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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짜리 잔치국수 "원가 계산 안 해봤어요"

광주광역시 대인시장 잔치국수, 8년째 그 가격... 살맛 난다

  • 입력 2016.11.21 11:11
  • 수정 2016.11.21 23:13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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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착한 잔치국수다. 한 그릇에 단돈 1000원이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잔치국수다. 한 그릇에 단돈 1000원이다.
ⓒ 조찬현

 


잔치국수 한 그릇에 단돈 1000원이다. 그것도 8년째 그 가격 그대로다. 그 가격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서도 선뜻 믿기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국수의 양이 적거나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디 내놓아도 견줄 만한 맛과 양이다.

이렇게 팔고도 이문이 남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조심스레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솔직히 이렇게 팔면 얼마가 남느냐고. 그런데 대답이 의외였다. 실은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경기가 안 좋다보니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고 한다. 원가 계산도 안 해봤단다. 아주머니의 대답을 듣고 나니 괜스레 멋쩍고 미안해진다.

"가격을 올리긴 올려야 하는데... 그냥 계산 안 해봤어요, 얼마 남는지."

국수집에 가면 모두가 이웃... 처음 본 사람과도 함께 음식 먹어
 

 주인아주머니가 잔치국수를 그릇에 담고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잔치국수를 그릇에 담고 있다.
ⓒ 조찬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 땅의 수많은 장사치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 분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본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착한 가격의 잔치국수가 있는 이곳은 광주광역시 대인시장의 1000냥 장터국수다. 늘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한 이곳은 모든 음식이 다 착한 가격이다.

맛깔나고 매콤한 비빔국수와 번철에 노릇하게 지져낸 부추전도 2000원이니 더 말해 무엇 할까. 무등산 막걸리 한 병의 가격도 2000원이다. 아무리 재래시장이라지만 착하기로 말해면 이곳 따라올 곳이 없어 보인다.
 

 잔치국수는 국물 맛이 깊고 그윽하다.
 잔치국수는 국물 맛이 깊고 그윽하다.
ⓒ 조찬현

 

 

 감칠맛 나는 잔치국수와 매콤한 비빔국수다.
 감칠맛 나는 잔치국수와 매콤한 비빔국수다.
ⓒ 조찬현

 

 

 마주한 손님이 자신도 이곳에 온 기념이라며 안중근의사의 글을 남겼다.
 마주한 손님이 자신도 이곳에 온 기념이라며 안중근의사의 글을 남겼다.
ⓒ 조찬현

 


잔치국수는 멸치와 다시마 등을 넣어 정성스레 육수를 낸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국물 맛이 깊고 그윽하다. 잔치국수에 고명은 김과 부추를 얹어준다. 때깔 좋고 맛도 좋다. 국수 한 그릇을 바닥까지 깨끗하게 비워내고 나면 배가 든든해진다.

이 자그마한 국숫집에 가면 모두가 이웃이다. 처음 마주한 손님과도 망설임 없이 합석한다.

바람벽에 나붙은 좋은 글과 사진들도 볼거리다. 이들 글귀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때마침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던 손님이 기념이라며 안중근 의사의 글을 남겼다.
 

 부추전을 번철에 노릇하게 지져낸다.
 부추전을 번철에 노릇하게 지져낸다.
ⓒ 조찬현

 

 

 부추전도 2000원, 무등산 막걸리 한 병의 가격도 2000원이다.
 부추전도 2000원, 무등산 막걸리 한 병의 가격도 2000원이다.
ⓒ 조찬현

 

 

 처음 마주친 이들과도 허물이 없다. 함께 음식을 나누고 때로는 함께 막걸리 잔을 건네며 금세 친해진다.
 처음 마주친 이들과도 허물이 없다. 함께 음식을 나누고 때로는 함께 막걸리 잔을 건네며 금세 친해진다.
ⓒ 조찬현

 


이곳에 가면 처음 마주친 이들과도 허물이 없다. 함께 음식을 나누고 때로는 함께 막걸리 잔을 건네며 금세 친해진다. 진짜 살맛나는 곳, 세상사는 맛이 있는 곳이다.

어느 날 문득 뜨끈뜨끈한 잔치국수 한 그릇이 생각나거나 자신이 외롭다고 느낄 때면 이곳에 가보라. 이곳에 가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말벗도 있고 술친구도 있다.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이면 한 끼니 식사도 때우고 막걸리 한잔에 기분도 좋아진다. 이곳에 가면 모두가 다 우리의 친근한 이웃이 된다.
 

 이곳은 광주광역시 대인시장의 1000냥 장터국수다.
 이곳은 광주광역시 대인시장의 1000냥 장터국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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