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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장 없어 헤매는 청소년전통연희단 '굴렁쇠'

[인터뷰] 한려지역아동센터 배수봉 센터장

  • 입력 2016.06.19 19:49
  • 수정 2018.06.18 09:22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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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한 문화예술인. 문화공간 외면한 이유?  지역 '아동'이라서 ? 

[인터뷰]  한려지역아동센터  배수봉(52, 충민로 219 )센터장.

여수를 대표하는 청소년 전통연희단이 있다. 전국대회를 휩쓴 ‘굴렁쇠 놀이패’다.
그런데 이들이 연습할 곳이 여수엔 없다.

한려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하는 동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사물놀이는 이들을 전통 연희단으로 이끌었다. 연희단은 함께 연습하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여수의 여러 곳에 산재한 문화예술 공간들은 이들을 외면한다.
공공건물의 제법 쓸만한 지하 공간도 애걸복걸해보지만 이들에겐 멀기만 하다.
대회를 출전하거나 공연을 앞두고는 전체 단원이 연습을 해야 한다.

공간을 찾다가 결국 야외에서 연습을 할 수 밖에 없다. 야외연습이 시작되면 주변 시민들에게 그만 소음신고 대상이 되고 만다. 그러면 연습 중 짐을 싸고 철수해야 한다. 이런 걸 반복하는 게 이들의 현주소다.

‘굴렁쇠 놀이패’는 문화예술 꿈나무다. 엄연히 문화예술인이고, 여수 시민이다.

여수시는 이들에게 제공해줄 연습공간이 전혀 없는 것일까?
시민들은 이들을 소음제공자라고만 여길 뿐 배려는 할 수 없는 것인가?

‘굴렁쇠’ 전통연희단을 지원하며 이끌고 있는 한려지역아동센터 배수봉 센터장을 지난 17일 센터에서 만났다.

 ▶ 배수봉 센터장은 일과후와 토, 일요일은 개인적인 시간이 없다. .그 시간에  '굴렁쇠' 연습시간이기 때문이다.

- 굴렁쇠는 처음 어떻게 출발했나?

"산단 엘지화학 소속 봉사자들이 저희 지역아동센터에 자원봉사차 왔다가 아이들이 라면박스로 장구삼아 치는 걸 보고는 기본적인 연습용 악기를 몇 대 사주었다. 그렇게 2009년에 이 지역 어린이 20여명이 우리 악기 공부를 시작한 게 계기였다. 그들에게 평소 꿈을 갖게 해주는 걸 만들고 싶었는데, 우리 악기를 택한거다.

한마디로 여수중학교 근처와 여수 동초등학교 인근 우리 동네는 소외된 아이들이 많다. 당시 공부는 이미 담 쌓고, 피시방에 다니는 게 고작이었다. 또 동네 골목에서 거친 욕설로 싸우며 이른바 ‘노는 아이들’로 통하는 청소년도 꽤 있었다" 
(구성원들의 가정사정등을 상세히 들었다.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센터장과 기자는 이를 구체적으로 기사화 하지 않기로 했다.)

- 처음에 악기를 배운다는 게 강사도 있어야 하고, 쉽지가 않았을텐데...

"지역에서 사물놀이 하시는 분들에게 배우면서 시작했다. 수강료 문제가 있어서 배울 때 동영상을 촬영한다. 아이들이 학교 가면, 내가 구음으로 익히고는 방과 후에 가르치고, 다시 동영상으로 배우는 과정을 반복하며 익혔다. 거의 동영상 그대로 할 때까지 미친 듯이 연습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다보니까 스폰지 빨아들이듯이 했다. 의욕도 생겨나고 서로 기대면서 ‘하면 되겠구나!’ 하면서 진화해 나갔다. 그런 과정에서 기초를 튼튼히 다졌지 않나 싶다. 처음 2~3년간은 연습에만 몰두하고 여수나 인근에 무슨 대회가 있으면 테스트 겸 나가보는 수준이었다.

당시 에피스드가 있다. 연습용 악기는 연주용이 아닌데, 나는 그걸 몰랐다. 다른 팀 소리가 좋은걸 보고 아이들만 닦달 했다. 성의껏 소리나게 잘 치라고.
그러나 교재용 악기가 연주용과는 다르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연습을 심하게 시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러한 연습 과정을 문제 삼아 나를 ‘아동학대’라고 했다면, 거의 고소당할 수준으로 맹연습을 시켰지 않았나 싶다. 지나고 보니 그렇다는거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애들이 자심감을 갖고 희망을 가졌다"

 ▶ 수많은 상장들.  대상 6회 포함 지금까지 51개의 상을 수상했다.

- 2009년 창단이면 이제 7년이다. 그간 많은 대회에서 상을 탔다고 들었다.

