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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국밥처럼 생겼는데, 전라도 느낌이 물씬

영호남 맛이 한데 어우러지다... 여수 '까꿍이국밥'

  • 입력 2016.06.22 23:06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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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배워와 남도의 맛을 가미한 이집 국밥 맛은 영호남 화합의 맛이다.
ⓒ 조찬현

 

어둠이 내린다.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한바탕 빗줄기가 쏟아진다. 장마철이다. 괜스레 기분이 울적해지고 허기가 밀려온다. 이런 날은 얼큰한 짬뽕 국물이나 따끈한 국밥이 생각난다. 최근에 여수에 부쩍 짬뽕집과 국밥집이 많이 생겼다. 많고 많은 집 중에서 어딜 갈까 한참을 찾아봐도 딱히 필이 꽂히는 데가 없다.

비가 소강상태다. 저녁 무렵 길을 나섰다. 매일 하는 걷기 운동을 위해서다. 그런데 집을 나선지 채 10여 분도 안 돼 또다시 비가 쏟아진다. 어찌해야 하나 망설이면서 길을 걷다가 까꿍이국밥집 앞에 이르렀다. 최근 여수에서 잘나가는 입소문난 곳이다. 언젠가 이집 한번 가봐야지 하고 머릿속에 입력해둔 곳이다. 날씨 탓일까 이 변덕스러운 마음. 국밥집 앞에서 짬뽕 생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 잘 나가는 국밥집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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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국밥과 전라도 국밥이 한데 잘 어우러졌다.
ⓒ 조찬현

 

"이 집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음식은 자신의 입맛에 맞아야지요."

할머니와 딸이 반기는 이집, 까꿍이국밥집이다. 입소문 듣고 왔다고 하자 할머니는 음식이 입에 맞아야지 하며 겸손해 한다. 사실은 오늘 짬뽕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이집 근처에서 갑자기 쏟아진 장맛비 때문에 오게 됐다고 하자 아주머니가 "저희 집에서 이리 오라며 까꿍 하던가요?"라며 환하게 웃는다.그러고 보니 가게 이름이 참 재미나다. 톡톡 튀는 까꿍이국밥, 그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넷째 딸이 답을 해준다.

"저희 집은 1남 7녀 8남매랍니다. 딸만 줄줄이 있고 마지막이 아들이에요. 일곱째 딸이 까꿍이인데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이름을 짓지 않고 그냥 까꿍이라 불렀답니다. 입학할 때는 벌금 물고 이름을 새로 지었지요. 엄마가 그랬어요. 늘 밝은 모습에 시집 가서도 잘사는 우리 까꿍이 이름으로 하면 어떠냐고요. 그래서 다들 괜찮다고 했지요."

가게 이름은 엄마가 지었다. 일곱째인 동생의 어릴 적 이름인 까꿍이로. 그 이름 때문일까. 이제 5년 남짓밖에 안됐는데 쟁쟁한 업소들을 제쳐두고 요즘 제일 잘 나간다. 여수에서 뜨는 국밥집이다. 까꿍이국밥은 할머니와 셋째 딸이 운영하며 넷째 딸이 돕고 있다. 가족단위 운영이라 국밥 맛이 늘 한결같다. 변함이 없다.

부산 국밥과 전라도 국밥 맛이 한데 어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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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천원으로 착한 가격이다. 7천 원 하는 특은 곱빼기다.
ⓒ 조찬현

 

"돼지국밥은 부산이 제일인데요."
"저희 집도 부산에서 배워왔어요."

돼지국밥 하면 부산이다. 음식 맛있기로 소문난 전라도라지만 돼지국밥은 부산이 한 수 위다. 주인할머니(71, 김옥자씨)도 인정했다. 부산에서 국밥을 배워와 남도의 맛을 가미했다고. 부산의 돼지국밥에는 콩나물이 안 들어 간다. 그런데 이집 돼지국밥에는 남도의 국밥과 비슷하게 콩나물이 듬뿍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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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양념과 반찬이 깔끔하게 차려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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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국밥은 곰삭은 깍두기와 잘 어울린다.
ⓒ 조찬현

 

부산의 국밥과 전라도 국밥이 한데 잘 어우러졌다. 영호남 국밥의 하모니, 화합의 맛이다. 이 집 역시 기본은 부산의 국밥처럼 돼지 사골뼈를 푹 고와 육수로 사용한다. 잡내가 전혀 없는 데다 국물맛이 깊고 진하다. 여기에 전라도 국밥의 주재료인 콩나물을 듬뿍 넣어 시원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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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에 따라 다진 양념을 넣으면 얼큰하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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