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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거울같이 물 맑은 섬 ‘어청도(於靑島)’

멋진 등대와 섬 둘레 데크 길은 명품

  • 입력 2016.09.29 17:34
  • 수정 2016.10.01 08:35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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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어청도 모습. 항아리처럼 움푹 패인 곳에 있는 항구가 천혜의 항구임을 말해준다
ⓒ 오문수

 

지난 주말 지인과 함께 어청도에 다녀왔다. 면적 1.8㎢, 해안선 길이 10.8㎞인 어청도는 물 맑기가 거울과도 같이 맑아 어청도(於靑島)라 불렸다. 전라북도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고군산 군도의 한 섬으로 군산항에서 72㎞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군산항을 떠난 배가 2시간 30반을 달려 도착한 어청항은 깊이 패인 항아리 속처럼 생긴 곳에 자리하고 있다. 수심 20m 미만의 넓은 만이 있어 어항으로 좋은 조건을 갖춰 천혜의 항구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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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의 당집인 치동묘로 군산시 향토문화유산 제41호 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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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청도 주봉인 당산 (198m) 정상에 세워진 봉수대 모습. 높이 2.1m, 지름 3.6m 규모로 고려 의종 3년(1148년)에 세워졌다. 남해에 세워진 봉수대는 주로 남쪽의 왜구에 대비하기 위해 세워졌으나 어청도 봉수대는 서해로 부터 오는 외적의 감시 및 경계를 목적으로 세워졌다.
ⓒ 오문수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섬의 당집인 치동묘(군산시 향토문화유산 제14호) 전설에 의하면 백제 시대에 이미 사람이 거주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 시대에는 주로 귀향지로 이용됐다고 한다.

조선 말엽에는 충청남도 보령군 오천면에 속하였다가 1914년 일제 강점기 행정 구역 개편 때 옥구군에 편입되었고, 1986년 군산시로 편입되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고기가 많이 잡혀 어업전진기지가 설치됐고 고등어와 청어가 많이 잡혔다.

1월 평균 기온 -0.8℃ 내외, 8월 평균 기온 25.7℃ 내외, 연강수량 1190㎜ 정도인 어청도. 배에서 내려 해안가를 돌아보니 여느 항구처럼 우체국, 파출소, 학교와 식당 가게가 늘어서 있다.

섬의 형태는 서쪽으로 트인 'ㄷ' 자형을 이루고 있으며, 북서 계절풍에 의한 침식으로 섬의 북서쪽에는 높은 해식애가 발달하였다. 100m 내외의 산지로 이루어진 섬은 나무가 울창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재선충으로 거의 모든 해송이 초토화돼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고사해 보는 이를 가슴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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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주변을 돌아보니 대부분의 해송이 재선충 피해를 입어 고사하고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 오문수

 

어청도는 중국과 가까워 중국무역선이 와서 문물교류가 이뤄지기도 했다. 91년 전 일본인들이 세운 초등학교는 많을 때 200명이 재학했지만 현재는 9명만 남았다.

어청도는 현재 120여 명의 주민이 거주 중이다. 취락은 동남쪽 어청 마을에 분포하며, 주민의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연근해에서는 광어, 우럭, 붕장어, 방어, 농어, 삼치, 꽃게, 아귀 등이 잡히고, 농산물로는 마늘, 양파를 재배하며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정도로 채소를 생산한다.

항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갓잡은 꽃게를 손질하고 조그만 어선에서는 부부가 70~80㎝ 돼 보이는 삼치를 하역하고 있었다. 오염되지 않은 어청도 홍합과 돌김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한창 조기가 많이 잡힐 때는 항구에 배가 가득했고 아가씨들도 많았다고 한다.

배 출항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침도 굶은지라 '동성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시킨 후 주인아주머니와 대화하다가 아주머니의 걸쭉한 말에 빵 터졌다. 아주머니는 식탁위에 깔 비닐을 던져주며 우리에게 일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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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파 들어간 '동성식당' 아주머니의 걸쭉한 입담과 맛있는 해물탕에 한결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 오문수

 

"일할 사람이 없으니 오빠들이 식탁위에 까세요"
"내가 식탁위에 비닐 깔았으니 1000원 까 줘요"
"100원!"
"엥? 그렇다면 수저 놓으면 200원 까 주는 거예요?"
"그래서 고기 한 마리 더 놨잖아!"

