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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이상 대통령 아니다, 새 나라 세우자"

'꽃을 들어라!'라고 시를 써 보낸 이병철 선생님의 메시지

  • 입력 2016.11.16 13:5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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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 선생님 모습. 민청학련사건으로 10년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혀 있다가 형집행정지로 1년만에 풀려나 농민, 환경, 생태운동에 앞장서고 계신다.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구속 수감돼 원한이 많을 법도 한데 박근혜 대통령이 잘 되기를 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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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아침 9시 반, 평소 존경하는 이병철 선생님으로부터 <꽃을 들어라!>는 시와 함께 메시지가 왔다. 경남 함안에 살고 계시는 이병철 선생님은 민청학련사건에 관련돼 10년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혀있다가 1년만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민청학련사건이란?

민청학련사건을 <다음 백과사전>에서 인용해 요약했다. 1969년 3선개헌에 성공한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위해 1972년 10월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12월에 유신헌법을 공포했다. 이후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이 확산되자 1973년 1월 8일 대통령긴급조치 1·2호를 발동해 반체제 운동을 억압했다.

이에 유신독재 철폐를 위해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운동권 학생들이 1974년 4월 3일 전국 각지에서 반독재시위를 추진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반정부투쟁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민청학련관련자 (1024명)들을 정부전복을 기도한 공산주의 추종세력으로 몰아 180명을 구속하였다. 이중 인혁당사건 관련자 8명은 사형됐고 나머지는 징역형에 처해졌다.

당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와 친구들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시내에서 절대로 3명 이상이 함께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엄명을 받았었다.

민청학련사건으로 공직생활 못하고 환경과 생태, 농민운동에 나서 

부산대학교에 다니던 중 유신체제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공직에 들어가지 못한 이병철 선생님은 감옥에서 나온 뒤 본격적으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가톨릭농민회 사무국장과 87년 민주쟁취국민운동 조직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우리밀살리기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생협운동 등에 힘써 오면서 녹색연합 공동대표, 녹색대학 상임이사로 일했다.

요즘은 환경운동연합, 한살림, 생태산촌만들기, 생명의 숲 국민운동 등 생태와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단체에 두루 도움을 주고 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상임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생태귀농학교 교장으로 지내며 생명평화결사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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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로 향한 촛불 막은 차벽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시민들의 행진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 경복궁 인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이 경찰차벽에 막혀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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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아침 이병철 선생님이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은 30년 전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87년 민주쟁취국민운동 조직국장을 역임한 그는 또 다시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병철 선생님의 메시지 내용이다. 

"1987년 6월 10일 그날의 함성과 열기로 군부독재의 집권연장을 막고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민주헌법쟁취에 떨쳐 일어난 그 분노와 함성과 열기로 새로운 헌법을 쟁취했지만 새로운 나라는 세우지 못했습니다. 당시 정치세력의 탐욕으로 인한 분열과 이에 편승한 민주세력들의 어리석음 때문이었습니다"그 결과가 지금 우리의 정치현실이에요. 이제 또다시 그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나를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했어요."

이병철 선생님이 지적한 과오는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항쟁으로 정권교체의 기회를 맞았지만 당시 김대중씨와 김영삼씨가 분열해 보수정권인 노태우정권이 탄생하게 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거리로 나서는 벗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이병철 선생님이 쓴 글이다.

"오늘 그리고 지금 우리들의 함성과 요구와 기원은 무능하고 무지한 또한 기구하고 가련한 운명의 한 여인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녀는 이미 이 나라의 대표도, 통수권자로서의 권위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우리들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불안과 두려움에 내몰려 있는 한 가련한 여인일 뿐입니다. 이제 그녀를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은 하나의 과정, 하나의 상징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드는 그대와 거리에 나가지 않아도 마음을 함께하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의 염원과 요구는 '새로운 나라'에 초점을 모아야 합니다. 지금의 정치권 그 판으로는 또다시 과오를 되풀이할 뿐입니다. 지금의 이 정치판이 독버섯을 돋아나게 한 온상인 까닭입니다. 판을 뒤집고 새 틀을 짜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혁명은 독재자 또는 민중의 권익에 반하는 자를 끌어내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데 있습니다. 성공하지 못하면 이 나라가 나락에서 헤어날 수 없을 운명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병철 선생님의 <꽃을 들어라!> 시구다

오늘 거리로 나서는 그대에게
지금 거리로 향하는 그대 가슴에서 실의와 좌절로 분노하는 그 심장의 격동이 나의 심장도 뒤흔든다. 그대 안에서 분출하는 그 분노의 함성이 내 안에서도 천둥처럼 울린다.
이것이 나라냐!
그렇다. 이것은 이미 나라가 아니다


바꿔라! 바꿔라!
그렇다. 지금은 바꿔야 한다. 참으로 바꿔야 한다. 다시 새롭게 세워야 한다. 낡은 나라를 허물고 새로운 나라 세워야 한다.
낡은 세상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한다. 


혁명의
개벽의 시대가 왔다


지금 우리가 분노하는 대상은. 지금 우리가 바꿔내야 하는 것은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만이 아니다. 대통령 하나 끌어내리고 바꾸는 것으로 집권세력을 교체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이미 아니다. 틀은 이미 낡았고 기초는 이미 허물어졌다. 새 판, 새 틀을 짜야한다. 우리가 정녕 바꿔야하는 것은 이 체제, 이 구조, 우리가 살아오면서 길들여진 그 모든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다

돈이 아니라 생명이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소유가 아니라 존재가 중심이 되고 우선하는 새 세상이 와야 한다. 새 나라를 세워야 한다. 새로운 세상은 막고 내치는 것으로가 아니라 열고 품어 안아 이루는 것이라야 한다. 얼굴에 환히 미소 짓고 가슴 활짝 열어 서로를 품어 안아야 한다. 


품어 안은 가슴으로 시린 등 서로 다독이며 손잡고 노래하고 춤춰야 한다. 분노를 넘어 활활 타오르는 그 분노의 힘을  새 나라를 세우는 동력으로 바꿔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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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들의 분노, '박근혜는 퇴진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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