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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가사리 습지... 가치는 '우수', 보전은 '뒷전'

농어촌공사 "농경지보호 위해 물풀 제거하겠다"... 습지 훼손 우려

  • 입력 2016.06.20 12:52
  • 수정 2016.06.25 00:14
  • 기자명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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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소라면 현천리 가사마을 앞 습지(아래 '가사리 습지')가 국립습지센터의 2015년 권역별 일반조사에서 '습지 가치가 매우 우수'한 Ⅰ등급(절대보전)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곳을 맡아 관리하는 농어촌공사는 '습지'가 아닌 '조류지'라며 "농경지 보호를 위해 가능하면 각종 물풀을 제거하겠다"는 입장이라 습지 훼손의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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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리 습지 여수 가사리 습지
ⓒ 정병진

 

가사마을 앞 습지의 현재 공식 명칭은 '관기 방조제 조류지'이다. 조류지란 장마철 폭우나 홍수 등으로 농경지가 침수되는 것을 막고 민물과 바닷물의 조절을 위해 설치한 저수지를 말한다. 관기 조류지는 농어촌공사가 맡아 관리하며 원활한 급배수를 위해 방조제 한쪽에 배수장도 설치해 둔 상태다.

이곳이 언제부터 '생물 환경이 우수한 습지'로 탈바꿈하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관기 앞 200ha(605,00평)에 달하는 농경지가 일제 강점기 고뢰농장의 간척사업으로 조성됐으므로 습지가 생겨나기까지 족히 수십 년에 걸쳐 자연스레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습지 규모는 오천 방조제 안쪽 410,00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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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리 습지 갈대밭과 데크 가사리 습지 갈대밭과 데크
ⓒ 정병진

 

여수시는 2012년 여수 엑스포를 앞두고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관기 가사마을 부근에 '가사리 생태체험 에코빌리지 조성사업'을 벌였다. 가사리 습지의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데크와 전망대는 그 과정에서 설치됐고 여수시는 이곳을 '가사리 생태학습공원'이라 명명했다. 하지만 수십 억 원을 들여 공원만 조성하였지 정작 습지의 생물 다양성에 대한 기초조사조차 안 이뤄져 사업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지역 언론의 지적이 잇따랐다.

한데도 여수시는 농어촌공사 소유지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가사마을 앞 습지의 생물 다양성 조사와 보전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그 사이 이웃 순천시는 오랜 공을 들여 지난 13일 스위스 글랑에서 열린 람사르협약 제5차 상임위에서 동천하구를 국내 22번째 람사르 습지로 공식 지정받아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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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리 습지 물풀 가사리 습지 물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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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6일, 가사리 습지의 보전 가치에 대해 환경부에 문의하다가 지난해 국립습지센터가 이곳에 대한 일반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고, '습지 가치가 매우 우수'한 Ⅰ등급으로 평가했음을 알았다. 국립습지센터는 매년 권역별 습지에 대한 일반조사를 하는데 작년 7~9월 사이 여수 가사리 습지의 지형과 식생 등에 대한 개략적 조사가 처음 이루어진 것이다.

가사리 습지는 대표성, 생물다양성, 학술적 교육적, 자연성, 식생 건강성, 규모, 수면의 식생비율, 경관적 가치 등 모두 8가지 항목에서 '높음' 혹은 '매우 높음'의 평가를 받았다.

세부적으로는 대표성과 자연성 항목에서 '높음'을 규모에서 '큼'을, 생물다양성, 학술적 교육적, 식생 건강성, 수면의 식생비율, 경관적 가치의 항목에서 모두 '매우 높음'으로 평가됐다. 종합적 등급 판단 근거로는 "갈대군락이 우세하며, 생물 환경이 매우 우수한 간척호 습지"로서 '절대보전' 등급에 해당하는Ⅰ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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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관기 들판 가사리 습지와 인접한 관기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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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에 대해 여수시 해당 부서와 여수와 순천 농어촌공사에서는 모르고 있었다. 여수시에서는 "관련 사실을 파악해 보고 필요하다면 습지의 정밀조사와 보전 대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반면 여수와 순천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그곳은 재해예방을 위한 조류지이므로 농경지 보호를 위해 가능하다면 각종 물풀을 제거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수시와 환경부 등에서 '습지 보전' 지역으로 지정하거나 농어촌공사와 협의해 어떤 결정이 나온다면 모를까 그러기 전까지는 원칙상 '조류지'로서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수초가 많으면 아무래도 물 저장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배수에도 장애가 생기기에 여력만 닿는다면 각종 물풀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지금의 습지가 크게 훼손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환경부와 국립습지센터에서는 "습지의 정밀조사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와 토지 소유주, 지역 주민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즉 아무리 우수한 습지라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고 보전하려는 지역의 노력이 없이는 한정된 국가 예산으로 매년 3~4곳의 습지를 정밀조사하기에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여수시가 가사리 습지 보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지 눈여겨 볼 일이다. 한편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은 총 36개소(환경부 21, 해양수산부 12, 지자체 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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