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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가려고 배랑 버스타지 않아서 좋아요!

금오도 연합봉사활동 동행기

  • 입력 2016.10.10 23:24
  • 수정 2016.10.12 16:35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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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8일)에 여수 금오도 작은 마을 두포와 모하리에서 열린 연합봉사활동에 동참했던 여수제일병원 임직원들이 기념촬영했다. 연합봉사활동에는 여수제일병원, 모아치과, 지구촌사랑나눔회, GS칼텍스 사회공헌팀이 참가했다ⓒ 오문수
 
8일(토), 여수시 남면 금오도에 있는 작은 마을 두포와 모하마을에서는 지구촌사랑나눔회와 GS칼텍스가 벌인 연합봉사활동이 있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인원은 41명(제일병원 21명, 모아치과 6명, 지구촌사랑나눔회원 3명, GS칼텍스 직원 11명)이다. 

지구촌사랑나눔회는 여수시에 거주하는 의사 23명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 무의촌을 방문해 의료봉사활동을 벌이는 단체이다.

2012여수엑스포를 앞두고 여수를 알리기 위해 2007년에 결성돼 의료봉사활동을 벌이는 지구촌사랑나눔회 회장은 제일병원 강병석 원장이고 서현기씨가 총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이달 말에도 라오스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며칠전 남해안 지방을 강타한 태풍이 잔교를 부숴 인근선착장에 여수시행정선을 접안시키고 조심스럽게 하선하는 봉사대원들 ⓒ 오문수
 
호우주의보까지 내린 토요일 오전 7시.  아침도 못 먹고 여수시행정선이 있는 신월동항구에 모인 봉사대원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행정선에 승선해 한 시간여를 달려 우학리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하지만 태풍이 남해안을 할퀴고 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와 부서진 잔교 때문에 인근선착장에 정박한 후 버스를 타고 두포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도착하니 곧바로  마을이장(최영귀)의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알립니다. 의료봉사팀과  전기수리를 해주실 분들이 오셨습니다. 아침식사를 얼른 마치고 마을회관으로 빨리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금오도에도 가을이 익어간다. 전기봉사활동을 해주는 이웃집 풍경으로 덩쿨이 덮힌 담장과 감들이 정겹다
ⓒ 오문수
전기봉사활동팀을 따라 마을길을 걷다가 어느 집 마당에 널린 조개껍질을 보았다. ⓒ 오문수
 
금오도에 사람이 처음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한 두포마을과  금오도 곡창 모하마을

조선시대 금오도는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임금의 관을 짜거나 판옥선 등의 전선을 만들 재료인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던 황장봉산(黃腸封山)이 있었다. 황장봉산으로 지정되면 일반인에 의한 벌채와 입산이 금지된다. 남면 소재지인 금오도 우학리에서 4㎞ 정도 떨어져 있는 두포는 황장봉산과 깊은 관련이 있는 마을이다.
호우주의보가 내린 두포마을 뒤로 산안개가 낮게 깔려 곧 비가 갤 모양이다. 며칠전 태풍에 다리위로 개울물이 넘쳐 침수피해가 났었다. 주민들은 다리보수와 하상굴착을 희망했다.   ⓒ 오문수
금오도의 작은 마을 두포는 금오도에서 가장 먼저 사람이 산 고장이라고 해서 '첫개'라고도 불렸다. 몇백년 되는 '황장목' 사이에 금오도 개척 100주년 기념비가 보인다. 개척 100주년이 되는 1985년에 주민들이 세웠다. 주민들은 매년 칠월칠석날에 소나무 밑둥에 막걸리 한 동이를 부어주며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 오문수
 
18세기 이전 황장목 관리를 위해 섬 출입을 금지했다가 해금을 명하기도 했던 금오도에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도록 왕이 정식으로 허락한 해는 1885년이다. 금오도 개척 당시 조정으로부터 권농관이 파견되어 두모리 1367번지에 관사를 짓고 주변 섬사람들을 동원해 방파제를 쌓는 등 이곳이 금오도에서 가장 먼저 개척됐다.

금오도가 봉산이었을 때 사슴 사냥을 위해 내려오는 관청 소속 포수들이 처음 도착한 포구라 하여 '첫개'라 불린 두포는 마을 뒷산에 있는 옥녀봉과 관련된 전설로 인해 두포라 불렀다. 
 