육지에 나가 식당을 차렸던 아주머니는 "월세내고 직원월급 주고 나니까 남는 게 없어 고향집으로 돌아와 혼자 장사하는데 나가는 게 없으니 괜찮다"고 말하며 맛있는 고기와 맛깔스런 매운탕까지 내놨다.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든 어청도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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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든 어청도등대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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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청도등대 인근의 정자와 해변풍경은 절경이었다
ⓒ 오문수

 

어청항 반대쪽에는 어청도등대가 있다. 중국이 가까워 중국 산동반도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어청도 등대는 1912년에 건설됐다. 어청도 등대의 등탑은 조형미를 살리기 위하여 상부를 전통 한옥의 서까래 형상으로 구성했다. 홍색 등롱과 등탑 그리고 세월을 느낄 수 있는 돌담이 어우러져 예술적으로 손색이 없다.

"차 한 잔하게 들어오시라"는 등대관리소장의 말을 듣고 들어가 대담을 나눴다. "불만 밝히고 오랫동안 집에 못가니 외롭겠다"고 하자 소장이 설명했다.

"외롭지 않아요. 세 명이 교대 근무하며 쉬는 날에는 집에도 가니까 괜찮아요. 등대는 불만 밝히는 게 아니라 음파, 전파, 광파를 이용해 뱃길을 안내합니다. 옛날에 '~지기'라는 의미는 약간 비하하는 뜻이 숨어있었죠. 창고지기, 등대지기, 문지기 같은 단어 속에 약간 비하하는 뜻이 숨어있었습니다. 지금은 항로표지 관리원이라고 부르며 저를 항로표지 관리소장이라고 부릅니다"

과연 그랬다. 사무실 벽에는 현지의 기상상황(풍향, 기온, 풍속, 습도, 강수유무, 강수량, 어제 강수량)을 기상청에 실시간으로 자동 보고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등대를 떠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둘레길을 따라 항구주변을 구경했다. 온갖 꽃들과 풀들이 자생하고 있었지만 재선충으로 고사한 해송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항구 입구에 도담삼봉처럼 생긴 '농배 섬'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산 정상에서 보았던 모습과 다른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백사장과 산책로, 금강산처럼 뾰쪽뾰쪽 솟은 바위모습은 분명한데 백사장 곳곳에 자갈과 돌들이 굴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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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청항 입구에는 단양 도담삼봉 같은 아름다운 '농배섬' 주변으로 멋진 산책로가 나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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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배섬 인근에 놓여있는 산책로 주변의 백사장에 자갈과 돌들이 굴러다닌다. 동네주민의 말에 의하면 산책로를 설치하기 전 이 사장은 금모래빛 해변으로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고 한다. 데크를 설치할 때 경사지를 훼손해 아름다운 백사장이 망가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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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청항 안쪽에 있는 백사장과 또 다른 백사장 중앙에 물양장이 설치돼 경관을 해치고 돌과 자갈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동네주민의 얘기다. 주민들은 물양장을 없애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복원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 오문수

 

알고 보니 산책로를 만들며 데크 공사를 했던 인부들이 해안가 경사지를 무분별하게 훼손해 자갈과 돌들이 금모래사장을 침식했다. 무엇보다 눈에 거슬린 것은 백사장과 백사장 사이에 쌓은 물양장이다. 뜻있는 주민들은 물양장을 해체해 옛적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되돌리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동네주민들 얘기다.

"물양장이 생기기 전에는 고운 모래가 쌓인 백사장에서 하루 종일 헤엄치며 고기 잡고 놀았는데 인공구조물인 물양장이 생기면서 돌과 자갈이 굴러다니고 해수욕장 운치를 망쳤어요. 하루빨리 물양장을 해체해 명품해수욕장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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