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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지참금 들고 장가 가는 곳, 몽족의 모계사회

[의료봉사팀동행기1]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 라오스 고산족 마을을 가다

  • 입력 2016.11.08 22:44
  • 수정 2016.11.09 07:57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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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품 전달식 모습
ⓒ 오문수

 


지난 주(10.29~11.5),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 의료봉사단원 17명이 라오스 보리캄싸이주 폰싸앋마을을 방문해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귀국했다. 봉사단에는 의료진 9명과 자원봉사자 6명, 교류단 2명이 참가했다.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는 여수시에 거주하는 의사 23명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 무의촌을 방문해 의료봉사활동을 벌이는 단체이다. 지구촌사랑나눔회(회장: 강병석, 총무: 서현기)는 2012여수엑스포를 앞두고 여수를 알리기 위해 2007년에 결성됐다. 다른 의료봉사단체와는 달리 여수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다.

의료봉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연 인원 3만 5천명의 환자 진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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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봉사현장인 폰싸앋 학교 정문에서 기념촬영
ⓒ 오문수

 


2007년(9.24~9.30일)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다르에르살렘에 있는 비지브웨니병원을 중심으로 한 제1회 봉사활동에는 의료장비와 의약품제공, 엠블런스 기증, 환자대기실 환경구축, 자가발전기, 구호물품, 축구공 100개와 학용품 제공 등에 10만여 달러를 지출했다. 

19번에 걸친 해외봉사로 혜택을 받은 환자는 연인원 35212명에 달한다. 국가도 다양하다.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라오스. 뿐만 아니다. 중국 쓰촨성 지진피해와 미얀마 싸이클론 피해지역 이재민에게 1만불을 기증했고, 일본 후쿠시마 쓰나미 지진해일 피해지역에도 5천불을 전달했다.

수술비가 없는 환자를 초청해 무료수술을 지원하기도 했다. 허리와 다리 및 팔 골절을 당한 모로코 출신 자밀라에게는 수술비를 지원하고 전남대학병원(32일)과 여수제일병원(36일), 심병수신경외과(78일)에 입원치료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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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시지구촌사랑나눔회원 17명이 의료봉사현장에 가지고 갈 가방이 대원수보다 많았다.
ⓒ 오문수

 


어릴적 교통사고를 당해 불구가 됐지만 수술비가 없어 장애를 입은 네팔출신 대학생 구릉어누(20세)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여수제일병원(35일)과 심병수신경외과(72일)에 입원하는 동안 재활치료를 거쳐 네팔로 돌아갔다. 네팔출신 노동자로 구릉어누를 소개했었던 알킬이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좋은 남자를 만나 독일로 갔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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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돈이없어 치료를 받지못해 장애를 입었던 네팔 출신 처녀 '구릉어누'는 아산병원 의료팀과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인생을 살게됐다. 수술전 구릉어누 발 모습
ⓒ 오문수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의 봉사활동은 국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2011년에는 여수시 남면 연도리 마을 583명, 2016년(10월8일)에는 여수시 남면 금오도의 두포마을에서 내과와 치과 진료를 하고 GS칼텍스 지역협력팀과 마을청소와 전기공사를 실시했었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의료봉사를 한 라오스 폰싸앋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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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 고산족인 몽족이 사는 마을 모습. 가난해 뵈지만 위성안테나가 집집마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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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쑹은 라오스 산악지대에 사는 모든 소수민족을 통칭한다. '쏭'은 '높다'는 뜻이다. 멀게는 중국과 티베트 고원에서 가깝게는 미얀마에서 살던 민족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남하해 라오스에 정착했다.

라오쑹은 라오스 전체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 그 중 몽족이 다수를 차지하며 야오족과 아카족도 라오스 북부지방에 거주한다. 그들은 라오스 땅에 정착했는데도 라오스인처럼 살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며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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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사람이 부끄러워 친구 등 뒤에 숨은 아이들의 순박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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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방문한 라오스 보리캄싸이주 캄끝군 폰싸앋마을은 몽족마을이다. '자유로운 사람들'이라는 뜻의 '몽'은 라오스에서는 야만인이라는 뜻인 '메오(Meo)'로 불리기도 한다. 몽족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몽족 스스로는 추운 지방에서 이주한 민족이라고 주장한다.

