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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어청도(2)

자연보존에 기여하는 사람들

  • 입력 2016.09.30 11:18
  • 수정 2016.09.30 11:21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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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청도를 찾은 새들을 관찰하는 덴마크 출신 사진작가 라슨과 대학연합 야생조류회원들 모습
ⓒ 오문수

 


지난 주말 지인과 함께 어청도 여행을 다녀왔다. 어청도는 방송국에서 날씨예보를 할 때나 들었던 섬이다. 군산에서 72㎞ 떨어진 섬 어청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쉽게 갈 수 있는 섬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새들의 중간기착지라 희귀한 새들이 많아 조류연구자들이 자주 찾는 섬이다. 

동행했던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가 어청도행 여객선 선실을 돌아다니다 지인들과 반갑게 악수를 하며 나를 소개시켰다. 회원 17명과 동행한 등산복 차림의 '섬으로' 모임의 카페지기인 이승희(43세)씨와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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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을 찾아 답사하는 '섬으로' 회원 까페지기 이승희(왼쪽)씨와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 씨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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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으로' 회원들이 봉수대에서 드론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 오문수

 


매월 한 번 섬 답사를 떠나는 '섬으로' 동호회 회원 수는 1000여 명.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 9년째로 300여 섬을 답사했다. 섬을 여행하는 이유를 묻자 "알 수 없는 끌림"이라고 대답했다.

"섬을 여행하며 기억에 남는 일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자 "백도탐방 갈 때는 괜찮았는데 돌아올 때 갑자기 날씨가  나빠져 선장이 진땀을 흘리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매달 섬 여행 떠나는 남편에 대해 부인이 반대하지 않느냐?"고 묻자 "가끔 동행하기도 하고 딸(초6)도 동행한다"고 전한 그는 "만약 날씨가 나빠져 방문이 무산될 때를 대비해 인근 관광지를 대안으로 마련한다"고 한다.

처음에 섬에서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현실에 부닥쳐 그냥 섬 전도사가 되기로 했단다. 내친김에 이승희씨의 섬 사랑관에 대해 듣기로 했다.

"육지에서는 훼손되고 사라져가는 것들이 섬에는 보존되어 있어요. 영토 확장과 영토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고 위험한 지역이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습니다.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랄까요? 섬을 알려야 된다는 소명감이 생겼습니다"

항구에 도착하니 이재언 연구원 지인이 한 분 마중 나왔다. 어청도에서 태어나 대기업에 다니다 정년퇴직한 후 고향에 돌아와 펜션을 운영하며 틈틈이 시도 쓰고 작곡을 하는 이종선(65세)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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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에 근무하다 정년퇴직하고 고향에 돌아와 시와 작곡을 하며 펜션을 운영하는 이종선씨 모습. 25년동안 작곡한 노래가 100여곡이고 시도 250여편 썼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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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 잡은 꽃게를 손질하는 부부 모습
ⓒ 오문수

 


"어렸을 때 군산까지 가는데 어선을 타고 7~9시간이나 걸렸어요. 당시 나는 왜 이렇게 작은 나라 작은 섬에 태어났나하고 자신을 원망했어요. 지금은 시간있을 때마다 교회에 가서 봉사하고 작곡과 연주를 하며 펜션을 운영하는 게 행복해요. 하지만 행복하면 할수록 고독감도 커집니다. 그래서 작곡하고 시를 씁니다."

이종선씨가 기타를 치며 작사 작곡한 <내고향 어청도> 한 곡을 들려줬다.

