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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섬을 멀리한 이유, 조선 때문이다?

7회째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 선도하는 강봉룡 교수

  • 입력 2016.07.25 12:02
  • 수정 2016.07.26 09:06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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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부터 올해까지 7회째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강봉룡 원장.
ⓒ 오문수

 


"한국고대사를 함께 연구해오던 동료 연구자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강 교수는 섬과 바다에 빠져서 신라사를 버렸다'고 말해요. 헌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2009년 10월, 목포에서 첫 번째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를 주최한 이후 지난 7월 당진에서 제 7회 대회까지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를 총 주관해온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장 강봉룡 교수가 한 말이다.

강봉룡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인문대학 국사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신라 지방통치체제 연구'다. 
 
도서문화연구원이 그의 운명을 바꿨다

'신라사'를 전공하다 '섬과 바다'로 눈을 돌렸다고 해서 크게 외도(?)를 한 건 아니다. 섬에도 고대의 귀족이나 왕족들이 묻힌 고분이 있었고, 고대 산성이 있었다.  대부분 학자들이 무관심했던 섬과 바다로 눈을 돌린 전기는 우연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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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7회)에 참가한 도서문화연구원들과 충청수영성에서 기념촬영
ⓒ 오문수

 


섬과 바다에 대해 아는 것도, 관심도 없던 그가 1995년 목포대에 취임했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당시 도서문화연구소) 멤버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섬과 바다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알게 된 고분과 산성들은 그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왜 나를 포함하여 역사학자들은 섬과 바다에 관심이 없었을까?"

바다를 버린 조선시대 5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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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 장산도의 고대 산성 모습
ⓒ 강봉룡

 


역사학자인 그는 섬과 바다에 인문학적 방법을 도입하며 '섬과 바다의 역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연구를 거듭하던 그가 결론을 내렸다. 조선시대 500년이 섬과 바다를 버렸고, 관성이 생겨 부지불식간에 섬과 바다를 멀리하게 됐다는 것.
 

2005년, TV에서는 장보고를 소재로 한 드라마 <해신>이 흥행하고 있었다. 그는 드라마의 픽션과 해양사적 진면목인 넌픽션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두 권의 책을 발간했다.

큰 기대를 않고 발간한 <장보고>(2004)와 <바다에 새겨진 한국사>(2005)가 의외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바다에 새겨진 한국사>는 한국사의 큰 흐름을 바다의 관점에서 정리한 일종의 '바다로 본 한국통사'였다.

2005년, 도서문화연구소 소장을 맡은 그는 교육부로부터 '국가 해양력강화를 위한 도서해양문화 심층연구'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2007년, 휴식의 필요성을 느껴 연구년을 신청해 호주에 간 그는 호주역사를 공부하다 유럽의 해양개척사에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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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에서 온 지인들과 청산도를 돌아보다 기념촬영했다
ⓒ 강봉룡

 


때마침 서울대 주경철 교수가 <한겨레>에 연재한 유럽의 대항해시대에 관한 글들을 감명 깊게 읽으며 육지중심 학문에 섬과 바다의 요소를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귀국 후 2009년 3월부터 도서문화연구소 소장을 다시 맡은 그는 교육부 '인문한국(HK) 지원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연구주제는 '섬의 인문학 - 공간인식 패러다임의 문명사적 전환'으로 정했다.

육지중심 학문연구 방향을 극복하자는 것은 그가 호주에서 구상해오던 바였다. 그는 '인문한국 지원사업'을 준비하면서 그 동안 준비해왔던 일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전국 각 분야 연구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저 마다의 분야에서 섬과 바다를 염두에 두고 구상한 주제를 자유롭게 발표하고 토론하는 장을 마련하면 어떻겠습니까?"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2009년 10월에 제1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를 목포에서 열었다. 참가자는 100여 명.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대회가 지속되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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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당진에서 열린 제7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7.7~7.10)에서 강봉룡 교수가 개회사를 선언하고 있다
ⓒ 오문수

 


대규모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분들의 바람에도 2010년 대회를 열지 못한 그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이사부축제 학술회의에 초청받았다. 학술대회 도중 주최 측에 대회의 부활을 요청해 다음해 삼척에서 2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가 열렸다.

준비된 자에게 운도 따르는 법. 여수해양엑스포가 열린 2012년은 순조로운 분위기였다. 여수시장의 요청을 받아 여수에서 3, 4회를 개최하고, 경주(5회), 목포(6회)에 이어 지난 당진(7회)에서는 200여 명의 학자가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알찬 결실도 맺었다. 7회 동안 발표된 섬과 바다 관련 논문이 1000여 편이 넘는다. 연구원에서는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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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정부에서는 강봉룡 교수의 열정을 인정해 '장보고대상 대통령상'을 수여했다.
ⓒ 강봉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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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7일, 강봉룡 교수가 국회 도서발전연구회에 참가해 발표할 자료이다
ⓒ 오문수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를 주도한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소는 2009년 인문한국(HK) 지원사업 선정에 이어 도서문화연구원으로 승격(2010년)됐고 대통령상 기관상도 수상했다. 강봉룡 교수로서도 2010년은 특별한 한 해였다. '장보고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학술연구를 뛰어넘어 정책적 대안제시와 해외까지 연구영역 확장

섬과 바다를 주제로 한 융합연구에 혁혁한 성과를 쌓아 이 분야 최고 연구기관으로 성장한 도서문화연구원은, 한국연구재단 등재의 국내학술지 <도서문화>와 Scopus 등재의 국제영문학술지 <Journal of Marine & Island Cultures>를 발간하고 있다.

탄탄한 기반을 닦은 그는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2013년 도서문화연구원 창립 30주년을 맞아 목포캠퍼스로 옮겨 단독 원사를 확보하였고, 한·중·일·대만 학자들을 초청해 <동아시아도서해양문화포럼>을 결성해 동아시아 차원의 섬과 바다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1회 일본 가고시마대학 포럼(2013), 2회 중국 상해해양대학과 절강해양대학(2014), 3회 목포대학(2015)에 이어 올 10월에는 대만해양대학에서 4회 포럼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를 넘어 국외로 연구 영역을 넓힌 도서문화연구원은 순수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정책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무인도서실태조사(해양수산부) ▲ 유네스코신안다도해생물권보전지역 지정(전라남도) ▲갯벌도립공원, 갯벌국립공원(전라남도) 지정 ▲ 전남 섬 자원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전라남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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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봉룡 교수가 편찬한 해양 관련 저서들. 왼쪽부터 <장보고><바다에 새겨진 한국사><바닷길로 찾아가는 한국 고대사>
ⓒ 오문수

 


자신이 펴낸 <바다에 새겨진 한국사>에 미진함을 느낀 강봉룡 교수는 한국해양사를 고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시대별로 세분해 차례로 발간할 예정이다. 그 중 지난 2월 발간할 <바닷길로 찾아가는 한국 고대사>는 고대에 해당된다. 

강 교수는 지금 꿈에 부풀어 있다.  도서문화연구원을 국가차원의 섬 종합기관인 일명 '섬발전진흥원'으로 키울 계획이기 때문이다. '섬발전진흥원'에서는  섬의 가치와 잠재력을 연구해 알리고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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