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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을 기억하시나요?

시프린스호 원유 유출 사건 21주년, 소리도를 가다.

  • 입력 2016.07.24 11:56
  • 수정 2016.07.25 08:32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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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환경운동연합은 7월 23일(토) 자발적 참가시민 50여명과 함께 금오도 끝자락 소리도 특별 답사를 통해 시프린스호 사건 21주년을 기렸다.

7월 23일은 당시 호남정유(현 GS칼텍스)에 입항할 유조선 시프린스호가 원유를 싣고 태풍을 피하다 소리도 암초에 좌초해 해양오염 사상 최대의 피해를 기록한 특별한 날이다.

좌초된 시프린스호는 소리도 덕포 해안에 원유와 벙커C유 등 5천톤 넘게 유출시켜 3천826㏊의 양식장과 인근 해역을 오염시킨 초대형 사고를 일으켰다. 그 날이 1995년 7월 23일이다.

사고수습에 나선 보트가 사고현장의 유출된 원유 덩어리 파도를 헤치고 지나가고 있다. 원유와 벙커C유 등 5천톤 넘게 유출시켜 3천826㏊의 양식장과 인근 해역을 오염시킨 초대형 사고 현장의 모습. (사진출처 : 김양배의 사진 이야기 ) ⓒ 김양배

여수 시내에서 시프린스호 좌초 현장인 소리도를 당일로 다녀오려면 여수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아침 6:20발 정기여객선을 타고 가야만 오후 4시대에 2항차 배 편을 이용해 나올 수가 있다.

소리도 역포항까지는 정기여객선으로 약 두 시간이 걸린다.

역포항에서 참가자들은 마을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현장 바다정화 작업을 한 시간가량 마치고, 소리도 마을 버스편등을 이용해 섬의 중간 지점인 연도항을 지나 다시 고개를 넘어서 덕포항에 도착했다.

21년 전의 사고 현장이 보이는 덕포항에서 당시를 설명해주는 여수환경련 조환익 국장  ⓒ 오병종

당시의 현장이 바로 보이는 바닷가에서 여수환경운동연합 조환익 국장이 사진 자료를 들고 사고 개요와 함께 설명을 시작했다.

“이 사진들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사진입니다. 보도된 내용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마을 주민들이 마스크도 없이 바닷가에 나와서 기름을 씻어냅니다. 이것은 사실 오염을 감소시키지 않는 방법이죠. 씻어내는 것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거라서, 이 방법을 지금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근데 당시는 이렇게 했습니다”

 

사고 당시의 사진 자료

뒷 수습을 하던 기관들의 영역다툼(?)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바다는 해경 관할이고, 육지는 자치단체 여수시 관할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집니다. 해경은 바다의 원유를 육지로 밀어내려고 하고, 여수시는 바다는 나몰라라하면서 육지에 기름이 덜 올라오게만 하려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조환익 국장은 당시 서울의 중앙환경운동연합 환경조사팀 간사였다. 시프린스호 사건이 그를 여수에 살게 만들었다.

당시 여수에서는 한창진씨등이 ‘여수환경을 지키는 시민모임’을 구성하여 미미한 활동을 하다가 대형 사건이 터져, 중앙 환경련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때 서울 환경련의 조환익씨가 시프린스호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결국 그는 환경련의 조사팀장을 거져 여수환경련이 태동하자 여수에 내려와 현재까지 환경운동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사고 당시에 현장에 수차례 왔던 경험이 있는 여수환경련 '자연의 벗' 대표 김정일씨가 당시를 회상하며 설명하고 있다

여수환경련에서 매월 답사여행을 떠나는 ‘자연의 벗’을 이끄는 김정일 대표도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에 제가 현장을 자주 오게 되었는데, 올 때마다 여기 기름이 떠서 낮에는 반사해 눈이 부셔서 바다를 못 볼 지경이었습니다. 출렁거리면서 파도에 밀려오는 원유 덩어리는 어떻게 감당 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기업들의 기자를 상대하는 여러 가지 행태에 대한 에피소드 소개도 빠트리지 않았다.

“여수시민들이 나섰던 ‘환경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 당시 규탄하며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준비하니까, 피해기업이 맞불을 놓는 겁니다. 같은 날 호남정유측에서 기자들에게 소리도 현장에서 선상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배를 동원해서 기자들을 대거 쓸고 가버린 일이 있었죠”

피해 기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프린스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뇌물수수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호남정유에 대해서 시민사회는 “사고의 책임을 지고 피해어장 복구와 피해 주민에 대한 보상에 충실해야 할 사고 기업이 뇌물제공으로 이를 회피하고자 했다"며 비난한 바 있다.

