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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든 배로, 독도 열 번 탐사한 사람

[인터뷰] 전국순회 독도사진전 여는 이효웅

  • 입력 2016.08.10 14:13
  • 수정 2016.08.10 21:56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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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제작한 보트 코스모스호 위에 앉은 이효웅씨 모습
ⓒ 이효웅

 


"상황이 위태로울 때 '흔히 물가에 내놓은 아기 같다'는 말을 하는데 물가가 아니라 낙엽 같은 배 타고 우리 바다를 혼자서 다니도록 허락해주는 부인은 천사인가 아니면 포기했는가를 알고 싶습니다."

"남편이 배를 혼자 만들어 우리나라 바다 8000㎞를 돌고 지금은 카약으로 해안 동굴탐사를 하며 사진 촬영한다고 하니까 지인이 '멋있는 분이네요. 하지만 제 남편이라면 함께 못살 것 같다'고 했어요. 또 다른 분은 틈만 있으면 취미생활을 위해 바다에 나가 사는 남편을 둔 부인은 천사 아니면 바보일 거라고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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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만든 소형배를 타고 한반도 해안 8000킬로미터를 혼자서 돈 이효웅씨와 부인 김래규씨.
ⓒ 오문수

 


며칠 전 삼척에 사는 이효웅씨 부부가 여수에 왔을 때 필자와 이효웅씨 부인 김래규씨 사이에 오간 말이다. 여수에 사는 나와 강원도 삼척에 사는 이효웅. 도저히 인연이 닿지 않을 것 같은 데 어릴 때부터 함께 뛰놀던 친구보다, 40년간 정기적으로 만나는 몇 명의 친구보다 훨씬 더 가깝다.

이효웅씨와 내가 만난 건 국내유일 범선인 코리아나호를 타고 2015 나가사키 국제범선축제에 참가한 게 시작이다. 대단한 이력을 지녔으면서도 겸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에 흠뻑 반했다. 동갑에다 교직을 떠난 것도 같다. 

남들은 한 번도 어려운 독도를 직접 제작한 배와 카약을 타고 열 번 돌아본 이효웅. 지금껏 촬영한 사진 100장을 모아 전국순회 독도사진전을 열 계획인 그와 대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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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약탐사대의 천장굴 탐사(2015.7.29)
ⓒ 이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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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를 배경으로 나는 갈매기 사진
ⓒ 이효웅

 


- 바다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이며 바다탐험을 하기 위해 시작한 일은 무엇입니까?
"어릴 때 꿈이 동해바다 정복이었습니다.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코스모스 탐사선을 제작해 2000년부터 2007년 까지 약 8000km의 해양탐사를 하면서 한반도 일주의 꿈을 실현했습니다. 제가 계획한 코스모스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 만든 배 이름이 '코스모스'(나의 우주는 동해바다)호입니다.  코스모스 탐사선은 FRP선으로 자체 설계하여 학교 옥상에서 단독으로 제작했습니다. 제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16피트(4.8m),혼다 50마력,속력 20노트,연료탱크 120리터,1인용,전천후용, 장거리용. 주요 항해장비;해상용무전기(VHF), GPS, 항해등,해도,나침반 등.  

코스모스 해양탐사선을 제작·항해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사항은 엔진 구입이었습니다. 부족한 돈으로 엔진을 3회 바꾸어 장착하였어요. 폐기한 어선엔진을 저렴하게 구입하여 보링 후 사용하였는데 수시로 고장이 나서 항해하면서 혼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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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트클럽 독도탐사대 이사부호의 질주 모습
ⓒ 이효웅

 


- 코스모스호를 타고 혼자서 우리 바다 8000㎞를 돌았는데 두렵지는 않았는가요? 항해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나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사건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보람은?
"FRP코스모스호 제작 이전에 1998년부터 PE판을 이용한 놀이용 보트 3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2000년, 이 보트에 10마력 엔진을 장착해 해양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해 미조항에서  한려수도 400km를 처녀 항해한 것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미완성의 코스모스호로 2001년에 시작한 두 번째 항해는 남해대교-초도-거문도-제주도-홍도까지 1500km를 항해한 대장정이었습니다.