"맨처음 2010년도에 여수에서 평생학습축제에 출전했다. 거기 청소년대회에서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큰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이후 맹 연습을 하고 기량을 연마해서 수상을 하게 된다. 교육장상 4회, 지도교사 상 4회, 시장군수구청장상 8회, 교육감상 6회, 도지사상 2회,  거기다 올해 4월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종합대상인 안행부 장관상을 받았고, 여성가족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등 대상 6회를 포함해 총 51회 수상을 했다"

- 수상경력은 굴렁쇠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국제행사인 여수엑스포도 초청받았다. 그간 공연은?

"이 지역 국제행사인 여수 엑스포와 순천 정원박람회 행사때 초청받았다. 2013년 필리핀 세부에서 제3회 코리언 페스티벌에 초청받기도 했다. 크고 작은 여수, 순천의 행사나 전남도의 행사에 초청돼 공연을 했는데 그간 160회를 넘어섰다"

- 한려지역아동센터 위치는 오동도방면에서 버스터미널 방면으로 가는 윗길 여수중학교 바로 지나 오르막 큰 길 가에 있다. 주소로는 충민로 219. 덕충동의 2층 가정집을 지역아동센터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물놀이 악기 연주는 어렵지 않겠나?

"몇이서 앉은반은 연습한다. 지역주민들이 이해는 해주지만 방과 후는 저녁이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서너평 되는 지하 보일러실을 터서 연습실로 꾸며 사용한다. 한계가 있다.
우리는 방과후에 공부를 일단 하고나서, ‘굴렁쇠놀이패'가 연습하는 시간은 저녁 8시 반부터 두어 시간 가능하다. 그리고 공휴일이나 주말이 절호의 찬스인데, 장소가 없어 연습이 쉽지가 않았다"

 ▶ 충민로 대로변 길 가에 위치한 한려지역아동샌터

- 좁은 공간이라 지하실은 어려웠을텐데 어떻게 단체 연습을 해왔나?

"우리에 대한 정해진 반응이 있다. 상을 받으면 환호한다. 큰 상 받으면 환호는 더 크다. 그러면서 우리 상황을 경청하고는 ‘그렇게 고생했나? 장소를 제공해주겠다’고 한다. 제공해 해준다. 그러나 다시 벽에 막힌다. 그리고 다시 잊혀진다. 다시 큰 상 받으면 또 환호하고, 우리를 안타까워하고 ‘형식적으로’ 생각해준다. 그리고 다시 관심이 사라진다.
그 반복 과정을 겪었다. 몇 군데 우리에게 적합한 곳에서 연습을 했다.
그러나 나중에 다 쫒겨났다. 전임 여수 시장이 지정해준 곳도 시간이 지나면 소용이 없었다"

연습때마다 "시끄럽다"고 쫒겨나기 일쑤

- 연습장소를 옮겨야 했는데, 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우리 단원은 초,중,고생으로 이뤄졌다. 각급학교가 수업을 마치고, 지역아동센터에 모인다. 여기서도 방과후 기본 수업은 해야 한다. 그러면 여유시간이 오후 8시 이후다. 그때 두어시간 공통적으로 연습할 시간이 생긴다.
밤이다 보니 이때 연습은 소리가 커서 문제다. 진남경기장의 주차장 빈 무대에서 연습한다. 비가 오거나 하면 경기장 처마 밑으로 간다.
그런데 테니스 치는 분들, 산책하는 분들이 민원을 제기한다고 진남경기장 관리사무소 직원이 찾아와서 민원이 들어왔다고 사정을 한다. 우린 짐을 싼다.
그런 과정 중에 몇 군데 소개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우리는 소음을 이유로 한 장소에서 오래가지 못했다"

 ▶ 진남경기장 야외무대를 이용한 주말 연습 광경

- 어디 어디서 연습을 했는가?

"진남 경기장 유도장 지하, 진남실내체육관, 평생교육관 지하, 여수 시민회관 지하, 여수시청 문화홀 무대, 예울마루 리허설 공간 등을 사용한 적이 있다. 시상식이 끝나거나, 수상소식이 알려져 여수시 고위 관계자들의 격려가 있고 하면 그때 얘기가 잘 되고, 또 연습실이 주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밀려난다. 안전문제, 보안문제, 소음으로 주변 민원문제... 이유는 아주 많았다. 결국 지금은 전국대회 시즌임에도 맘 편하게 연습할 곳이 없어 걱정이다"

-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그 사정을 모르는가?

