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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호외국인, '이메일 수발신' 못했다

외국인보호소 대상 정보공개 청구 결과... 이메일 허용했지만, 내역 없어

  • 입력 2016.08.29 21:08
  • 기자명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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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외국인보호소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임금체불 해소 내역과 독거실 격리 현황
ⓒ 정병진

 

법무부 산하 국내 주요 외국인보호소가 보호외국인의 이메일 수발신조차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있음이 정보공개로 드러났다. 질병이 있는 보호외국인의 외부 진료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법무부 직원의 지시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독거실(징벌방)에 격리하는 사례들마저 있음이 확인돼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자는 정보공개청구로 8월 22일부터 25일 사이 국내의 주요 외국인보호소인 화성외국인보호소, 청주외국인보호소, 인천출입국사무소, 여수출입국사무소 등 네 곳의 작년 10월 1일부터 올해 8월 8일까지의 외국인 보호 실태 자료를 받았다. 이들 네 곳의 법무부 시설은 연간 2500여 명에서 1만 여 명에 이르는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이 단속돼 일정 기간 보호외국인으로 지내다 본국으로 강제퇴거 되는 곳이다.

대부분 강제퇴거까지 1~2주 기간을 보호소에서 생활하지만 3개월 이상 장기 구금돼 생활하는 보호외국인도 존재한다. 청주외국인보호소는 작년 10월 1일부터 올해 8월 8일까지 전체 4336명의 보호외국인 중 3개월 이상 구금자가 24명(0.5%)이고 그 가운데 7개월 이상인 보호외국인은 6명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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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외국인보호소 독거실 격리 현황 자료, 담배 및 라이터 등을 반입한 자를 독거실에 격리한 사례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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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전체 1만56명 중에서 3개월 이상인 보호외국인은 102명(1.0%)이고 그중에 7개월 이상인자는 5명이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2683명 중 3개월 이상인자는 18명(0.6%)이며 그중 6명은 7개월 보호소에서 생활하였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의 경우는 2583명 중에서 3개월 이상 구금생활을 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보호외국인의 질병 치료 내역을 살펴보면 호흡기질환, 근골격질환, 위장관질환, 피부질환, 심혈관질환, 정신질환까지 다양한 질환자가 발생하였음에도 외부진료를 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는 작년 10월 1일부터 올해 8월 8일까지 전체 1만1793명의 환자 중 외부진료는 84건(0.7%)이고 청주외국인보호소는 전체 4784명 환자 중 외부진료가 81건(1.6%),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전체 환자 124명 중 외부진료는 30건(24%),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3,579명 환자 중 외부진료가 30건(0.8%)에 불과하다.

외부진료 비율이 적은 이유에 대해 화성보호소 관계자는 "환자의 질병이 어느 정도 중해야 외부진료를 나가는데, 이는 의무과장과 공중보건의가 판단해 소장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질환이 중한 경우는 해당 나라의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통해 최대한 본국 송환을 빨리 하기에 외부진료 비율이 적은 것 같다"고 했다.

청주보호소 관계자는 외부진료가 적은 이유에 대해 "보호소에 의사(의무과장, 공중보건의)가 있기에 큰 증상이 아니면 여기서 다 치료된다"고 밝혔다. "보호소에 의사가 있는 건 알지만, 가령 안과 전문의가 정신과 환자를 볼 수는 없지 않느냐? 의사 혼자서 다양한 질환자를 어떻게 다 치료할 수 있느냐?"고 묻자, "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여수출입국 관계자는 외부진료가 적은 이유를 "본인들의 요청이 적어서 그렇다"면서 "요청이 있으면 거의 (외부)진료를 나간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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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외국인보호소 보호외국인의 질병 치료 및 임금체불 해소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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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외국인의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법무부와 노동부의 협력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2월 11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참사로 11명의 보호외국인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하였고, 그중 대부분은 임금체불로 인한 장기구금자로 드러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국가인권위는 법무부와 노동부의 협력으로 보호외국인의 임금체불을 적극 해소할 것으로 이미 권고하였다.

하지만 9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화성, 청주, 인천, 여수의 보호소(출입국)에서는 직원들이 보호외국인의 고충을 상담해 임금체불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소할 뿐이지 '지방노동사무소'에 의뢰한 내역은 찾기 어려웠다. 보호소 직원이 체불임금의 고충을 해소해주지 못하면 보호외국인 스스로 노무사에게 임금체불 해소를 의뢰하거나 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호외국인의 임금체불 해소내역을 대조해 본 결과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작년 10월 1일부터 올해 8월 8일까지 전체 1478건 9억 1400여 만 원의 체불임금을 처리하였다. 같은 기간 청주는 699건 2억 5500여 만 원을 처리했고, 인천은 434건 3억 4729여만 원을, 여수는 325건 6억 9500여만 원의 체불임금을 처리하였다.

보호외국인의 독거실 격리 실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호외국인을 독거실에 격리하는 주요 사유를 보면 "자해, 난동, 타인위협, 도주기도, 지시불응, 기타" 등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지시불응자'를 격리한 사례가 청주(1명)와 화성(5명)의 보호소에서 있었음이 드러났다.

화성보호소의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지시불응자'의 독거실 격리 이유에 대해 "예를 들면 운동 시간이 다 끝났으니 들어가라고 직원이 몇 번씩 말하고 경고했음에도 듣지 않는 자를 격리한다"고 말했다. 지시에 불응한다고 곧바로 독거실에 격리하지 않고 몇 차례 경고의 절차가 있다고는 하나, '지시불응'만으로 사실상 징벌방에 해당하는 독거실에 격리한다는 건 과도해 보인다. 화성보호소는 독거실에 격리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인 5일 동안 격리한 건수도 12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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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외국인의 이메일 수발신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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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외국인의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 수발신 내역을 살펴보면 각 보호소마다 '허용' 또는 '제한적 허용'을 한다면서도 정작 "이메일 수발신 내역은 없다"고 밝혀 사실상 보호외국인이 인터넷을 통해 이메일을 수발신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보호외국인이 외부인과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은 편지나 보호실에 설치된 공중전화기뿐이다. 이 전화기로는 보호소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는 없고 내부에서 외부로 발신만 가능하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 IT 강국인 한국에서 형사범도 아닌 행정범인 보호외국인은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마저 주고받을 수 없는 것이다. 독일의 외국인보호소의 경우는 진작부터 보호 외국인의 인터넷 활용이 가능하게 돼 있다. 법무부가 외국인이 체류기간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인신 구금은 물론, 통신의 자유까지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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