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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이 남자는 '취미'로 준비한다

여수 바오밥나무 공방 홍용석씨의 삶

  • 입력 2016.10.25 23:47
  • 기자명 조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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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로 통을 만들고 대나무 뿌리로 손잡이와 물 따르는 곳을 만든 주전자 작품을 보니 취미의 수준을 넘어섰다.
ⓒ 조찬현

 


골목길을 걷다 걸음을 멈췄다.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여수 바오밥나무 공방의 홍용석(62)씨다. 취미생활에 저렇듯 열심인 모습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공방을 잠시 살펴보고 차후에 방문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지난 18일 다시 공방을 찾았다.

우연히 알게 된 공방이다. 목공예와 옻칠공예를 하는 그는 회사(여천NCC) 재직시절 집수리봉사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목공예와 인연을 맺었다. 목공 동우회 활동을 하면서 나무 조각에 눈을 떴다. 올해로 11년째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으로 선택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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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칠공예 작품은 옻칠을 9번 반복하고 나면 나무 본래의 색깔이 은은하게 배어난다.
ⓒ 조찬현

 


"짜맞춤(전통목공예)하는 분들이 여수에 없어요. 그래서 담양과 장흥으로 배우러 다닙니다. 남원에서 갈이공예(목선반)는 배웠습니다."

짜맞춤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에 홈을 만들어 끼워 맞추는 제작방법이다. 갈이공예는 전통적인 우리의 목공예 기법중 하나로 컵이나 밥공기 등의 원형기물을 만드는 작업이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100세 인생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 사람의 평균수명이 40년 전보다 약 18세나 늘었다고 한다. 직장 퇴직 후 100세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으로 그가 선택한 일이다. 앞으로 백세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우리들에게 많은걸 생각게 한다. 생업이 아닌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모든 일을 허투루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남원에서 목선반 일을 배우면서 옻칠기법도 같이 배웠다. 일하는 재미는 목선반이지만 옻 공예가 성취감이 높다고 한다. 이제 그의 실력은 우리의 옻칠기법에 일본과 중국의 옻칠기법을 응용하는 수준까지 왔다. 옻 공예를 하다 부주의로 옻을 수차례 타기도 했지만 요즘은 면역력이 생겨 이것 또한 별 문제가 없다.

"재미로 따지면 목선반이고 옻 공예는 완성 후의 기쁨이 큽니다."

작품을 구상 후 나무를 깎아 형태를 만든다. 그가 만든 작품은 부지기수다. 대부분 우리 생활과 밀접한 생활용품이다. 달항아리와 주전자 찻잔 쌀뒤주 쟁반 탁자 등이다. 달항아리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느티나무를 재단해 깎아 만든 모형의 속을 파내고 옻칠로 마감한다.

옻칠을 9번 반복하고 나면 나무 본래의 색깔이 은은하게 배어난다. 항균과 방습은 물론 내마모성 전자파방지 등 옻칠의 장점은 실로 다양하다. 느티나무로 통을 만들고 대나무 뿌리로 손잡이와 물 따르는 곳을 만든 주전자 작품을 보니 취미의 수준을 넘어섰다. 옻칠을 한 물 컵 표면에는 금박무늬를 넣었다.

물주전자와 차함 찻잔과 받침으로 구성된 세트의 가격을 물었더니 난감해한다. 취미로 한 일이라 잘 모르지만 아마도 20만~30만 원은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옻칠한 나무는 물에 변형이 안 생긴다. 3일에 걸쳐 완성했다는 찻상도 눈길을 끈다.

"이것보다 좋은 거, 더 좋은 것을 생각하며 자꾸만 만들어 봐요. 늘 새로운 시도를 하지요. 앞으로 옻칠을 사용한 나무청자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옻칠을 한 나무청자라니 그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렇듯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만든다. 그러다보니 눈높이도 작품의 수준도 덩달아 일취월장이다. 나무청자를 만들기 위한 매병 샘플은 남원의 한 공방에서 구했다.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답니다, 100세 시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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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보다 좋은 거, 더 좋은 것을 생각하며 자꾸만 만들어 봐요."
ⓒ 조찬현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건 생각의 차이다. 발상의 전환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 그는 늘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많은 생각을 한다. 최근에는 공예기법이 인터넷에 공유되어 만드는 작품이 다 비슷비슷하다. 생각의 차이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아이디어와 생각의 차이가 비범한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는 옻칠 쟁반을 작업 중입니다. 나무로 쟁반 모형을 만들고 삼베를 씌워서 형태를 만듭니다. 점토를 발라 말려서 옻칠을 하면 완성되지요."

옻칠나무쟁반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무늬를 새겨 마무리한다. 삼베가 아닌 소창(천)을 씌워 흙으로 메워 옻칠을 해 만들기도 한다. 한 면만 흙을 발라보기도 하고 때론 양면에 바르기도 한다. 이렇듯 여러 가지 기법을 현재 실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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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살린 함지박(나무그릇)도 멋스럽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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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형태를 잘 살려 자연미가 돋보인 찻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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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살린 함지박(나무그릇)도 멋스럽다. 자연이 오롯이 스민 접시도 아름답다. 남이 안 가지고 있는 희소성이 있는 물건이라야 사람들은 좋아한다. 평범하면 소비자들이 안 알아준다며 그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옻칠은 알러지 반응 때문에 많은 주의가 필요해요. 이제는 면역력이 생겼지만 아직도 옻을 타요."

옻칠 공예는 많은 공이 들어 간데다 부주의하면 옻을 타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처음에 언급했지만 그 역시도 옻을 몇 번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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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전통공예를 고집한다. 그래서 자재 창고에는 국내산 목재가 가득하다.
ⓒ 조찬현

 


그는 전통공예를 고집한다. 그래서 자재 창고에는 국내산 목재가 가득하다. 때때로 편백나무뒤주 의자 족욕기 도마 탁자 등의 생활용품도 만든다. 이는 말 그대로 취미생활이며 소일거리다.   

"소일거리가 있어서 좋아요. 목공예를 하다보니까 시간이 그리 잘 가요.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밤낮으로 공부해요."

지금도 밤새워 공부하고 연구하는 그는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구하고 또한 작품 구상을 한다. 작품은 많이 접하고 많이 볼수록 만드는 기법과 실력 또한 는다고 한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11년째라는 그의 작품을 살펴보다보니 기성작가 못지않은 경지에 이른듯하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100세 시대를 멋지게 사는 방법에 대해서.

"100세 시대를 슬기롭게 살려면 퇴직 전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야 해요. 막상 닥치면 막막하잖아요.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취미를 살리면 좋지요.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답니다. 100세 시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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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석씨의 취미생활 공간이 여수 바오밥나무 공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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