" 작년 일이다. 여수 동초등학교 강당을 사용하도록 해준 적이 있다. 그때 우리가 사용하는 것 때문에 지원도 받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역시 시끄럽다고, 또 보안상의 문제로 오래 가지 못하고 철수했다. 당시 그 학교 교장이 외지분이어서 관사를 이용하셨는데, 결국 자신의 관사생활에 시끄럽다는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 단원들은 동초등학교를 다닌다. 자신의 학교 학생인데도 소속 학교의 강당 이용에 제한을 받았다. 그때 참으로 비참함을 느꼈다. 

대부분 장소 사용을 마지못해 허락했다가 이유가 생기면 가차없이 철수를 요청했다. 물론 시끄러운 거 인정한다. 서로 배려하고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 야간에 진남경기장 주차장 무대를 자주 이용해 연습한다.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철수해야 한다.

'굴렁쇠'는 충분히 배려받을 조건을 갖추었다.

- 왜 그렇게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았을까? 어리다고? 그냥 지역아동센터 애들이니까?

"인식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가 학교 소속이었으면 이렇진 않았을거다. 엄연한 시민이고, 문화예술인이다. 여수의 문화인프라들이 충분히 있는데도 왜 우리와 같은 정식 문화예술인들에게 개방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어리다고? 어릴수록 더 기회를 줘야하는 것 아닌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이 정도의 성과와 업적이면 여수를 대표한다고 우리는 자부한다.

문화예술이, 우리 전통 음악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아닌가 싶다. 우리를 단순한 써클 수준으로만 본다. 일부는 '써클이어서 과도한 지원이 어렵다'고 말한다. 난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여수를 대표해서 각종 대회에 나간다. 수상을 하고 여수를 빛내고 있다.
예를들어 우리 정도의 성과를 낸 어느 스포츠 단체가 있다고 하자.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정도면 우리지역의 당당한 예술단체다. 단순 서클이 아니다.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구성원이다. 좀 배려해주면 좋겠다.

우리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선생님 구하기기가 어렵다. 초보자가 아니어서 이들을 지도하신 분은 남사당패 인간문화재 지운하 선생이 오시고, 그 제자들이 와서 가르치는 정도다. 

여름과 겨울방학을 이용해서는 전지훈련도 해야하기 때문에 운영비도 상당히 부담스럽다.그리고 여수시립국악단 단원 선생들이 태평소를 가르친다. 정말 우리를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 기회에 하소연하는데, 그냥 취미로 농악하는 아이들이 아니다. 당당한 예술인이다.
예술인이 예술하는 공간을 왜 사용하지 못하는가? "

 ▶ 여수시립 국악단원에게  별도 태평소 수업을 받기도 한다.

"맘껏 연습하고 싶다" ... 연습 공간을 찾아보자. 

- 연습하는 곳이 어떻게 마련되면 좋겠나?

"주변의 학교 강당, 시민회관 무대 역시 부분적으로 야간에 사용할 수 있다. 거기 지하 공간들이 있다. 또 시청에 있는 문화홀, 거의 대부분 우리 사용시간인 야간에는 사용 안한다.
시간표 정해서 우리에게 개방해주면 좋겠는데, 그 어느 곳도 관계자가 야간에 근무 안한다고 하면서 오픈하지 않는다. 보안문제도 말한다. 

어디 산모퉁이 마련해서 산속에 들어가서 컨테이너 안에서 맘껏 연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단원들 이동이 문제였는데, 우리의 사정을 알고 한 독지가가 버스를 한 대 지원해 주었다. 정말 유용하게 이동하고 대회 출전할 때마다 고맙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버스도 지금은 문제다. 지역아동센터 여력으론 버스 관리가 쉬운게 아니다.얼마 전에 정기검사를 받았는데 타이어가 마모되어 조속히 바퀴를 교체하라고 했지만 적은 액수가 아니다. 조만간 이 버스도 멈추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다.

- 인터뷰 마무리 하겠다.

"한마디 덧붙이면, 나도 힘들어 포기하면 이들이 어떻게 되나 걱정이다.  
정말 힘겹게 가고 있다. 가끔은 도중에 중단되고, 제대로 못 끌고 갈까봐 겁이 난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데, 막힌 데가 없었으면 한다. '기회를 좀 주자' 

아이들이 이미 이 계통의 굴지의 대학을 갔고, 명문고에 진학하고 있다. 전공하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주말이면 와서 지도해준다. 청소년들이지만, 문화예술인이라는 인식을 가져주고, 이들에게 이미 갖춰진 우리 여수의 문화인프라들을  활용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서양음악도 지원이 활발한데, 우리 음악이지 않은가?  우리음악을 하는 이들의 꿈을, 희망을 지켜주고 싶다"

▶ 한려지역아동센터 지하 보일러실을 개조한 연습실. 성인이 서면 천정이 닿을 정도로  낮고, 서너평의  좁은 곳이지만 이 마저도 고마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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