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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지 않는 세상, 우체국이 사라진다.

폐국 앞둔 안도우체국...“일방추진하면 강력 투쟁” vs “주민의견 반영하겠다”

  • 입력 2016.07.28 10:21
  • 수정 2016.07.29 23:17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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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역사를 간직한 안도우체국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가운데 마을 곳곳에 결사반대 펼침막이 내걸렸다.

“한 달 반 남겨두고 우체국을 없애겠다는 일방적인 통보가 사드배치와 다를게 뭐냐”

우체국 폐국을 앞둔 섬주민의 반발이다. 사드와 우체국 폐국의 공통 분모는 주민을 무시한 일방통보였다.

여수의 작은 섬 안도 주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65년 이어져온 섬의 유일한 금융기관이었던 우체국이 곧 없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안도리사무소에서 여수우체국장이 주최한 주민과의 대화가 열렸다. 이 좌담회에 주민대표를 비롯 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여수우체국의 '일방통보식 행정'에 강력 반발했다.

문 닫는 공공기관...편지 안쓰고 택배만 늘어

편지를 쓰지 않는 세상 탓에 65년 역사를 간직한 안도 섬주민들의 유일한 금융기관인 안도우체국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1951년에 생긴 안도 우체국은 65년의 역사를 안고 있다. 택배가 없던 시절 이곳은 우편물을 배달하던 집배원만 2명이었고 전체 대여섯 명이 근무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안도와 심장리 주민 500여명이 이곳을 주로 이용하지만 전체 직원은 2명뿐이다. 6년 전 금오도와 안도를 잇는 연도교가 생긴 후 농협이 없어졌지만 그나마 참을 만 했다. 바로 옆에 우체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주민들은 통장을 우체국으로 바꿨다.

여수우체국은 창구망 합리화 방안에 따라 남면에서 다리가 생긴 섬인 ‘안도’와 ‘화태’ 2곳을 없앨 예정이다. 안도우체국은 오는 9월 30일 금오도 남면 우체국으로 편입해 폐국을 앞두고 있다. 여수우체국이 제시한 창구망 합리화 사유의 첫째는 두 섬은 다리가 생겼고, 3년 연속 경영수지 1억 원 이상 적자가 났기 때문이라는 게 요지다. 예전 100원 200원 짜리 우표를 붙이던 편지는 줄어든 반면 3000원~ 5000원하는 택배는 대폭 늘었지만 수입이 줄었다는게 우체국의 주장이다.

이에 주민들은 강력 반발했다. 일방적인 통폐합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도 주민들은 “정부가 주민들 의견을 수렴치 않고 성주에 일방적으로 사드배치를 결정하더니 한 달반 뒤에 우체국을 없애겠다는 여수우체국의 일방통보는 사드배치와 똑같다”라고 졸속행정을 정면 비판했다.

주민들은 9월 30일 폐국 하겠는 의사를 내비친 우체국장에 대해 “그렇다면 오늘 이 자리가 폐국을 위한 수순 밟기인가 아니면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자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공공성' 무시한 폐국 있을 수 없는 일...'강력 투쟁' 예고

여수우체국이 주최한 주민과의 대화에서 안도 손민호 이장이 안도우체국 존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통폐합 추진은 있을 수 없다”면서 “섬에 노인들이 많기에 우체국이 차지하는 공공성과 이곳이 관광지라는 점을 반영해 달라”며 우체국 폐지는 결사반대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 3일(월. 수. 금)만이라도 근무할 것 ▲ 출장 우체국을 만들어 줄 것 ▲ 기존과 동일한 택배 이용이라는 3가지가 수용된다면 양보할 의사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여수우체국 우홍철 국장은 “우체국은 국가공무원이지만 특별회계를 받는다”면서 “안도가 적자가 난 것은 6년 전인데 1년에 적자가 1억이라 다리가 놓인 후 폐국 대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도리사무소에서 가진 주민과의 대화에서 경청중인 여수우체국장과 직원들의 모습

우 국장은 이어 “9월 30일 폐국 하겠다는 플랜을 세웠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오늘 자리는 일방 통보가 아닌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인 만큼 안도우체국은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이것까지 없어지면 국가기관은 하나도 없기에 존치해 달라는 여러분의 의견을 그대로 보고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손민호(68세)이장은 “섬에 7~80%가 고령노인인데 노인들에게 금융기관이 없어진다는 것이 참으로 예석하다“면서 ”오늘은 좋게 대화했지만 폐국이 결정되면 주민 생존권을 위해 우정사업본부를 찾아 결사반대 투쟁할 것“이라 경고했다.

서고지 김길홍(67세)이장은 “내가 한 달에 택배 200박스를 보내는데 우체국이 없어지면 매일 시간제한을 받고 택배비도 한 건당 1000원 이상 더 비싸진다”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도섬에서 가장 젊은 김명호(37세)씨는 “섬에 마지막 남은 금융기관이 없어지면 젊은 사람들이 불편해 누가 섬에 살겠냐”면서 “국가가 도시로 내쫓는 격이다”라고 우려했다

또 팬션을 운영하는 문영월(71세)씨는 “섬에 노인들이 많아 우체국이 폐지되면 버스가 없어 1만원씩하는 택시를 타고 금오도로 가야하는데 너무 불편하다”면서 “섬에 금융기관이 하나도 없는 건 노인들에게 보통 큰 일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섬에 사는 가장 젊은 김명호(37세)씨는 “섬에 마지막 남은 금융기관이 없어지면 아이 키우고 전복양식으로 먹고사는 택배이용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불편해 누가 섬에 살겠냐”면서 “국가가 도시로 내쫓는 격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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