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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된 조례로 여순사건 첫 순천위령제 열려

20일 경찰서장도 참석한 합동 위령제로

  • 입력 2016.10.21 11:01
  • 수정 2016.10.21 11:08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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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오후 2시 순천팔마체육공원 내 여순사건 위령탑에서 여순사건 68주기 순천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순천시장을 대신하여 천재영 순천부시장, 임종기 순천시의회 의장, 이명호 순천경찰서장 등을 비롯한 유족과 시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되었다.

순천합동위령제는 여순사건순천유족회가 주관하였다. 이는 2016년 3월 순천시 조례가 제정되었기에 가능했다.

식전행사로 살풀이와 제례의식과 종교의식이 있었으며, 본 행사에서 장준표 순천유족회 회장의 인사말과 박두규 시인과 유족인 전숙자 씨의 추모시가 있었다. 이윽고 천재영 부시장, 임종기 시의회 의장, 서갑열 광주전남유족회 회장, 박찬근 여순사건전남동부지역 협의회 상임대표,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 등의 추모사가 있었으며, 여순사건 연구자 주철희 박사의 제언사가 있었다.

추모사에서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은 “여순사건의 새로운 모색과 시작을 할 때라면서 향후 여순사건 유족회가 나갈 길을 제시”했으며, 주철희 박사는 제언사에서 “유족과 유족의 후손들부터 여순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20일 순천 위령제에서 여순사건 전문연구가인 주철희박사의 제언한 내용을 양해를 얻어 전문 그대로 싣는다.
2015년 위령제에서 제언사를 하는 주철희 박사

[제언사]

1948년 10월 19일, 어느덧 여순사건이 발발한지 68년이 되었습니다. 1년 전 이 자리에서 저는 다섯 가지의 제언을 했습니다.

1) <여순사건 조례>를 전남도와 순천시 등 각 자치단체에 제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2)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여당 국회의원인 이정현 의원이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3) 여순사건을 제대로 기억하고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기초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실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4)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활동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5) 합동위령제라는 명칭에 맞게 경찰과 군인들의 희생자 유가족도 함께 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유가족 여러분!!
어느 것 하나라도 된 일이 있습니까? 우리는 1년이라는 시간만 허비하고 또 이 자리에서 여순사건 68주기 위령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보시지요.
지난 1년이라는 시간동안 여순사건이라는 역사는 한 발자국이라고 앞으로 더 나갔습니까? 그 피맺힌 역사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전진 했습니까?

용서와 화해를 말로는 하고 있지만, 그런 자리라도 마련된 적이 있었습니까? 억울한 영령들의 해원을 기원하고 있지만, 정녕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그나마 순천시에서 조례를 제정했다는데 것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됩니다만, 아마도 또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흘러 보내고 또 이 자리에서 69주기 위령제를 지내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고통스럽고 한스러운 역사가 여전히 제자리에서만 맴돌고 있습니다.
유족들도 백발이 성해 이승을 떠날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백발이 성한 유족들만 애태우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여순사건 조례 제정> 등 지난 67주기에서 했던 말들을 더 이상 구차하게 않겠습니다.

단 한 가지만 제언하겠습니다.

내년 69주기 위령제가 열린다면, 백발이 성한 유족들만 이 자리를 채울 것이 아니라, 유족 여러분들의 아들과 딸들을 보고 싶습니다. 여순사건의 피맺힌 역사는 여기 계신 유족들만의 역사가 아니라 여러분의 자식들과 손자 손녀의 역사입니다.

유족 여러분의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 손녀가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여순사건의 진실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자식들에게 “느그 할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었다”가 아니라, 그 억울한 죽음 뒤에 숨겨진 기가 막힌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만이 진실규명이고 특별법이 제정될 것이 아닙니까?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우리 아들에게 딸에게는 이 아픈 역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으시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도 이런 자리가 필요 없습니다.

이 여순사건은 영원히 아픈 상처투성이로만 역사에 남게 될 것입니다. 구천을 떠돌고 있는 원혼들은 이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는 자들로부터

빨갱이란 손가락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유족들이고 그 후손들도 모르는 그 역사의 진실을 시민들이 앞장서서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 아닐까요? 유족 여러분의 후손들부터, 아들딸부터 이 역사를 진실되게 알게 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 일이라면 저도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내년에 69주기에는 여순사건이라는 우리의 역사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가 있기를 소망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여순사건 희생자의 영령들의 명복을 빌면서 ...   

2016년 10월 20일
여순사건 연구자 주 철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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