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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민주항쟁 조직국장 "87년도 과오 되풀이할까 두려워"

이병철 선생님의 두 번째 편지

  • 입력 2016.12.09 06:42
  • 수정 2017.03.21 03:5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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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민주항쟁 당시 조직국장이었던 이병철 선생님 모습. 박정희 정권 때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돼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형집행정지로 1년만에 감옥에서 나온 후 농민운동, 환경운동, 생명평화운동을 하고 있다.

이병철 선생님으로부터 두 번째 메시지가 왔다. 경남 함안에 살고 계시는 이병철 선생님은 민청학련사건에 관련돼 10년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혀 있다가 1년 만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민청학련사건이란 3선 개헌에 성공(1969년)한 박정희가 영구집권을 꿈꾸며 유신헌법을 공포(1972년)하자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운동권 학생들이 전국에서 반독재시위를 추진했던 사건을 말한다.

저항이 확산되자 박정희 군사정권은 반정부투쟁의 확산을 막기 위해 대통령 긴급조치1·2호를 발동해(1973년) 반체제 운동을 억압했다. 박정희 정권은 민청학련관련자 (1024명)들을 정부전복을 기도한 공산주의 추종세력으로 몰아 180명을 구속해 징역형에 처하고 인혁당사건 관련자 8명은 사형시켰다.

민청학련사건으로 공직생활을 못하고 환경과 생태, 농민운동, 생명평화운동을 하고 있는 이병철씨는 요즘 애가 탄다. 이병철 선생님이 속이 타들어 가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이병철 선생님은 6월민주항쟁 당시 조직국장 직책을 맡았다.

"박정희 때문에 1년간 감옥에서 고생하고 공무원 취직도 못했는데 밉지 않으세요?"
"사형당한 사람도 있는데 뭘! 그래도 딸이니까 잘되기를 빌었어요. 박근혜씨에 대한 탄핵이든 하야든 이제 기정사실로 되었고 박근혜 정권은 끝이 났어요. 이제 촛불의 열망을 새로운 나라의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 합니다."

그는 6월 민주항쟁이 민주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실패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했다.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항쟁으로 정권교체의 기회를 맞자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조직되었고 전국에는 광역시뿐만 아니라 도·시·군·구까지 조직이 이뤄졌다.

민주헌법쟁취란 1단계 목표가 달성되고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가 탄생해 민주정부수립을 위해 매진 중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 정권을 탈취할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이병철 선생님이 말씀을 이어갔다.

"민주헌법이란 1단계 목표를 이루자 자기들 세상이라고 여긴 핵심세력들이 분열해 양김(김대중, 김영삼)의 세력 하에 들어가며 노태우 정권이 탄생했고, 연장 선상에서 오늘의 박근혜 정권도 탄생하게 됐어요."

"당시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 노무현, 이해찬, 임채정, 장영달 등이었다"며 통탄하던 이병철 선생. 그는 그 이후 세상이 보기 싫어 경남 함안으로 내려와 TV와 신문을 끊고 귀농운동과 환경운동, 생명평화운동에만 전념하며 일체의 정치적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87년 6월 항쟁실패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가 있는 그는 요즘 잠을 깊이 못 자고 벌떡벌떡 일어난다. 또다시 87년의 과오를 되풀이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아래는 그가 보낸 편지를 요약한 내용이다.

이제는 새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자
 
횃불이 된 촛불, "박근혜 물러나라!"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열린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횃불과 함께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횃불이 된 촛불, "박근혜 물러나라!"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열린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횃불과 함께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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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씨에 대한 탄핵이든 하야든 이제 기정사실로 되었고 박근혜 정권은 끝이 났다. 그와 그 정권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이제 특검을 통해 응분의 책임을 추궁받을 것이다. 이것은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다. 

이에 대해 더 이상 무슨 음모니 술수니 하며 미루는 것이야말로 현 상황의 실제를 호도하며 다른 계산에 매여있는 비겁하고 불순한 의도임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이 같은 과오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 경제 위기와 남북문제 등 안팎의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가며 이 땅에 사는 국민 모두가 이 나라의 구성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있다. 이것이 온 국민들의 열망이고 촛불의 기원이다.

지금도 집권욕의 계산에 빠져 차기 정권의 획득과 대권경쟁의 셈법에만 매달려 있는 정치판에 더 이상 내맡기지 말고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자. 그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중심 과제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논의하며 중지를 모아가자. 우리가 주인이다. 새로운 나라는 우리가 결정해 가야 한다."

특권 없는 대동 세상, 새나라를 만들기 위한 5대과제 

얼마 전 지리산에서는 '촛불의 열망을 새날 세우는 동력으로 만들자'라는 기조 연찬회가 열렸다. 그가 연찬회에서 집약한 '새로운 나라에 담아야 할 기본 5대 과제'를 보내왔다. 다음은 연찬회에서 제시한 5대과제의 내용이다.

▲ 국민민회, 공의회 등 직접민주주의를 제도화한다 ▲ 협치와 연정의 정치제도를 실현한다 ▲ 민의가 옳게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마련한다 ▲ 실질적인 분권자치를 실현한다 ▲ 임금과 연금 등의 체계를 분배정의에 맞게 실현한다
 
 생명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이병철 선생님. 40년 동안 저항과 투쟁, 분노의 인생을 살았지만 혁명이 세상을 변화시키리라는 생각보다 기도가 효과가 크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  생명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이병철 선생님. 40년 동안 저항과 투쟁, 분노의 인생을 살았지만 혁명이 세상을 변화시키리라는 생각보다 기도가 효과가 크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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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에게만은 더 이상 블의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아이와 함께 나왔다는 엄마가 서명하고 있다
▲  아이에게만은 더 이상 블의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아이와 함께 나왔다는 엄마가 서명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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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씨는 더 이상 살아날 수도, 반격할 수 있는 능력도, 처지도 없는 상태인데 무엇이 무서워 촛불 뒤에 숨어 이미 죽어버린 박근혜 타도에만 매달려 있는지요. 박근혜씨를 권좌에서 내려오게 한 것은 당신들이 아니라 이 땅의 주인들인 민중 그 시민들입니다. 

그 힘으로 이제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촛불 이후에 새로운 나라는 어떤 나라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이라고 하는 로드맵 제시가 어째서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이른바 특권의 집중이 빚은 국정유린과 농단사태라 한다면 차기 정부에서는 그런 특권을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요?

지금 정치권 특히 이른바 민의의 대변인들이라는 저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특권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민의를 왜곡하는 잘못된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차기 정부 출범 전에 불합리하고 불의한 선거법과 제왕적 권력 독점체계를 먼저 바꾸고 그런 다음에 이에 걸맞는 사람을 차기 정부를 이끌어가는 인물로 선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제도와 절차가 선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하나같이 불행과 비극을 낳아온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전철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는지요. 저 87년 6월항쟁으로 얻었던 국민적 염원이 대권 주자들과 정치권의 탐욕에 의해 처절하게 실패했던 악몽이 다시 떠올라 잠들기 어렵습니다."

대권주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던 그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은 국민의 뜻을 왜곡하고 붕당적 독점체제를 강고하게 하는 기존의 선거제도부터 고치라는 것. 두 번째는 특권과 차별에 기초한 제도와 체제의 틀을 허물고 이에 걸맞는 대통령을 뽑으라는 것이다.

"만약 그럴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기존의 정치판은 해체한 후 국민민회, 공의회에서 새로운 나라 설립의 과제와 로드맵을 마련해가야 한다"며 말문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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