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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아요? 남편과도,,,

2015.9.1.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입력 2016.07.24 10:30
  • 수정 2016.07.24 13:31
  • 기자명 장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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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두살 주부입니다. 부모님이 중매결혼을 하셨는데 아버지가 처음부터 나가 사셔서 어머니 혼자 저희 남매를 키우셨어요. 그러면 제가 어머니랑 좀 잘 지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해 고민입니다. 여고로 진학해서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께서 공공근로를 하셔야 해서 주소를 옮기지 못하고 남녀공학을 가게 되었어요. 그 이유는 최근에 들었고요. 들어가서 적응을 잘 못해서 왕따를 당하고, 전학보내달라고 했는데 교사이신 큰아버지께서 좋은 학교니 옮기지 말라고 하셔서 어머니가 안 옮겨주셨어요. 어머니가 데려간 점집에서 다행히 전학을 시키라고 해서 다행히 전학을 가고 무사히 졸업은 했어요. 이런 식으로 늘 성격이 너무 많이 부딪혀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지금도 어머니랑 사이가 좋지 않아 고민입니다. 남편과도 둘 다 다혈질이라 많이 부딪히는데 제가 좀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마음을 열어서 어머니, 남편과의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사이가 좋긴 어렵겠습니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사주가 안 맞아요. 부모님이 부부가 같이 못 살 정도의 갈등 관계를 유지했잖아요. 배우자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성격의 소유자에게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질문자의 성격도 다른 사람들을 수용해주면서 함께 살기가 어려운 성격이에요. 애초에 그랬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관계도 좋게 되기 어렵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남편과도 안 맞았는데 아이와 잘 맞을 리가 없고, 질문자는 그런 어머니에게서 성격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어머니와도 관계가 좋기는 어려워요. 나를 낳아 길러준 어머니와도 관계를 원만하게 풀기 힘든 성격인데 남의 집에서 자란 성인 남자와 관계를 좋게 풀기는 애초에 힘들어요. 그러니 그런 야무진 꿈을 꾸지 말고 포기하세요.” (청중들 웃음)

“어머니가 저랑 잘 지내기를 더 원하시거든요.”

“잘 지내고 싶지만 잘 지내지지가 않아요. 제일 잘 지내는 방법은 서로 안 보는 거예요.” (청중들 웃음)

“저는 그러고 싶지만 어머니가 손녀 보러 일주일에 한 번씩 오시는데 만나기만 하면 싸워요. 거리를 두면 좀 친해질 것 같은데 어머니는 그걸 못 견뎌하시니까요...”

“다른 좋은 방법이 없어요. 이렇게 살면 그 사이에서 내 딸도 영향을 받아요. 엄마와 할머니가 싸우고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가운데서 자랐기 때문에, 그 아이도 자라면 질문자의 성격처럼 질문자와도 안 맞고 남자친구와도 싸우게 될 거예요. 이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격이에요. 달리 방법이 없어요.

그런데 해결할 방법이 영 없진 않습니다. 어머니와 잘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면 돼요. 어머니와는 애초에 성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물고 차고 싸우지 않는 이 정도인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보다 더 좋기를 바라거나 개선하려 하지 말고 지금에 만족하라는 뜻입니다. ‘어머니와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하면 그 기도는 영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부처님,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하고 기도하면 어때요? 세상에는 어머니와 칼부림하며 싸우는 사람도 있는데 질문자는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소소한 갈등이지 철천지 원수가 되는 갈등은 아니니 다행이잖아요. 그러니 어머니하고 부딪힐 때 ‘아이고, 이만하기 다행이다. 어릴 때 같았으면 두들겨 맞았을 텐데, 우리 엄마 많이 늙으셨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하면서 좋게 생각해 보세요. 더 좋아지게 하려고 애쓰면 오히려 불만이 생기지만 이만하기 다행이라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생겨요. 그러니 어머니한테 감사하는 마음을 내세요.

