이나 노리개 등에 달린 고운 매듭은 어디서 왔을까? 아마 학창시절 미술 시간에 배웠을 것 같은데 기억이 없다. 그러나 해답은
몽골의 매력은 무엇일까? 광활한 초원? 독특한 거주형태 게르? 초원 위에서 평화롭게 풀뜯는 동물들? 아니면 세찬 바람이 불 때마다 새로운 언덕이 생기는 고비사막?글을 쓰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위에 든 예 말고 나도 모르게 몽골에 빠진 이유가 몇 개 있었다. 한없이 푸른 하늘, 금방이라도 머리에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들, 나담축제 기간에 뿌연 먼지를 내며 초원을 달리는 승마경주, 독특한 모자를 쓰고 힘자랑하는 씨름경기 등등.하지만 필자가 몽골에 사로잡힌 특별한 것이 있었다. 이른바 사슴돌과 암각화다. 사슴돌은 돌 표면에 주로 사슴을
"아웃도어 애호가라면 몽골에 푹 빠져들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광활하고 머나먼 그리고 이토록 아름다운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욱이 하이킹, 마상 트레킹, 캠핑에는 반하지 않을 수 없다."세계적인 여행서 저자 대니얼 매크로헌(Daniel McCrohan)이 몽골을 여행한 후 한 말이다. 그는 몽골 대부분을 자전거, 도보, 지프로 횡단한 후 론리플래닛 편을 펴냈다.필자가 몽골의 매력에 빠져 일행과 함께 사륜구동차량에 캠핑 장비를 싣고 한 달간 몽골 동서 횡단을 한 이유도 그랬다. 몽골의 매력은 거칠
몽골 동북부지방을 돌아본 일행의 다음 일정은 인간에게 결코 길들여지거나 교배가 불가능한 말이 살고 있다는 호스타이국립공원((Khustain National Park)이다.1993년 설립된 호스타이국립공원은 울란바토르 남서쪽 약 100㎞ 떨어진 곳에 있다. 50,620헥타르의 보호구역에는 스텝지대와 삼림스텝환경이 보호되고 있다. 공원에는 야생마 '타히'(Takhi) 뿐만 아니라 '마랄'(아시아 붉은 사슴), 스텝 가젤, 사슴, 야생돼지, '마눌'(작은 야생 고양이), 늑대, 스라소니가 서식하고 있다.사육마와 교배가 불가능하고 인간에게
울산 반구대 암각화,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 경주 천마총 천마도 등은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즉, 우리 선조들은 수렵생활을 하며 살았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이러한 증거를 뒷받침해줄 역사적 근거는 있기나 하나?안타깝게도 우리는 우리 문화상을 공간적으로는 한반도와 그 북부 지역으로 한정하고 살았다. 뿐만 아니다. 역사적 관점을 중국측의 화이관(華夷觀)에 맞춰 중국 사서와 연구성과들을 주로 차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고대사 및 문화가 중국의 아류에 불과했다. '화이관(華夷觀)'은 중국이 세계
몽골은 평균 고도 1,580m에 달하는 높은 지대다. 따라서 추운 날씨가 오래 지속되고 강수량이 적어 농사짓기가 힘든 지형이다. 하지만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가축을 기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몽골인들이 유목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최선의 방안일지도 모른다.사진으로만 보신 분들은 몽골 초원에 펼쳐진 풀밭이 한국 풀밭처럼 풀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을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코이카의 지원으로 몽골 초원에 나무심기 활동을 하는 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 신기호 신부가 전한 말이다."1960~1970대 유목민들을 만나 말을 들어보면 옛날에는 풀이 말
몽골에서 가장 높은 산은 타왕복드(Tavan Bogd)이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1,820㎞ 떨어진 산으로 높이가 4,374m에 달해 만년설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이다.명칭이 타왕복드인 것은 몽골어 타왕이 '5'를 의미하고 '복드'가 산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왕복드에는 한여름에도 만년설에 둘러싸인 5개의 봉우리가 있다.북위 49° 08.38', 동위 87° 49.31'에 위치한 '후이텐'(Khuiten 4374m)산 아래로 '버게드'(Burged 4068m), '말친'(Malchin 4037m), '울기'(Ul
한 언론사 뉴스에 "몽골서 5천만원에 사온 쇠똥구리 2백마리… 말똥 구해 먹이며 애지중지"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몽골에서 들여온 200마리의 쇠똥구리가 겨울잠을 자러 동면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곁들여 있었다.어릴적 시골 농촌에서 소를 몰고 다니며 풀 베던 필자는 쇠똥구리가 거꾸로 서서 소똥을 굴리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 그런데 옛날 한국농촌에 흔했던 쇠똥구리가 사라져 이제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 양평곤충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이유가 있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사료에 항생제를 먹여 소를 키우기 시작했고 이를 먹은
몽골에 가보지 않은 분들은 대부분 SNS로 보았던 몽골 풍경을 상상한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에서 유목민들이 기르는 동물들. 특히나 유목민들이 5축(畜)이라 부르는 가축인 소, 말, 양, 염소, 낙타들이 한가로이 풀뜯는 모습에 환상을 갖는다. 뿐만 아니다. 예쁘게 생긴 유목민 주거지 게르 주변에서 말을 타고 동물들을 몰고가는 모습이 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원시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놀랄 만큼 아름다운 몽골의 자연 비경1,564,517㎢의 광대한 땅. 한반도의 7배 넓이에 황량하게만 보이는 몽골에 볼 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