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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외서초, 오케스트라 만들어 베를린 간다

  • 입력 2016.09.17 16:24
  • 수정 2016.09.17 16:25
  • 기자명 이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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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사업의 ‘성과’로 평가

학생들, 목표 뚜렷하니 하교도 미루고 맹연습

전교생 23명에서 1년 새 33명으로 늘어나

   
▲ 올 10월 베를린 국제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참가를 앞두고, 지난 8월 순천청소년수련관에서 교내 작은음악회 형식으로 학부모를 초청해 사전 발표회를 가졌다.

학교 문을 닫거나 복식수업을 염려할 정도로 학생 수 급감을 걱정하던, 시골학교 외서초등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학생 수가 1년 만에 10명이 늘어나고, 전학 오려는 학생이 대기하고 있을 정도이다. 오는 10월에는 3학년부터 6학년생 모두가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서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베를린 공연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하교도 미루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순천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외서면. 현재 530세대, 997명이 살고 있다. 도심의 웬만한 아파트단지 1개보다 적은 숫자이다. 이처럼 인구가 급감하면서 아이들 구경하기도 흔치 않다. 외서에 있는 유일한 초등학교인 외서초등학교는 1927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86회, 4673명이 졸업했다. 한 때 수백 명이 재학했지만 지금은 6개 학급에 33명의 학생이 전부이다. 

이런 외서초등학교가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이다. 지난해 9월, 한미희 교장이 부임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에는 조손세대가 적지 않다. 시골학교에서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고민하던 한미희 교장은 직전에 근무했던 여수소호초등학교가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독일 베를린에 있는 음악학교와 교류를 하고 있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여수소호초등학교와 함께 베를린 음악학교와 교류 협약을 하고, 음악교육과 국제오케스트라 페스티벌 협연을 추진했다.
 

   
▲ 8월 26일 외서 주민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한 한여름 밤의 희망동행 음악회 공연 장면
   
▲ 지난 8월 열린‘희망동행 음악회’에 참석한 외서 주민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지난 2월 16일 독일을 직접 방문해 베를린음악학교와 협약을 체결했고, 오는 10월 26일부터 11월 6일까지 베를린을 방문해 국제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는 소호초등학교에 교감으로 근무하며 베를린음악학교와 교류를 해 왔던 인연이 도움이 되었다.

2월에 협약을 체결한 이후인 올 3월, 새학기가 시작하자 전교생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방과후 학교 교사를 바이올린과 리코더 지도교사로 선임해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다.

   
▲ 베를린에서 함께 공연할 여수소호초교와 외서초교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협연 연습 장면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해까지 전교생이 23명으로 복식수업을 걱정할 정도였는데, 올해만 10명이 전학을 오거나 새로 입학했다. 전체 33명의 재학생 중 외서면에 거주하는 아이가 11명이고, 순천 도심에서 에듀버스(교육청 지원 통학버스)로 통학하는 아이가 22명이나 된다. 순천도심에서 전학 오려는 학생이 더 많지만, 에듀버스의 승차인원 제한으로 받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종전에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도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아이들이, 올 10월에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 참여하여 베를린 음악학교 아이들과 협연할 것이라는 목표가 세워지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매주 3차례 방과 후 교육시간에 바이올린과 리코더 교육을 하는데, 하교도 미루고 연습에 집중할 정도이다. 지도교사들은 “이제 5개월을 연습했는데, 다른 학교 1년 6개월의 연습 성과를 보인다”고 평했다. 한미희 교장은 “지난해부터 소호초등학교와 교류하면서 12월에 송년음악회를 함께 했고, 지난 8월에는 학부모를 모시고 작은음악회를 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6일에는 외서지역 주민을 초청해 ‘한여름방의 희망동행음악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외서초의 오케스트라를 지원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실력 점검의 기회였다는 설명이다.

오는 10월 26일부터 베를린을 방문하는 외서초 아이들은 베를린 국제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베를린 필 하모닉 공연을 관람한다. 베를린음악학교 아이들과 함께 음악캠프도 열고, 개인레슨도 받는다. 남는 시간에는 독일의 역사와 문화, 생활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서초의 오케스트라 운영과 베를린 공연 성사에는 순천시와 순천교육청, 전남예총, 지역주민 등의 도움이 컸다. 한 교장은 “아이들의 교육에는 온 마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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