물맑고 경치좋은 내고향
어종도 많아 기쁨주는 내고향
철따라 고운옷 입혀주며
희망 가득채워준 내고향
오늘도 나를 불러주어 함께 노래하네

내가 어렸을 적에 절망 뿐이었던 고향은
철들어 가며 알았다오 스승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
둥지처럼 이루어진 천연항은 어머님의 품이라오 아름다운 호수라오
오! 내고향 어청도여 이젠 다시 피어나리
저 들에 꽃들처럼 저 하늘에 샛별처럼 

부인과 사별한 그는 장성한 아이들을 출가시키고 혼자서 펜션을 운영한다. 그는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동안 합창부에 들어가 음악공부하면서 레슨도 받고 작곡공부를 했다. 그가 25년 동안 작곡한 노래가 100여 곡이고 시도 250여 편 썼다. 그에게 "고향인 어청도에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물었다. 

"어업기술이 발달하고 중국배가 고기씨를 말려버려 어업경기가 옛날 같지 않아요. 경제가 제일 어렵죠. 육지에서 관광객이 들어오도록 둘레길을 정비하고 더 이상 자연을 훼손되지 않도록 보전하면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힐링이 되는 섬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배에서 우연히 만났던 라슨(Larson). 커다란 망원경을 든 그에게 관심이 있어 말을 걸자 자신을 소개하고 어청도를 방문한 이유를 말해줬다. LG그룹과 거래하는 덴마크 출신의 IT전문가이자 사진가인 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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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원경을 이용해 라슨이 촬영해 보내준 '벌매'. 김유민 부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수리과라고 하며 매가 아니란다. "매가 아니다"라며 부인하는 라슨의 전문적 식견에 깜짝놀랐다.
ⓒ 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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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슨이 촬영한 '밀화부리' 새 사진을 보내줬다
ⓒ 라슨

 


"한국에 일주일간 머물기 위해 2주 전 웹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어청도에 희귀새가 많이 날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을 맞아 서울에서 내려왔어요."

때마침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학생들을 만나 동행하면서 새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소개받은 펜션에 머문 그가 저녁시간이 되어 식당을 찾아 헤매다 내 소개로 '섬으로' 회원들과 합석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가 회원들이 내미는 회와 한국전통음식을 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했다. 한국음식이 입에 맞을 리가 없는데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그가 고마웠다. 일요일 돌아오는 배편에서 그는 촬영한 새들에 대한 보정작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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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미중인 암컷 사마귀가 숫컷의 머리를 잘라먹었다. 신경이 살아있는 숫컷의 다리가 바둥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자연현상이라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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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청도 소재지에는 '어청도의 조류'라는 간판이 있었다. 그러나 색깔이 바래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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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처음인데도 '섬으로' 회원들과 금방 친해져 회를 먹는 라슨. 한국인들의 친절에 감탄했다고 한다
ⓒ 오문수

 


명함을 주며 보정한 사진전송을 요청하자 기꺼이 응해준 라슨. 사진을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어로 된 예쁜 새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가 헤어질 때 내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전해줬다.

"한국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어청도에서 바라본 새들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이동하는 철새인 '벌매'를 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어요. 또한 작은 솔새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한국인들이 따뜻하게 환영해준 것입니다."

어청도를 구경하는 동안 대여섯 명의 대학생들이 커다란 망원경을 들고 섬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숲에 있는 새들을 관찰하며 촬영하고 있었다.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회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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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부회장 김유민씨의 모습으로 동아리 회원들과 매주 한 번 야생조류탐사에 나선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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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양진이'로 아주 희귀한 새라며 학생들이 촬영한 사진
ⓒ 오문수

 


서울대 산림환경학과에 재학 중인 부회장 김유민씨를 만나 그들의 활동상황을 들었다. 50여 명인 동아리회원들은 매주 1번 정도 조류탐사에 나선다. 어청도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중간기착지여서 희귀새들이 자주 찾는다.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스쳐가는 나그네 새라며 '붉은 양진이'라는 새를 보여줬다. 한 학생은 지금까지 본 새 중에 가장 희귀한 새라고 설명해줬다.

여행은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는 즐거움을 준다. 주변에서는 비행기 타러 인천만 가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어떻게 여행을 다니냐는 사람도 있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부딪혀 난관을 해결해보지 않으면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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