참가자들은 당시의 사고 현장으로 가기 전 역포항에서 바다정화작업을 실시했다.
소리도 역포 어촌계장 김정무씨(74) ⓒ 오병종

정화작업 현장에 들렀던 역포 어촌계장 김정무씨(74)는 “섬에는 캠페인 하러 더러 오는 단체가 있어 그 정도였지 했는데, 시프린스호 사고 당일을 잊지 않으려고 온지는 몰랐다”며 21년 전 당시를 얘기한다.

“대부분 주민들은 사고 후에 기름제거작업을 했죠. 물론 일당을 받았지만, 그때만 해도 제대로 마스크도 없이 작업했습니다. 일단 저희 삶의 터전이잖아요? 동원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내 어장, 내 바닥(바다)이니까 자기의 일처럼 모두 정신없이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어선이 있었는데 어선까지 동원해서 작업을 했으니까요”

사고 후 삶의 터전을 잃은 것은 물론 10년 이상 고통을 겪었다고 김정무 어촌계장은 ‘다시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참가자들이 시프린스호 원유유출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현장에서 돌탑을 쌓고 있다

참가자들은 덕포항에서 시프린스호 현장을 떠나며 어촌계장의 소망과 같이 다시는 시프린스호 사고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돌탑을 쌓기도 했다.

여수환경련 조환익 국장은 대형사고 전후에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문한다.

“외국의 선진국 사례를 보면 사고이후 20년, 30년이 지나도 생태계 회복 과정에 대한 자료를 차근차근 축적합니다. 이런 과학적인 모니터는 사고 이전, 이후에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근데 우리는 아주 미흡합니다. 피해가 반복될 수 있는데도 방치되고 있죠. 특히 제대로된 자료가 부족하면 피해기업과 또 외국 보험사와의 보상문제가 터지면, 입증 자료부족가 없어서 어민(국민)들은 늘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를 국가에서 제대로 해줘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죠”

소리도 등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당시 사고 현장. 바다와 인접한 끝 부분의 바위가 보인다.

교훈 없는 피해... 시프린스호 침몰 사건

1995년 7월 23일 오후 2시 20분, 전남 여천군 남면 작도 부근 해상. 키프로스 국적의 14만 5,000톤급 유조선 시프린스호가 암초에 걸렸다. 갑판 면적이 축구장 3개만 한 거대한 선체의 뒤꽁무니가 바닷물에 잠겼다. 두 시간 후인 오후 4시. 보일러 폭발과 함께 화염이 치솟더니 구멍 뚫린 선체에서 원유가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시프린스호에서 유출된 원유 5,035톤은 204㎞짜리 기름띠를 형성하며 남해안을 덮었다. 어민들과 환경 단체, 시민, 해군과 해양 경찰 등 연인원 16만 6,905명, 선박 8,295척, 헬기 45대가 동원되어 19일간 해상 방제 작업을 벌이고 5개월 동안 해안을 씻어냈으나 청정 해역은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 양식장 피해 면적 3,826헥타르에 정부 추정 재산 피해액 735억 원.

국내 해양 오염 사상 최악 사고의 원인은 A급 태풍 '페이'와 안전 불감증. 중동산 원유를 싣고 여수항에 입항한 뒤 태풍이 몰아치는데도 비용 절감을 위해 하역 작업을 강행하다 뒤늦게 대피하던 중 화를 만났다. 태풍이 불 때 '소형 선박 입항, 대형 선박 먼 바다 피신'의 원칙을 지켰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고였다. 유조선 바닥이 홑겹인 단일 선체도 연안의 암초에 쉽게 찢겨져 나갔다.

한 번 오염된 바다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사고 2년이 지나도록 양식장과 어패류, 해조류로 얻는 소득이 사고 전의 절반에 머물렀다. 요즘에도 해저에서 기름이 발견될 정도다. 사고 지역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시프린스호 사고는 교훈 없는 피해만 안겼다. 2007년 태안 오염 참사는 훨씬 더 큰 피해를 냈다. 백만이 넘는 국민들이 자원봉사로 해안을 씻어냈지만 그때뿐이었다. 연이은 사고에도 한국은 단일 선체 유조선이 입항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출처 : 다음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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