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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꿈은 죽는 날까지 테니스 치는 것!

70세 넘긴 동호인 테니스클럽, 진남OB클럽을 찾아서

  • 입력 2016.06.14 17:25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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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진남테니스장에서 매일 테니스를 즐기는 '진남OB클럽'회원들. 가장 나이어린 회원이 71세이고 최고령이 81세이다
ⓒ 오문수

 

"골고루 골고루!  매우 쳐라!"

대화 내용만 들으면 떡 메치는 소리인지, 옛날 죄인들 곤장 치는 소리인지 구분이 안 된다. 위 소리는 여수시 오림동 진남체육공원 테니스장에서 매일 테니스를 즐기는 '진남OB클럽' 회원들이 테니스를 하며 외치는 소리다.

제일 나이 어린 선수가 71세이고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81세인 '진남OB클럽' 멤버들. 옛날 같으면 진작 돌아가셨을 나이다. 20명 회원 중에는 의사, 약사, 공무원, 회사원, 개인사업자, 장로 등 퇴직자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요즈음 돌아가시기도 하고 , 타지로 전출가기도 해서 10여명으로 줄었다.

선수 모두가 30년쯤 테니스 경력을 갖춘 분들. 힘과 세기가 부족하지만 웬만한 초보자들은 이분들을 못 이긴다.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짧게 줬다 길게 줬다를 반복하며 상대편을 힘들게 한다. 상대편이 전위 플레이를 하기 위해 네트 가까이 다가오면 로빙볼을 띄워 전위 플레이를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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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 일찍 테니스 경기를 끝낸 '진남OB클럽' 회원들이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며 담소를 즐기고 있다
ⓒ 오문수

 

이기고 지는 승부를 떠나 매일 공을 치는 이들은 웃고 떠들며 공을 친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기 위해 두 게임 정도만 하고 경기를 끝내는 게 다반사다.

작년에 실내테니스장이 완공돼 365일 중 300일 정도 테니스를 치는 이들의 월 회비는 3만원. 매주 일요일에는 새벽 5시 반에 나와 경기를 한 후 샤워하고 인근 식당에서 5000원짜리 아침을 먹고 난 후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긴다.
집에 가면 아내가 밥을 차려주지만 빙 둘러앉아 즐거운 얘기를 하며 식사하는 재미에 빠져 집에 가지 않는다.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기 때문이다. 매일 만나기 때문에 형제간을 제외하고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보다 좋다.

최고령 회원인 정채선(81세)씨가 매일 만나 얘기하는데도 질리지 않는 이유와 테니스의 매력에 대해 설명해 줬다. 정씨는 약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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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남OB클럽회원 중 최고령인 정채선씨 모습. 일년 365일 중 300일 테니스를 치며 인생을 즐긴다.
ⓒ 오문수

 

"젊은이들과 대화하려면 세대차이가 있어 어려움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들은 여순사건, 6.25, 4.19, 5.16, 5.18 등의 현대사를 겪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정을 나눕니다.

주위에서 테니스는 과격한 운동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나이 들었기 때문에 과격하게 치지 않고 레크리에이션으로 여기면서 공을 칩니다. 우리 모임은 사회적으로 높고 낮음과 빈부귀천을 초월한 친구입니다"

"혹시 사모님도 같이 공을 치십니까? 세상사는 후배들을 위해 한 말씀해 해주세요"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가능하면 아내와 같은 취미를 가져야 합니다. 잘못해 혹시 싸움을 하더라도 화해를 하고 같이 대화하며 살아야 합니다. 아내가 취미생활을 해요? 아이구! 옛날에는 시부모 모시고 애들 키우느라 취미생활은 엄두도 못냈죠. 아이가 예뻐도 부모눈치 보느라고 부모님 앞에서 애를 보듬지도 못했어요. 요새는 부모가 뒷전으로 밀렸죠"

함께 테니스 치던 5살 위 선배가 올해 돌아가셔 최고참회원이 된 정씨의 소원은 "죽는 날까지 공치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이 사회가 물질을 지배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물질이 사회를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며 한탄한 정씨는 "우리는 단일민족으로 배웠는데 요즘은 다문화사회가 됐다"며 "사회추세가 그러니 인정해줘야 한다"며 대세를 거스르려 하지 않는 삶의 지혜를 보여줬다.

향후 만들 하드코트 6면에 지붕을 씌워 전천후 테니스장으로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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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남테니스장 모습으로 총공사비 86억을 들여 작년 5월에 완공했다. 실내코트 2면, 실외코트 10면, 클레이코트 6면 총 18면이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을 위해 조승우 코치가 '어르신 테니스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테니스 보급차원에서 20명에게 무료 강습을 해주는 강습(오전 10시~12시)기간은 5월부터 6월까지다.
ⓒ 오문수

 

총공사비 86억을 들여 실내코트 2면, 실외하드 코트 10면, 클레이코트 6면, 총 18면을 갖춘 진남테니장은 2015년 5월 23일 준공했다. 현재 7클럽 150여명이 사용 중이며 개인적으로 테니스를 치러 오는 분들도 많다.

클레이코트 6면도 하드코트로 바꿀 계획인 정책에 대해 동호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하는 게 있다.  6면 위에도 지붕을 만들어 전천후 구장이 되도록 해달라는 것. 지붕을 씌우면 얼굴이 타는 게 싫어 테니스를 꺼렸던 여성들의 참가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리나라 최초 테니스장인 거문도 테니스장을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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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거문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해밀턴 테니스장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테니스장이다. 영국군이 거문도에 주둔(1885~1887년)하던 당시 만들어져 최근에 여수시의 지원으로 하드코트로 개조했지만 부풀어 오른 부분이 있어 부상이 염려돼 보수가 시급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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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문도 신사터 아래에 있는 테니스장 모습으로 관리가 안되어 풀이 무성하다
ⓒ 오문수

 

회원 중에는 거문도에서 태어나 거문도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는 마광헌(67세)씨가 있다. 대화에 끼어든 그가 거문도테니스장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테니스장이 세워진 곳은 거문도이다. 영국군이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 불법으로 거문도에 2년간 주둔(1885년~1887년)하며 해밀턴테니스장을 만들었다. 현재 거문도에는 테니스장이 두 군데가 있다.

거문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하드 코트인 해밀턴코트는 여수시청에서 부지와 시설비를 들여 만든 코트이다. 하지만 코트면이 부풀어 올라 부상 염려가 되어 보수가 시급하다.

일제신사 터 아래의 클레이코트는 30여년간 개인 땅을 임대해 사용해왔는데 관리가 되지 않아 풀이 무성한 실정이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거문도 테니스장에 대한 실태점검과 보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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