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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에서 쪄낸 ‘보리개떡’이 그립습니다

여수 학동 도깨비시장 떡집 풍경

  • 입력 2016.08.10 13:58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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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시골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가마솥에 밥을 지어먹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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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어머니가 밥을 짓습니다. 매캐한 연기가 부엌 가득합니다. 머지않은 옛날 그 시절의 풍경입니다. 어머니는 눈물 콧물 찔끔대며 아궁이에 불을 지핍니다. 잘 마르지 않은 솔가지가 매캐한 연기를 뿜어대기라도 하면 어머니도 함께 눈물짓습니다. 무심한 연기는 부엌을 가득 채우고 나서야 굴뚝으로 스멀스멀 빠져나갑니다.

마을 굴뚝에선 새벽안개처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예전에는 시골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가마솥에 밥을 지어먹곤 했습니다. 가마솥 뚜껑이 들썩이며 눈물을 흘러내릴 때쯤이면 가마솥의 밥 위에 반죽을 얹어 보리개떡을 쪄냅니다. 그 시절에는 이렇게 보리밥을 뜸들이면서 개떡을 함께 쪄냈답니다.

보리가루로 반죽해 쪄낸 '보리개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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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개떡에는 그 시절의 향기가 오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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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개떡에는 순수하면서도 소박한 맛이 깃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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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무렇게나 반죽해 쪄낸 게 개떡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곡물을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보리가 흔해 보리가루를 반죽해 만든 보리개떡을 즐겨먹었습니다. 보리개떡은 보리가루를 반죽해 쪄내기도 하고, 여린 보리 이파리를 넣어 찹쌀가루와 쪄먹기도 했답니다.

여기는 여수 학동의 도깨비시장입니다. 재래시장에서 보리개떡(보리떡)을 사먹으면서 그 시절을 잠시 회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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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여수 학동의 도깨비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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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그때가 좋았습니다. 모두가 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지만 콩 한 조각도 이웃과 서로 나눠먹을 정도로 정이 넘쳤습니다. 음식을 만들면 서로 맛보라며 이웃에게 먼저 가져다줬습니다. 그래서 이웃은 모두가 다 이웃사촌입니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더 좋은.

이웃집 돌담장에 피어난 노란 호박꽃도 그립습니다. 호박 열매가 열리면 서로 나눠먹곤 했지요.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장독대의 항아리들도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어머니가 재래시장에 가는 장날이면 동구 밖에서 목을 빼고 어머니가 오길 기다리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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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시장 떡집에 진열된 다양한 떡들이 눈길을 붙듭니다.
ⓒ 조찬현

 


보리개떡은 추억입니다. 보리개떡에는 그 시절의 향기가 오롯합니다. 순수하면서도 소박한 맛이 깃들어있습니다. 심심할까봐 개떡 속에 듬성듬성 박아둔 강낭콩을 찾아 빼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도깨비시장 떡집에 진열된 다양한 떡들이 눈길을 붙듭니다.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석날 먹는다는 백설기도 있습니다. 여름철에 먹는 방울기정떡과 크고 작은 가래떡도 있습니다. 모싯잎으로 만든 모시송편도 오랜만에 맛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리개떡을 먹으면서 그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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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개떡(보리떡)은 보리 가루를 반죽해 쪄내기도 하고, 여린 보리이파리를 넣어 찹쌀가루와 쪄먹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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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석날 먹는다는 백설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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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싯잎으로 만든 모시송편도 오랜만에 맛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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