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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일기 (17) 아주 오래된 질문, 인간이란?

언어,논리,이성,사유... 다 내려놓고 존재와 마주하는

  • 입력 2016.08.03 14:38
  • 기자명 민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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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자윤

기독교청년회(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의 인간이해를 드러내는 적극적인 표현 중에 “영(Spirit), 지(Mind), 체(Body)의 균형 잡힌 인격형성”이라는 말이 있다.

‘영 지 체의 균형 잡힌 인격형성’이란 무슨 뜻일까?

인간이란 육체적 존재(體)만도 아니고, 마음의 존재(智)만도 아니고, 영적인 존재(靈)만도 아니라는, 뜻으로 우선 쉽게 이해해 보자.

그리고 나서 다시 무엇인가? 영과 지와 체가 1/3쯤 골고루 섞여있는 상태를 상상하면 되는 건가? 1/3의 비율도 비율이지만, 어떻게 섞여있어야 할까?

몸이 본체고 마음이나 영은 부차적이거나 파생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마음이 몸과 영을 담고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영이라는 것이 근본이고 마음이나 몸은 일시적인 인연에 불과한 환상 같은 것인가?

다시 정리해보자. 체를 본체로 보는 유물론적 인간관이 한쪽에 서고, 영을 근원으로 보는 유심론적 인간관이 다른 한쪽에 설 수 있다. 그리고 또한 양쪽을 지양하는 중도론적 인간관도 있을 수 있다. 또, 또, 참나(眞我)설이나, 무아(無我)설이나, 대아(大我)설이나, 우주아(宇宙我)론이나...

그러고 보니 영(Spirit), 지(Mind), 체(Body)란 또 무엇인가?
그리고 그러한 개념규정은 실재와 부합하는가?
자, 그리고 이제, 우리는 어느 편에 서 있는가?

인간을 이해할 때조차도 편을 갈라야하는 현실이 슬프긴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무엇인지, 내가 속한 ‘인간’이란 무엇인지, 도 모르고 우리의 금생의 하나뿐인 삶을 살고 마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오래된, 아주 오래된, 퀘퀘묵은 질문이겠다.

내가 묻는 건지, 나에게 무언가가 물어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문답을 회피하고 나서야 어느 질문(問), 어느 배움(學)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학문(學問)’이란 물음을 통해서만 배움에 이를 수 있다, 고 했는데.
그래서 이런 걸, ‘화두’(話頭)라고 한다. 화두란 말머리란 뜻이다. 선불교의 수행방법으로 발전한 뒤에는 화두란 모든 질문의 근거가 되고 바탕이 되는 질문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이 화두를 풀면 모든 존재에 대한 의문이 한꺼번에 풀리게 된다. 이 화두를 답하면 나의 존재에 대한 답이 된다는 말이다.

화두는 논리적인 대답을 구하지 않는데 그 참뜻이 있다. 물음의 극한으로까지 몰고 가서, 존재의 극한으로까지 화두를 몰고 가서, 거기에서 저절로, 한방에, 단박에, 펑, 터지는 것이다. 직관이 열리고 세계가 환히 열리는 경험이다. 그러고 나면 실타래가 풀리듯 나머지는 저절로 풀리게 된다.

우리의 사유는 언어적으로, 개념적으로, 논리적으로, 분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언어논리나 분별로는 참된 지혜, 진리, 실재의 세계로 인도하지 못한다, 는 것이 아주 오래된 질문의 배경이다.

이분법적 언어세계, 이분법적 논리체계, 이원적 사고로는 주관과 객관, 정신과 물질, 본체와 현상, 몸과 마음, 선과 악, 미와 추 등에서 보이는 역설(paradox)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도가와 불가와 서양의 신플라톤주의 학파 등에서 보여주고 있다.

언어를 내려놓고, 이성적 사고를 내려놓고, 논리적 사유를 내려놓고서, 그것들이 텅 빈 공간과 시간 속에서, 존재를 마주할 때 일어나는 소리를 들음으로써, 그 존재를 경험함으로써, 존재하게 되는, 그러므로 그 역설을 초월하게 되는, 이분법이 사라지는, 둘이 아닌 경계에 들어서게 된다.

영원의 철학(올더스 헉슬리)과 베단타 철학과 불가(佛家)와 도가(道家)가 같은 질문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두고 사유하고 수행했다.

위대한 스승, 장자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장자가 말한
“하늘 땅 사람(天地人)이 내는 세 가지 피리소리(三籟)”를 한번 들어보자. (계속)

ⓒ  김자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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