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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닭도 부담 없는 동네 통닭집

노란 봉투에 담긴 촌스런 옛날통닭 맛보세요

  • 입력 2016.05.27 12:35
  • 수정 2016.05.27 16:35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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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기름에 두 번 튀겨내 바삭하고 맛있다.
ⓒ 조찬현

 

집으로 가는 길목 왼편에는 통닭집이 하나 있다. 재래시장 닭집처럼 착한 가격의 가게다.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면 그냥 무심하게 눈길이 가곤 한다. 어쩌면 닭요리를 좋아하는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이 집이 아로새겨져 있나 보다. 늘 생각과 달리 눈여겨 살펴보는 걸 보면. 난 지금도 닭요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을 정도로 무척 좋아한다.

내가 이 집의 통닭을 먹기 시작한건 처음 이곳에 통닭 가게가 생길 때부터다. 그냥 치맥이 그립거나 야식이 먹고플 때면 종종 찾곤 했다. 실은 부담 없는 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기름에 튀겨낸 통닭 한 마리에 6천 원, 두 마리에 1만1000원이니. 치킨 한 마리 2만 원에 육박하는 유명 프랜차이즈에 비하면 정말 착한 가격이다.

두 번 튀겨낸 통닭에 홀려... 참새방앗간 드나들 듯 찾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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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질된 닭고기에 칼집을 넣어 튀김옷을 입혀 튀겨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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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닭고기 특유의 식감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다.
ⓒ 조찬현

 


이 집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선입견을 깼다. 좋은 기름에 두 번 튀겨내 맛과 품질이 그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타이머를 활용, 시간을 잘 지킨 데다 고온에서 한 번 더 바삭하게 튀겨내 닭고기 본연의 맛도 풍부하게 잘 살렸다. 이러다보니 그 맛을 한번 경험한 이들은 참새방앗간 드나들듯 이곳 통닭 가게를 뻔질나게 드나들 수밖에.

통닭 마니아들이 늘 추구하는 1인 1닭도 이곳에선 부담 없다. 1만 원 짜리 지폐 한 장이면 치맥도 만사 오케이. 단돈 1만 원으로 통닭 한 마리를 샀는데 4000원의 거스름돈이 손에 쥐어졌다. 참 오지다. 그 거스름돈을 들고 골목길의 구멍가게를 찾았다. 그곳에서 맥주 한 캔을 샀다. 셈을 하고 잔돈이 조금 남았다. 행복한 순간이다. 오늘은 치맥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치맥의 짜릿함이란 이루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맛있는 옛날통닭을 뜯으며 시원한 맥주 한 캔 따서 들이키는 그 시원한 순간을 상상해 보라. 세상 이보다 더 기쁜 순간이 어디 있으랴. 이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니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새까맣게 타버리더군요, 30마리를 한꺼번에 다 태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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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통닭집 주인장이 생닭을 손질하고 있다.
ⓒ 조찬현

 

우리 동네 옛날통닭집이다. 주인장(41. 김명화)이 생닭을 손질하고 있다. 그는 이미 손질이 되어 있는 생닭을 본사에서 받지만 다시 한 번 손질해 고온에서 두 번 튀겨낸다고 했다. 손질된 닭고기에 칼집을 넣어 튀김옷을 입혀서 한번, 손님이 찾아와 주문과 동시에 다시 한 번 튀긴다.

"매일 싱싱한 생닭을 손질해 172도의 고온에서 두 번 튀겨냅니다."

닭 한 마리의 무게는 700~800그램이다. 약용작물인 황금초 분말을 튀김옷에 사용해 닭 색깔이 유난히 노랗고 곱다. 튀김옷도 두껍지 않아 닭고기 특유의 식감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다.

"잡내 잡으려고 땅콩가루도 갈아 넣고 후추도 사용해봤어요. 한번은 매실액을 사용했는데 초벌 때는 괜찮았는데 두 번 튀길 때 새까맣게 타버리더군요. 30마리를 한꺼번에 다 태워먹었어요."

안주인(이영미)의 말이다. 이름난 프랜차이즈 치킨집 틈바구니에서 동네 통닭집으로 살아남기 위해 이들 부부는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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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을 다해 두 번 튀겨낸 옛날통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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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통닭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마늘을 찧어 사용도 해봤다. 이렇듯 통닭 맛을 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유는 이렇다. 가게를 인수한 지 채 한 달도 안 되었는데 길을 지나가던 어떤 여자 분이 "이 집 닭 맛없어 먹지 마"라는 말 때문이었다고.

"너무 맛있어서 다시 찾아 왔어요."
"옛날보다 맛이 좋아졌어요."

남다른 노력의 결실일까. 지금은 단골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너무 맛있어서 다시 찾아 왔어요", "옛날보다 맛이 좋아졌어요"라는 단골손님 때문에 부부는 이제 이 일이 보람되다고 했다. 손님들한테 이런 칭찬을 들을 때가 가장 좋다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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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맥이 답이다. 옛날통닭과 맥주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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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가는 길목 왼편에는 통닭집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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