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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그들의 붉은 심장을 자극하고 싶다.

영어 단어나 수학공식 보다 중요한 것들

  • 입력 2016.09.04 22:04
  • 수정 2016.09.05 07:46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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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자윤

요즘 방과후 시간에 제자들에게 생뚱맞게 맹자를 안내하고 있다. 제자들은 내신 관리 때문에 낮에는 학교에서 밤에는 학원에서 지식 쌓기에 한가할 틈이 없다.

당장 명문대에 합격해야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제자들에게 ‘利(이)’보다는 ‘仁(인)’이니 ‘義(의)’를 이야기하는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서생(書生)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맹자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린“선한 목적은 선한 방법으로만 이룰 수 있다.”와 “선한 목적이 악한 수단을 정당할 수 있다”라는 대명제 앞에서 매일 서성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성세대가 삶이라는 이유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모순된 언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아이들도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닳아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제자들에게 맹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맹자 첫 장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구절은‘何必曰利(하필왈리)’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전쟁을 하는 왕에게 맹자가 던졌던 첫 말이다. 그 전쟁이 이면에는 이익이라는 탐욕이 숨어있고 그 이익을 얻기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백성들이 죽어간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이자 아버지인 왕이 이익만을 생각할 때 맹자는 “어찌 반드시 이익만 말씀하십니까? 인(사랑)과 의(정의)가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맹자가 이익을 말하지 않고 인과 정의를 말한 것은 물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고, 앞을 멀리 볼 줄 알기 때문이다.

오늘날 경쟁을 제일로 삼고 이익만 챙기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계속 문제와 혼란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맹자는 “上下交征利而國威矣?(상하교정리이국위의)”라고 말한다. 지위 높은 사람이나 평범한 서민까지 서로가 이익만을 챙기면 국가가 위태롭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명한 진리이다.

특히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의 영혼은 어떠한가?
‘인’과 ‘정의’의 맑은 영혼을 지니기보다는 ‘이’만을 생각하는 소심(小心)이 가득 차있지 않은가.

맹자는 "어질면서 그 어버이를 버리는 자가 없으며, 의로우면서 그 주군을 뒤로 하는 자가 없습니다. 왕께서는 또한 인과 의만을 말씀하실 뿐인데, 어찌 반드시 이익을 말씀하십니까.(未有仁而遺其親者也。未有義而後其君者也。王亦曰仁義而已矣。何必曰利)"라고 말한다.

맹자의 말은 단순하지만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질면서(인) 부모에게 불손하고 이웃을 멀리한 사람을 보지 못했고, 의로우면서 친구나 윗사람에게 무례(無禮)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하필왈리(何必曰利)’만 이야기하는 양혜왕같은 소인(小人)만 넘쳐나고 ‘역유인의이이의(亦有仁義而已矣)’역설하는 맹자와 같은 대인(大人)은 소리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  김자윤

결코 인과 의가 실천하기 어렵거나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인과 의의 본모습을 맛보지 많았을 뿐이다. 원칙을 지키며 바른 길로 가면서 남을 배려해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살면 모두가 이익을 추구하지 않아도 결국은 많은 사람에게 이롭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내일도 묵묵히 제자들에게 맹자와의 대화를 주선할 것이다.

“머리에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기억하는 것처럼 가슴에도 인과 의를 새기라”고 톡톡톡 그들의 붉은 심장을 쉼 없이 자극하고 싶다.

 

위 에서 인용한 원문과 해석을 필자가 첨부한 내용
맹자의 “何必曰利” 원문과 해석을 적어본다. 

“孟子見梁惠王。王曰 叟不遠千里而來。亦將有以利吾國乎。 
맹자께서 양혜왕을 알현하셨다. 왕이 말씀하셨다. "노인께서 천리를 멀다 여기지 않고 오셨으니, 또한 이로 저희 나라를 장차 이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

孟子對曰。王何必曰利。亦有仁義而已矣。王曰何以利吾國。大夫曰何以利吾家。士庶曰何以利吾身。上下交征利以國危矣。
맹자께서 대답하셨다.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또한,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은 ‘어떻게 나의 나라를 이롭게 할까’ 말하며,  대부는 ‘어떻게 나의 가문을 이롭게 할까’ 물으며,  선비와 서인들은 ‘어떻게 나를 이롭게 할까’라 할 것이니, 위와 아래가 일제히 이익을 취하면 나라가 위태롭습니다."

萬乘之國。弑其君者。必千乘之家。千乘之國。弑其君者。必百乘之家。
"만승의 나라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천승의 가문이며, 천승의 나라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백승의 가문 사람입니다."


萬取千焉。千取百焉。不爲不多矣。苟爲後義而先利。不奪不饜。未有仁而遺其親者也。未有義而後其君者也。王亦曰仁義而已矣。何必曰利。
"만에서 천을 취하고, 천에서 백을 취하는 것이 많지 않다고 이를 수 없습니다. 만일 의로움을 뒤로 하고 이익을 앞으로 하면, 빼앗지 않으면 만족해하지 않습니다."
"어질면서 그 어버이를 버리는 자가 없으며, 의로우면서 그 주군을 뒤로 하는 자가 없습니다. 왕께서는 또한 인과 의만을 말씀하셔야 하는데,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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