2002년, 코스모스호를 완성하여 대망의 독도탐사를 성공하여 '꿈을 이루었습니다.' 독도탐사 후 울릉도에 도착해 해경분소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온 후 보트에 누전으로 불이 붙었습니다. 보트를 전부 태워버릴 뻔했죠. 흐린 날씨에 울릉도에서 동해로 귀항 중 배터리 이상으로 GPS 및 무전기·핸드폰이 망가져서 나침반으로 원시항해를 했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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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작보트 해양탐사선 코스모스호 최초 독도 단독 입도(2002.7.29)
ⓒ 이효웅

 


- 대부분은 바다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사는데 반해 이 선생님은 혼자서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각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바닷가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바다가 경외심보다는 목표이며 이상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친척 및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지만, 바다는 제 꿈이었으므로 지금도 바다를 떠나서 살 순 없습니다. 요즈음은 보트는 아니지만 카약커로 활동하면서 투어링 및 해식동굴탐사 등의 해양활동을 하고 가끔 범선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 현재 삼척에서 (사)이사부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사부 기념사업회가 무엇이며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이사부 장군이 512년 6월, 우산국을 신라 영토로 복속시켰습니다. 당시 동해안은 수시로 왜의 침입을 받았는데 우산국 복속 후 200여년 동안 동해안에 왜의 침입이 없었습니다. 목우사자를 이용한 한 번의 전투로 동해 제해권을 확보하여 통일신라의 밑거름이 된 거죠. 

이와 같은 이사부 장군의 전술과 해양개척 정신을 본 받고자 매년 이사부 항로탐사를 실시해 올해 9회째 맞았습니다. 이사부 항로 탐사대원은 60세 이하의 젊은 남녀로 매년 40명씩 모집하여 범선 코리아나호로 3박4일 일정으로 울릉도 및 독도 탐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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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약으로 독도주변 항해 중 기념촬영
ⓒ 이효웅

 


- 이번에 전국을 순회하며  독도사진전을 열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선생님이 찍은 수많은 사진 중에 왜 하필이면 독도사진전입니까?
"젊었을 때는 주로 향토기록을 주로 하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하고 있고요. 그러다 코스모스호로 온 바다를 누비면서 '한국의 섬'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카약으로 독도를 열 번 정도 탐사하고 촬영하다 보니 독도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2002년, 레저보트 최초 독도 단독입도를 시작으로 보트탐사대 2회, 요트탐사대 2회, 이사부항로탐사대 및 범선으로 5회 등 총 10회를 탐사했어요. 동도 및 서도 정상 답사, 물골답사, 어민숙소 숙박, 독도 수영, 15개 동굴투어 등 독도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최근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며 후세들을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교직자로서 후세들에게 독도의 아름다움과 함께 독도가 이사부 장군 이후 우리 영토가 되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이사부와 독도'란 테마로 전국순회 전시회를 준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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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나호의 범주항해(2013.8.3)
ⓒ 이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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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부항로 탐사대의 '독도는 우리 땅'(2013.8.5)
ⓒ 이효웅

 


- 여러 명의 사진작가가 독도사진전을 열었는데 이 선생님의 독도사진은 그 분들과 뭔가 다른 점이 있을 걸로 압니다.
"그동안 10여 차례 보트탐사대와 이사부항로탐사대 대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당시 순간들을 주로 기록하였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카약투어를 하면서 15개의 해식동굴 모두(수중동굴은 입구만 답사)를 답사하였습니다.(동도에 6개, 서도 5개, 군함바위3개, 삼형제굴바위 1개)

독도의 해식동굴 중에는 3개의 희귀동굴이 있습니다. 첫째는 동도의 분화구인 천장굴이고, 둘째는 서도의 샘물이 나오는 물골동굴이고, 셋째는 서도의 수중동굴입니다. 이와 같이 보트와 카약으로 독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촬영하였으므로 제 사진에선 '독도의 변화와 독도의 속살을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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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트탐사대로 독도에 입도했으나 풍랑으로 출항하지 못해 독도에서 1박하며 촬영한 사진(2009)
ⓒ 이효웅

 


-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텐데 사모님이 바다에 나가는 걸 반대하지는 않았는지요?
"왜 안 했겠어요. 여름방학이 되면 온통 바다에 나가서 살지요. 바다에 갔다 오면  배를 만든다고 추운 곳에서 식사도 제대로 못해 십이지장궤양에 걸려 병원을 찾습니다. 어느 와이프가 좋아하겠어요. 그러나 지금은 이해하고 도와주기도 하고 '잘 갔다 오세요'라고도 합니다. 그것은 나의 목표가 뚜렷하다고 믿기 때문일 겁니다."

- 바다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다는 인생이요, 도전입니다.' 도전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남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해양탐험가와 해양사진가로서 남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부분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퇴직 후 카약을 이용해 갈매기 생태촬영과 우리나라의 해식동굴을 촬영하고 있으며, 이사부전선 연구와 자체 제작한 코스모스해류병으로 동해의 해류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사부와 독도'란 테마를 평생 프로그램으로 정하고 이사부와 독도 알리기에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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