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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와 바라나시... 인도인의 ‘정체성’

범람한 갠지스강은 성지 위용 사라져

  • 입력 2016.08.24 08:28
  • 수정 2016.09.02 05:52
  • 기자명 정금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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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에서 행복의 길을 묻다 (2)

바라나시 도심의 새벽은 가축 사육장이나 마찬가지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는 소는 그대로 로드킬 당하고...

검붉은 강물은 15M 높이의 안내방송 스피커를 집어삼킬 듯이 흐른다

황토 빛 갠지스는 130만명의 도시 바라나시를 깨우며 도도히 흘렀다.
새벽 5시 전날 주민시위로 접근하지 못했던 갠지스 강이 깊은 용트림과 붉은 빛으로 여명을 밝히고 있었다.

폭우로 목에 차오를 대로 오른 검붉은 강물은 15M 높이의 안내방송 스피커를 집어삼킬 듯 물살을 갈랐고 힌두교인들의 성스런 자리, 가트(목욕계단)는 오간데 없었다.

그럼에도 갠지스의 신성함을 믿은 인도의 힌두교인과 불교인들은 새벽기도와 목욕을 통해 삶의 고통과 번뇌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래도 성지 갠지스는 아닌가? 범람한 물에 몸을 담그는 인도인들.

순례단이 도착한 날을 전후해 인도의 동북부 지방에는 인도의 몬순기후로 인한 집중호우가 쏟아져 내렸다. 당일 현지 보도는 알라하바드 지역의 폭우로 인해 갠지스 강이 범람, 40여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타전했다.

특히 갠지스 강변의 제방 화장행위 마져 중단되고 급기야 주택 옥상에서 화장 장례를 치르고 있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폭우로  40여명이 사망하고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갠지스 강을 접근하려는 바라나시 도심의 새벽은 실로 가축 사육장을 방불케 했다.

도로는 침수되고 곳곳의 가축의 배설물과 온갖 쓰레기들이 흙탕물과 뒤섞여 이리저리 쏠렸다. 엉덩이 처진 바지를 걷어 올린 노파, 상의를 벗어던진 노인, 기도용품을 파는 거리의 상인, 버겁게 수레를 끄는 환경미화원, 그리고 맨발로 새벽을 맞는 바라나시 시민들, 인도 바라나시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바라나시의 아침거리는 온통 가축 사육장을 방불케 했다.
가축 사육장인 길거리는 배설물이 가득하다.

숙소를 떠난 순례단은 바라나시 도심을 빠져나오면서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을 만났다. 교통의 요충지이자 혼잡지역의 걸음은 거의 짜증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경적소리와 함께 도심의 역동성은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폐차 직전의 버스에 일상이 실리고, 삶이 꾸려지고 도심 속 쓰레기 매립장에는 신성의 소가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흙탕물을 맨발의 용기(?)로 뛰어넘는 학생들의 등교길은 미래를 향한 인도의 걸음이자 희망이었다.

바라나시 도심의 정체는 40여분을 훌쩍 넘겼다. 보드가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버스는 우기의 습도와 훈풍을 가로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도 교차로의 정체는 어김이 없다. 버스에서 만난 갠지스는 이미 제방을 뛰어넘어 바라나시 가장자리를 집어삼켰다. 실제 범람을 목도하니 인도의 우기가 주는 홍수의 위용(?)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불어날대로 불어난 갠지스의 황토 빛 강물은 간신히 보이는 초목을 뒤흔들어 대며 바라나시를 위협했다.

집중 폭우 뒤인지라 정체는 유달리 심했다. 자전거, 오토바이, 승용차, 트럭 등 교통수단이라면 모두가 고속도로로 모여들었기에 어쩌면 정체는 당연한 것이었다.

심지어 소가 고속도로에 올라 역주행하고 있다. 죽은 소가 고속도로 가장자리에 방치되어 있고 이를 개와 까마귀가 배를 채우고 있다. 이것이 인도의 일상이자 고속도로의 한 단면이다.

차에 치어 죽은 소는 다름 짐승의 먹이가 된다

우기의 집중호우는 인도 곳곳을 침수시키고 그 틈을 타 모내기에 열중하는 농민들의 분주함도 여행길의 기억을 채우는데 충분했다.

점점 멀어지는 바라나시는 참 인상적인 도시다.
인도인의 정체성을 설명하는데 한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도심의 규모는 인도에서 22번째이지만 인도인들의 믿음과 정서를 설명하는 데는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갠지스 강을 접하는 도시 중 인도의 문화의 산실이자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멀리 갠지스 강가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마도 유명을 달리한 한 생명의 화장 표시일 것이다. 인도에서 사람이 죽으면 24시간 이내에 화장을 해야 한다. 갠지스 강 제방은 화장터로 유명하다. 한사람을 화장하는데 소요되는 나무 값은 한화로 5만 원선, 3시간이면 육신을 태우고 마지막 심장이 타고나면 수습과 함께 갠지스 강에 뿌려지고 화장은 끝난다.

죽은 모든 이를 화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가 죽거나 임신한 채 사망한 여인, 코부라에 물려 죽은 사람, 고행하다 유명을 달리한 사람은 뗏목에 띄어 보낸다. 문둥병으로 죽은 사람은 전염의 이유로 돌을 메달아 수장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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