GS칼텍스 사회공헌팀이 해안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 오문수
전기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창고에 전기를 달아주는 GS칼텍스 사회공헌팀원들.  ⓒ 오문수
 
옥녀봉에 살던 선녀 옥녀가 뽕잎을 이용해 누에를 쳤는데 누에고치가 많아 말(斗)로 되었다. 주변의 모하 마을은 곡창지대였기 때문에 옥녀의 누에와 모하 마을은 곡식을 교환하기 위해 알맞은 도량형 도구인 말(斗)이 필요했으므로 두포라 불렀다. 봉사대원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현장에 도착한 남면 면장 김명섭씨의 얘기다.

"대부분 주민이 60세가 넘는 두포마을에는 80여명의 주민이 살고 모하마을에는 30여명이 살고 계십니다. 노인들이라 무릎관절염, 고혈압, 당뇨가 많고 태풍 후에 전기고장이 많은데 잘 오셨습니다"

식사를 마친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하마을회관에 모여 간호원들로부터 혈압체크와 혈당검사를 마친 후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정봉덕(56세)씨가 지인한테 전화를 하고 있었다.

"회관에 얼른오시요. 내가 나이가 제일 어려서 좀 그러요. 얼른 와서 영양제 함께 맞읍시다"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데 "제일 어린나이"라는 말을 듣고 "몇 살인데 제일 막내에요?"하고 묻자 "쉰 여섯!" "70~80세가 보통인 어른들 사이에 56세 막둥이가 끼었으니 좀 창피하다"는 얘기에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계시는 김유례(80세) 할머니가 진료 받으러 온 연유를 말해줬다.
모하리에서 열린 내과진료 모습.    ⓒ 오문수
모아치과 병원팀이 진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 오문수
"내가 팔학년인데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안 아픈데가 없어요. 옛날에 6남매를 낳고 몸조리도 못하고 농사를 많이 지어서 사방이 아파요. 이 동네는 금오도에서 바다가 안 보이는 유일한 동네로 금오도 곡창지대여. 옛날에는 100호가 넘고 주민수도 몇 백 명이 넘었는데 도시로 이사갔어요.  여그가 우리나라로 치면 바다가 안 보이는 충청북도여"

강병석원장과 함께 두포마을회관으로 돌아와 진료현장을 둘러봤다. 진료 받으러 온 노인들 대부분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영양제 주사를 맞는 것이다.   영양제주사를 맞고 있는 서석례(86세)씨와 대화를 나눴다.

"원장님이 내년에 또 오시겠다고 약속해주셨는디. 내가 지는 해가 되어갖고 내년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것소. 100살까지 살면 좋겄는디. 나이는 숫자에 불과헌디. 사방에 안 아픈데가 없어. 두포는 황장목으로 유명해서 깔끄막에 있는 소나무는 소나무라고 안해. 황장목만 소나무라고 불러요.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영양제 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한다.  ⓒ 오문수
 
칠월칠석날이면 황장목 앞에서 제사를 지내요. 황장목에 만국기도 달고 메구치며(농악대) 동네잔치를 벌였어요. 딸 낳으면 막걸리 반말, 아들 낳으면 한말을 내서 황장목에 막걸리를 한 동이씩 부었어요.

영양제 한 번 맞을라먼 배타고 버스타고 병원에 가서 한참 기다려야 헌디. 의사선생님이 이렇게 동네까지 오셔서 진찰해주시고 영양제도 주신깨 정말 고맙습니다"

GS칼텍스 사회공헌팀이 전기공사를 해주는 현장으로 갔다. 봉사대원들은 전기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박명자(82세) 할머니의 창고에서 시설을 하고 있었다.

"영감이 먼저 가버려 논깨로 창고에 불이 없어 밤에는 가지도 못했는디 고맙습니다. 살아 있으면 저런 것도 잘 해주는디. 아들도 바빠서 못해줘는디 이렇게 전기를 달아줘서 고맙습니다"

15년 전부터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한 강병석 원장은 몇 년 전부터  의료봉사현장에서는 약을 제공하지 않는다. 강병석 원장이 의료봉사에 대한 의미와 약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지구촌사랑나눔회 회장인 여수제일병원 강병석 원장이 문진을 통해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 오문수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영양제 주사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느낌입니다. 그 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제공해주면서 하루의 행복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질환의 단계마다 약처방이 다르기 때문에 약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어요. 일반병원에서 단계별로 처방이 다른데 의료봉사팀이 약을 주면 혼동하거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떠나가는 이들을 아쉬워하며 손을 흔드는 동네주민들을 뒤로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돌린 봉사대원들. 토요일이라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은 욕망을 마다하고 작은 행복을 느끼며 돌아오는 그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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