1850년대부터 중국 중부와 몽골지방에서 라오스로 이주한 그들은 주로 라오스 북부 산악지역인 루앙프라방, 루앙남타, 폰싸완, 쌈느아 지방에 거주한다. 몽족은 크게 두 종족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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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 몽족이 사는 고산족 마을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킬렉꽃'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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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 진료를 받고 있던 어린이 손에 은팔찌가 보였다. 은팔찌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몽족의 풍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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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상 색깔에 따라 파란 종족과 흰 몽족으로 구분된다. 파란몽족의 전통의상은 남색염료를 이용한 무늬 염색으로 유명하다. 특히 바티크로 만든 치마는 빨간색, 핑크색, 파란색, 하얀색을 평행하게 수평으로 수놓아 화려하다.

몽족여성의 뛰어난 자수실력과 바느질 솜씨는 수공예품과 전통의상 등 다방면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몽족이 만든 가방, 지갑, 모자 등은 산악 민족 물건 중에서 인기리에 판매된다.

몽족은 전통의상과 더불어 부와 행복한 삶을 상징하는 은으로 만든 장신구를 걸친다. 여성들은 장신구를 매일 착용하고, 남성은 특별한 목적이 있을 경우에만 착용한다. 몽족이 은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은이 영혼을 붙잡아둔다는 믿음 때문이며 무거운 은 목걸이를 하면 영혼이 몸속으로 내려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료받던 초등학생의 팔에 은팔찌가 보였다.

모계사회인 몽족...남자는 집에서 애기나 보며 놀지만 결정권은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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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봉사단 환영현장에 나온 주민들 모습. 맨 마지막에 아기업은 남자의 모습에서 "이곳이 모계사회구나!"라는 걸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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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일행을 안내하고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과 함께 의료봉사활동을 도왔던 IACD(아시아 문화개발협력기구)의 임호식 지부장의 얘기다.

"라오스말로 '캄'은 '금'이고 '끝'은 '고향'이라는 뜻으로 금이 많이 나오는 곳입니다. 광택을 내지 않아 시커먼 귀걸이와 목걸이를 찬 동네 아주머니가 '나는 가난하다'고 말하는 곳이 이곳입니다. 조혼풍습이 있어 중학교만 졸업하면 결혼합니다. 의사선생님들께 부탁합니다. 진찰할 때 12~15살 여자아이를 어린애 취급해 가슴을 드러내놓고 진찰하면 가슴이 콩콩 뜁니다. 심장병이 있는 줄로 잘못 진단하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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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계사회인 이 곳 남자는 집에서 아기보거나 논다. 게임하는 남자들 옆에 아기가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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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계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여자가 생계를 책임지고 남자는 집에서 아이를 본다. 젖먹이는 것도 여자가 하기 때문에 남자들 천국이다. 한국에서는 "여자가 배워서 뭣해!" 하지만 이곳에서는 "남자가 배워서 뭣해!"라고 하며 결혼할 때 여자가 남자를 고른다.

결혼할 때도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것이 아니라 남자가 장가를 간다. 결혼할 때 남자들이 지참금을 가지고 장가를 가야 하기 때문에 사내아이만 낳은 집은 지참금 주고 나면 망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의 날은 없지만 여성의 날이 있다. 어버이날은 없어도 어머니날은 있다. 여성의 날에 여자들이 축구할 때면 남성들이 치어리더를 한다. 때마침 의료봉사현장에 중학교 2학년 여학생들이 찾아왔다. 남친이 없다는 '와쏭' 학생에게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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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족 여학생들(중2)들이 의료봉사 현장을 찾았다. 15살이지만 좋은 남자 있으면 지금이라도 결혼할 수 있다고 한다. '와쏭'이라는 여학생에게 "몇명이나 낳을 계획이냐?"고 물으니 "8명"이란다
ⓒ 오문수

 


"와쏭, 지금 결혼할 수 있어?"
"좋은 남자 있으면 오늘도 가능합니다"
"애기는 몇 명이나 낳을 거야?"
"8명이요"


곁에 서 있던 한 여학생의 엄마(68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보통은 18세에 결혼해서 아기를 많이 낳아요. 쟤가 막내니까 내 나이 53세에 막내를 낳은 셈입니다."

몽족마을은 가난해 보였지만 집집마다 위성안테나가 달려 있었다. 해맑은 얼굴의 어린이들 모습에서 학원에 다녀오느라 축 처진 한국학생들의 얼굴이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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