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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이 저리는 다리, 건너면 결혼에 골인?

아름다운 금오도 비렁길 3코스는 환상적

  • 입력 2016.05.30 15:24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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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봉 전망대에 선 한 아주머니는 매일 가게만 운영하다 확트인 전망대에 서니 가슴이 후련하다고 한다
ⓒ 오문수

 

여수 남쪽 20㎞쯤 떨어진 해상에는 비렁길로 유명한 아름다운 섬 금오도가 있다. 면적 26.999㎢, 64.5km의 해안선을 지녀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인 금오도는 최고봉인 대부산(382m)과 망산(343m) 옥녀봉(261m)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산들에 둘러쌓여 있다.

파도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에 의해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가 잘 발달한 금오도에는 절벽길이 많다. 섬 주민들은 절벽 위 좁은 길을 따라 해산물을 나르고 절벽 위에 미역을 널어 말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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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코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흔히 볼 수있는 모습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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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렁길 3코스에는 커다란 바위 밑을 지나며 바위 생김새에 감탄하는 곳도 있다
ⓒ 오문수

 

'비렁'은 순 우리말인 '벼랑'의 여수 사투리다. 비렁길은 해안선과 해안단구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다.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고 낚시하러 다니던 생활터전인 비렁길. 2010년부터 열린 비렁길이 요즘 각광받고 있다.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비렁길에는 옛 섬사람들이 살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아 영화의 배경으로 곧잘 나온다. 굴등마을의 <혈의 누>, 송광사 절터의 <하늘과 바다>, 함구미의 <인어공주>, 두포의 <도희야>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도 금오도가 배경이다. 여행을 좋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는 아주머니가 1코스 '미역널바위'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감탄하며 한 말이다.

"아! 이 곳에 서서 푸른 바다를 보니 지중해 카프리 섬만큼 아름답네!"

지중해의 푸른 보석이라 불린  카프리 섬은 로마시대부터 황제와 귀족들의 휴양지였다. 금오도에는 함구미에서 출발하는 1코스부터 장지에서 끝나는 5코스까지의 비렁길이 있다. 금오도 5코스를 하루에 돌기는 힘들다. 그냥 땅만 보고 걷거나 바닷가 벼랑만 쳐다보고 걸으면 가능하겠지만 쉽지가 않다. 통털어 15.5㎞ 밖에 안 되지만 오르막과 내리막, 툭터진 바다를 보고 즐길 전망대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울창하게 우거져 앞이 안 보이는 동백나무 숲 터널 속에서 잠시 쉬어 이마에 흐르는 땀도 닦아야 한다. 궁궐과 판옥선, 조운선을 만들기 위해 출입을 금지한 황장봉산의 흔적. 아직도 옛모습을 볼 수 있는 초분. 보조국사 지눌 스님 전설이 살아있는 송광사 절터 등의 역사와 문화를 즐기면서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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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원경을 이용해 멀리 고흥 나로도의 우주선발사대를 바라보는 아주머니
ⓒ 오문수

 

금오도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육지와 다른 식생 생태계를 보여 숲속에는 고란초, 취나물, 고사리, 참가시나무, 생강나무, 비자나무, 목이버섯 등이 자라고 있다.  특히 비렁길 3코스에서는 온대와 난대의 식생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을날 운 좋으면 머루와 꾸지뽕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큰 기대는 마시라. 눈에 잘 띄지 않고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비렁길은 해안단구를 따라 이루어져 있어 곳곳에 해식애와 해식동굴이 절경을 이룬다. 화산쇄설류와 안산암 등의 단층과 타포니, 애추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지질관광코스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 카약을 타고 금오도를 일주하며 바라본 해식동굴은 절경이었다.  

옥녀봉 선녀가 내려와 베를 짰다는 직포 3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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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장봉산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직포 모습. 3코스의 시작점이다
ⓒ 오문수

 

비렁길을 2박3일간 완주했다는 광주에서 온 부부에게 "1코스부터 5코스까지의 비렁길 중 어느 곳이 가장 아름답던가요?" 하고 묻자 "3코스가 가장 아름다웠습니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길이 3.5㎞에 1시간 반쯤 걸리는 3코스는 직포에서 시작해 학동에서 끝난다.

금오도의 두모리와 우학리 그리고 유송리는 마을 뒷산에 있는 옥녀봉을 공유하고 있다. 금오도 여러 마을은 옥녀봉에 얽힌 전설과 관련된 마을 이름이 있다. 다음은 금오도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옥녀에 관한 전설이다.

하늘에 살고 있던 선녀 4명이 마을에 내려와 놀다가 3명은 다시 하늘로 올라갔지만 한 선녀만이 인간과 인연을 맺어 올라가지 못하고 우학리에 살게되 옥녀봉이라 불렀다.  옥녀봉에서 나무를 베면 옥녀의 치마를 벗기는 것이 되기 때문에 옥녀가 재앙을 내린다고 전해져 예로부터 이 산에서는 나무를 베지 않았다.

옥녀봉에 살던 선녀인 옥녀가 뽕잎을 이용해 누에를 쳤는데, 누에고치와 인근의 모하 마을은 곡창 지대였기 때문에 옥녀의 누에와 모하 마을은 곡식을 교환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도량형이 필요해서 두포(斗浦)라고 불렀다. 3코스가 시작하는 직포는 옥녀봉 선녀가 이곳에서 베를 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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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창한 동백나무 터널. 한 여름에도 어두컴컴한 곳이다
ⓒ 오문수

 

황장봉산의 흔적이 남아있는 소나무로 둘러싸인 직포해변을 거쳐 3코스를 따라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동백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하늘이 안 보이는 나무터널이 종종 나온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히기 위해 터널 속 바위에 걸터앉으면 에어컨이 필요 없다.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 바닷가를 보니 아주머니 두 명과 한 아이가 비렁길을 따라 걸으며 줄을 잡고 암벽을 내려간다. 인천이 고향인 자매 중 한 분은 미국 파사데나에서 한국에 휴가 왔다가 금오도까지 왔다고 한다. 자매에게 금오도까지 여행 온 연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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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파사데나에서 한국에 휴가차 왔다가 금오도가 좋다는 추천을 받아 이곳에 내려왔다는 아주머니가 줄을 잡고 바닷가로 내려가고 있다
ⓒ 오문수

 

"직장 동료분이 추천해 줘서 여기까지 왔는데 푸른 바다와 산이 너무 좋아요. 너무 아기자기해요."

자매들과 헤어져 매봉전망대를 보니 여수에서 왔다는  세 명의 아주머니 중 한분이 바다를 보며 "야호! 야호!"를 외친다. 가까이 다가가 "어디 맺힌 곳이라도 있습니까?" 하고 묻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매일 가게만 운영하다 넓은 바다를 보니까 가슴이 확 터져서 이렇게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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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락지처럼 생긴 비렁다리를 남녀가 지나가면 결혼에 골인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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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코스가 끝나갈 무렵에는 고소공포증 있는 등산객들이 두려워할 장소가 있다. 높이 30여미터의 벼랑 위에 설치된 다리에는 사방 2미터 쯤의 유리로 된 부분이 있다. 그곳에서 푸른파도가 넘실대는 다리 아래를 쳐다 보면 오금이 저린다. 비렁다리라 불린 가락지 형태의 다리를 남녀가 지나가면 결혼에 골인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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