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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급증’, 대책은 ‘걸음마’

산간지역 농사 포기, 피해 방지시설 설치 부담

  • 입력 2016.08.22 07:14
  • 수정 2016.08.22 07:16
  • 기자명 이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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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피해보상제 몰라, 보상금도 현실과 괴리 커”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급증하고 있지만, 농정당국의 대책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암에서 농사를 짓는 한옥현 씨는 지난해 밭에 콩을 파종했다가 까치가 다 파먹어버려 큰 피해를 입었다. 그물망을 치고, 조명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 마련은 비용이 들고, 번거로운 일인데, 완벽한 예방책이 되지도 못했다.

낙안에서 농사를 짓는 김은종 씨도 지난해에는 까치 때문에 고추농사를 망쳤고, 올해는 멧돼지 때문에 감자농사를 망쳤다. 1년 단위로 수확하는 농작물의 경우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한 해의 생계를 위협할 수준이다.
 

   
▲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농정당국의 대책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고라니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그물망.


이처럼 농민들 대부분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야생동물 피해가 많은 산간지역 농지는 농사를 짓지 못하는 곳이 늘고, 철조망이나 그물망 등 야생동물 피해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더라도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107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 중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47억 원으로 44%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까치, 고라니 등의 순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이 같은 자료는 각 지자체별로 취합한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보상금에 근거한 것으로 실제 농민들이 느끼는 피해는 훨씬 크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보상 조례’를 제정해 농민들의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고 있다. 순천시도 2005년에 조례를 제정해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를 모르는 농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순천시는 2015년 말에 조례를 대폭 개정했다.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 유해동물에 의한 피해만 보상하던 것을 야생동물로 확대하고, 농작물 피해만 보상하던 것을 산림작물과 수산물로 확대했다. 피해면적도 종전 330㎡ 이상만 보상하던 것을 50㎡ 이상으로 확대했다.

현재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농가당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야생동물에 의한 인명피해는 부상은 1인당 최대 500만 원, 사망은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례안과 달리 실제 지원액은 미미하다. 낙안의 김은종 씨는 올해 멧돼지가 감자밭을 헤쳐 수확할 수 없게 되었고, 피해액이 1000만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순천시가 보상할 수 있다고 산정한 피해액은 100만 원에 불과했다.

실제 순천시의 최근 3년 동안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 보상내역을 보면 2013년에 18건에 1460만 원, 2014년에 22건에 380만 원, 2015년에 33건에 2000만 원 수준이다. 순천시는 2013년부터 보험사의 보험상품에 가입해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고 있는데, 순천시가 지원하는 한해 보험료가 2000만 원 수준이어서 실질적인 피해 보상에 한계가 있다. 보험사에서는 한해 600~860만 원 씩 손해사정인의 피해조사비까지 부담하기 때문에 손해라며 올 8월부터는 보험 가입도 거절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순천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올해 8월부터는 순천시가 직접 보상할 계획인데, 예산이 부족하면 내년에 더 확보해서라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피해 보상액이 늘어나고 있다”며 “보상을 소득산정기준액에 따르다 보니 농가에서 기대하는 보상액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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