남편한테도 ‘아이고, 성질 더러운 나랑 살아주는 것만 해도 고맙습니다. 세상 어느 남자가 나랑 살아주겠어요’ 이렇게 마음을 내세요. 관계를 더 개선하려 들지 말고 이렇게 부부관계를 감사히 여기세요. 부모님은 부부가 헤어졌지만, 질문자는 좀 싸우긴 해도 아직 헤어지진 않았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에요. 헤어지지 않은 것은 내 덕분일까요, 남편 덕분일까요?”

“둘 다 덕분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 해결이 안 되는데... 누구 덕분에 안 헤어지게 되었다고요?” (청중들 웃음)

“남편 덕분에요.”

“그래요. 힌트를 꼭 줘야 답을 찾아요? (웃음) 남편 덕이라고 생각해야 문제가 해결돼요. 남편이 부처님 같다는 뜻이 아니라, 둘 다 비슷하지만 그래도 비교해보면 남편이 질문자보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너그럽다는 뜻입니다. 남편이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었다면 벌써 헤어졌을 텐데, 남편은 아버지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이에요. 부처님 같은 사람 만나면 좋지만 질문자는 그렇게 만날 복은 안 돼요. 둘 다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남편이 조금 더 너그럽다 생각하고, 나랑 살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내세요.

어머니에게는 ‘어머니가 늙어서 좀 나아지셨네’ 이렇게 고맙게 생각하고, 남편에게도 ‘당신이라도 이렇게 살아주니 고맙습니다’ 이렇게 고맙게 생각하세요. 이걸 긍정적 사고라고 해요. 내가 이런 마음을 내면 남편이 어떻든 어머니가 어떻든 아이에게는 나쁜 영향이 없어요. 아이는 제 어머니를 닮거든요. 질문자가 긍정적 사고를 하면 질문자의 아이는 이런 환경에서 자라도 질문자보다 훨씬 좋은 성격으로 자라요. 다소 까칠한 구석이 있더라도 질문자보다는 훨씬 좋아져요.

그러니 오늘부터 어머니에게 감사기도를 하세요. 부모님이 헤어졌을 때 어머니는 그래도 아버지처럼 질문자를 버리지 않고 남아서 학교도 보내주고 공부도 시켜줬잖아요.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은 못 해주었지만 이 세상에 질문자를 키워준 것은 어머니뿐이니 고마워할 일이에요. 그런데 어머니를 미워하면 고마워해야 할 일을 원수로 갚는 거예요. 그러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어머니에게 감사기도를 하고, 남편에게도 ‘당신이라서 그래도 날 데리고 살아주니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가끔 소소한 갈등을 일으켜도 이렇게 마음을 금방 돌이켜서 감사해 하면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관계가 좋아질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관계를 개선할 방법만 찾을려고 애쓰면 관계는 오히려 더 나빠질 거예요.”

“잘 알아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질문자가 무슨 뜻인지 명쾌하게 이해가 되었다며 환하게 웃자 청중들이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질문한 여성 분의 눈에는 촉촉한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남편에 대해 늘 불만만 갖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비로소 감사한 마음을 내게 되니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스님은 질문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한번 마음의 원리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마음의 원리를 좀 이해하시겠어요? 어머니와 좋아지는 방법, 남편과 좋아지는 방법을 찾으려 들면 관계는 도리어 악화됩니다. 그러나 지금이 좋은 줄 알고 감사할 줄 알면 개선되는 쪽으로 가요. 심리가 움직이는 이런 법칙을 모르기 때문에 잘 하려는 노력이 계속 악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래서 수행은 첫째, 현재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해야 돼요. 우리가 아무리 멀리 보고 가더라도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여기를 인정하고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돼요. 그런데 현실을 무시한 채 좋은 남자 만나길 바라고 어머니와 좋은 관계 맺기를 바란다면 그건 꿈을 꾸는 거예요. 그러면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현실이 이렇지. 사는 게 이것밖에 더 되나’ 이렇게 안주하면 안 돼요. 현실을 인정하되 현실로부터 출발해서 우리는 미래로, 희망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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