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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찾은 오케스트라 "이런 공연은 450년 만에 처음"

감동 선사한 2016년 열린챔버 오케스트라 섬마을 공연...“사회적 기업 만들고파”

  • 입력 2016.08.08 21:05
  • 수정 2016.08.09 08:15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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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챔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동고지마을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

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존재를 찾아가는 긴 여행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미국인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인요한 박사의 말은 긴 여운을 남긴다. 그가 남긴 명강연은 지금도 널리 회자된다.

"삼대가 선교를 했고,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세우고, 교회를 세우고 우리 조상들은 한국을 많이 도왔지만 저는 거꾸로 도움을 많이 받은 사람이에요. 저에게 도움을 주신 분이 여기 앉아계십니다"

그의 말은 전혀 미국스럽지 않다. 자신을 낮추는 겸양지덕(謙讓之德)은 동서를 불문하고 들을수록 아름답고 값지다.

불볕더위...오케스트라로 식혔어요.

지난 5일 오후 4시 여수시 남면 안도 동고지명품마을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흰물결 넘실 춤추는 바다로 가자' 2016년 열린챔버 오케스트라 섬으로 찾아가는 5번째 공연이다.
첼로 연주하는 정한수 단장.15년 전 아이들이 처음 악기를 시작할 때 직접 첼로를 배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불볕더위다. 근래 보기 드문 무더위로 연일 산과 바다로 피서객들이 몰리는 요즘이다. 어지간히 더웠으면 좋으련만 그칠 줄 모르는 무더위가 밉기만하다. 더위로 짜증난다면 오늘 더위를 날릴 시원한 음악회 소식 한번 전하고자 한다.일평생 척박한 섬을 지키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애'이다. 미움과 사랑(love and hatred)이다. 가수 김영난은 <애증의 강>을 통해 이렇게 노래했다.

강건너 저끝에 있는 수많은 조약돌처럼

당신과 나사이에 사연도 참 많았소 ♪

사랑했던 날들보다 미워했던 날이 더많아

우리가 다시 저강을 건널수만 있다면 ♩

후회 없이 후회 없이 사랑할 텐데

당신이 그리워지면 저 강이 야속하다오 ♬

녹음이 우거진 동고지명품마을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중인 모습
푸른 바다가 펼쳐진 무대 앞에서 본 동고지바다의 모습

내 고향 동고지는 4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섬이다. 한때 50여 가구가 모여 살던 마을이었다. 그런데 이제 딱 11가구 남았다. 어르신들은 일만하고 살았던 일벌레였다. 이들에게 음악회란 사치였다. 하루종일 일터가 바다위 였고 척박한 밭을 일궈 자식 키우기 바빴다. 그렇게 세월은 하염없이 흘렀고 수년전 남편들은 모두들 멀리 떠났다. 이제 꼬부랑 할멈이된 어머니들은 네 분 남았고 나머지 나이든 청년들이 섬을 지키고 산다.

'흰물결 넘실 춤추는 바다로 가자'

열린챔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공연을 마치고 한컷

지난 5일 오후 4시 여수시 남면 안도 동고지명품마을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이 연주회는 섬마을을 지키고 사는 어른들과 관광객을 맞아 5달전 기획됐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누군가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누군가는 환영했다. 하지만 이날 음악회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바다가 확트인 야외무대에는 '흰물결 넘실 춤추는 바다로 가자' 2016년 열린챔버 오케스트라 섬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는 음향장비조차 없었지만 웅장하기만 했다. 마을앞 어가식당을 배경으로 30미터가 넘는 차광막은 하늘에 내걸려 그늘막이 됐다. 공연이 시작되자 준비된 100개의 의자에 관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반주자,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롯에서 내뿜는 오케스트라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앞서 이번 공연을 앞두고 <MBC 생방송 전국시대>에도 방영됐다. 또 CBS 전남 <가스펠 산책>에서도 미리 방송을 탔다. 섬마을 오케스트라를 위해 오전 8시 광주와 여수에서 출발한 오케스트라 공연팀은 화태리 월전항에 도착했다. 김동석 면장님은 행정선을 띄워 섬을 찾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여천NCC의 후원도 따랐다. 섬에 도착후 4시간의 리허설을 마치고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이날 공연에는 마을주민과 관광객 그리고 국립공원관계들을 비롯 100여명이 참석했다. 섬에서 가진 연주회라 나폴리 노래인 바다로 가자, 초록바다, 희망의 나라로, 어릴 때 많이 불렀던 동요 여름냇가가 준비됐다. 클래식 음악에 접어들자 이인애씨는 음악을 하나하나 설명해 가며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클래식 롯시니의 세빌리아 이발사, 희망을 전하는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뷔제의 오페라 카르멘이 연주됐다.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아리랑, 도라지타령, 울산아가씨 등 우리민요와 영화음악 캐리비안의 해적도 연주되자 어르신들이 기뻐했다. 마지막 앙코르 곡 어메이징그레이스는 섬마을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더없이 포근했다.

공연에 앞서 단장인 정한수 목사의 말이 이어졌다.

"날씨가 무지 덮습니다. 해마다 섬에 와서 연주를 하는데 안도 동고지명품마을은 처음이지만 4시간 가까이 연습했는데 주민들께서 오늘 연주회를 통해 힘내시고, 고향을 지켜가는 아름다운 마음이 더 있기를 바랍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오."

"공연을 위한 사회적 기업 만들고 싶다"

오케스트라 공연에 앞서 정한수 단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정기연주회와 섬마을 음악회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물음에 정 목사는 "섬마을 연주회는 시간이 많이 소요돼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그만하려고 했다"면서 "섬 연주회에 함께하신 분들이 평생에 오케스트라 연주를 처음 본다고 하신 분들이 대부분이고, 젊은 분들은 섬에 들어와서 살면서 오케스트라 연주는 몇 십 년 만에 처음 본다고 하신 분들도 많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건욱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날씨는 더웠지만 시원한 바다와 파도소리에 더위를 날린 멋진 공연이었다"면서 "1박2일 아름다운 추억을 쌓은 최고의 공연이었다"라고 말했다.

열린챔버오케스트라 악장 박지수양은 "올해 대학을 갓 졸업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런 재능기부를 통해 어르신들을 기쁘게 해드려 뿌듯하다"라고 전했다.

섬마을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하는 마을 어른신들이 기뻐하고 있다.
인사말 전하는 동고지명품마을 김안일 위원장의 모습

김안일 명품마을 위원장은 "이런 골짜기 명품마을까지 멀리 와서 음악회를 연주해 주신분들게 눈물이 날정도로 고맙다"면서 "450년 동고지 역사상 처음으로 음악회가 열렸는데 마을 주민들이 적어 관중이 부족했지만 마음은 천만 명이 있는 것보다 흡족하다"라며 "음악회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우리 동네도 많이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단장 정한수 목사는 내년 2월 제12회 정기연주회를 계획하고 준비 중이다. 정 목사는 박지수양 같이 음대를 졸업한 친구들이 마음껏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 교육과 공연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런 그의 꿈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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