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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도, 금이 묻혀있다고 해 불려진 이름

'팔영대교'란 명칭에 화가 난 적금도 주민들

  • 입력 2017.01.03 12:19
  • 수정 2017.01.03 22:19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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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지에서 적금도까지 연결된 팔영대교 모습. 바다 가운데 점점이 보이는 섬을 연결해 5개의 연륙연도교가 완성되는 2019년에는 여수와 고흥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예정이다. 드론으로 촬영했다.
 육지에서 적금도까지 연결된 팔영대교 모습. 바다 가운데 점점이 보이는 섬을 연결해 5개의 연륙연도교가 완성되는 2019년에는 여수와 고흥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예정이다. 드론으로 촬영했다.
ⓒ 오문수

 


지난 12월 31일, 지인과 함께 적금도를 다녀왔다. 금이 나오는 섬이라고 해 '적금도(積金島)'라 불린 섬은 여수 남서쪽 34.5km, 낭도 서북쪽 2km 지점에 위치한 조그만 섬이다. 여자만 입구에 위치한 적금도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캥거루를 거꾸로 엎어놓은 형세다.

실제로는 자갈밭이 잘 발달되어 있다는 뜻의 '작기미섬'으로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아담한 섬마을이지만 어패류 산지인 여자만의 관문에 위치해 가두리 양식을 하는 주민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산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금이 묻혀있다고 해서 일제시대에 판 금광으로 적금도 해변에 있다
 금이 묻혀있다고 해서 일제시대에 판 금광.  적금도 해변에 있다
ⓒ 오문수

 


여수시 화양면 벌가에서 직선거리로 5.31㎞ 떨어진 적금도. 벌가항에서 7시에 떠나는 배를 타기 위해 아침 6시에 일어나 벌가항까지 달려갔으나 배가 없다. 불 켜진 선창가식당에 들어가 키조개 손질하는 아주머니한테 배를 불러달라고 하자 "배가 없으니 고흥으로 돌아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팔영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몇 명 안되는 손님이라도 태워주려고 배를 운항했지만 고흥에서 적금도까지 다리가 연결된 후부터 아예 손님이 없어 배를 운항하지 않아요. 고흥에서 다리를 통해서 들어가시죠."

낭패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침도 굶고 여기까지 부리나케 왔는데 할 수 없다. 승용차로 고흥으로 돌아서 적금도를 가려면 두 시간여가 걸린다. 둘은 아예 백야도에서 배를 타고 낭도를 거쳐 적금도로 가기로 했다.

'팔영대교'란 작명에 화가 난 적금도 주민들
 

 '적금대교'가 아닌 '팔영대교'로 작명된 다리 명칭에 화가난 적금도 주민들이 다리 난간에 항의성 플래카드를 붙여놨다
 '적금대교'가 아닌 '팔영대교'로 작명된 다리 명칭에 화가난 적금도 주민들이 다리 난간에 항의성 플래카드를 붙여놨다
ⓒ 오문수

 


적금도가 가까워지자 웅장한 팔영대교가 모습을 드러내고 관광객들이 밀려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지난 12월 27일 개통한 팔영대교는 여수시와 고흥군을 연결하는 11개 해상교량 가운데 하나로, 백야대교와 화태대교에 이어 세 번째로 개통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팔영대교 이외에 여수시와 고흥군을 연결하기 위해 5개의 해상교량 건설사업을 시행 중이며 오는 2019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지난 2004년 11월에 착공해 12년 만에 완공된 팔영대교는 총사업비 2777억 원이 들었다. 길이 1.34㎞의 현수교인 팔영대교는 주탑 높이가 138m에 달한다.

마을에 들어서니 주민 총회가 열린다고 한다. 경로당에 동네 주민들이 모두 모여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 초대받았다.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다리가 연결돼 좋겠습니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들렸다.
 

 농한기에는 부녀회가 중심이 되어 마을 어르신들에게 매일 점심을 대접한다고 한다
 농한기에는 부녀회가 중심이 되어 마을 어르신들에게 매일 점심을 대접한다고 한다
ⓒ 오문수

 


"우리 동네 주민들은 다리 이름을 적금대교로 하자고 했는데 팔영대교로 이름을 지어버렸어요. 다리 개통식 때 소 한 마리도 잡고 환영 플래카드를 걸고 큰 잔치를 준비했었는데 팔영대교로 작명해 화난 동네주민들은 참가도 안 했어요."

점심을 먹고 선창가로 나가자 고흥에서 온 가전제품 수리차가 와서 고장난 가전제품을 수리하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 입이 벌어진 한 주민에게 다리가 연결된 소감을 들었다.
 

 다리가 연결되어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가전제품이 고장났을 때 연락만 하면 고흥에서 달려와 수리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흥에서 출장 온 가전제품 기술자가 고장난 제품을 수리하고 있다
 다리가 연결되어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가전제품이 고장났을 때 연락만 하면 고흥에서 달려와 수리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흥에서 출장 온 가전제품 기술자가 고장난 제품을 수리하고 있다
ⓒ 오문수

 


"다리가 연결돼 좋은데 앞으로 도둑놈들이 걱정입니다. 좋은 점은 아파도 금방 큰 병원으로 달려갈 수 있고 가전제품이 고장나 전화하면 고흥에서 금방 달려와요."

여수에 살지만 고흥이 고향이라는 송기석(52세)씨는 여수에서 고흥까지 연륙교가 연결되면 경치가 좋아서 관광객들도 많이 올 것 같고 고향에 가기도 쉬울 것 같아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리는 놓였지만 동네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없어 불편해!

"젊은이들이 도회지로 떠나고 55호에 주민 100여 명이 살지만 대부분이 노인만 남았다"며 적금도 현황을 소개해준 마을이장 박종오(66)씨가 섬 현황을 설명해줬다.
 

 적금도에서 바라본 팔영대교 모습
 적금도에서 바라본 팔영대교 모습
ⓒ 오문수

 


"일제시대에 금이 나온다고 소문이 나 금을 캤던 굴이 4개 있어요. 농한기에는 부녀회원들이 중심이 돼 거의 매일 경로당에 모여 식사를 해요. 다리를 놓았지만 보시다시피 동네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없어 불편합니다. 현재는 소형 승용차만 간신히 통행이 가능해 불편하니 공사차량도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로 공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적금도에는 12당산이 있어 주민들은 한 해 동안 풍년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보살펴주신 신에게 감사드리는 제사를 지내고 농악 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놀았다고 한다. 민속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당제 때 열두 당산에서 각기 다른 가락으로 매구를 쳤다고 한다.
 

 낭도쪽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수령 300년, 높이 17m, 둘레 3m에 달하는 느티나무들이 마을을 지켜주고 있었다.
 낭도쪽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수령 300년, 높이 17m, 둘레 3m에 달하는 느티나무들이 마을을 지켜주고 있었다.
ⓒ 오문수

 


적금도는 잘 사는 마을이었다. 주민들은 10년 전 350ha에 이르는 전복·바지락 양식장과 각종 해조류 채취장 등의 어업권을 공동체에 귀속시키고 공동생산 및 공동판매를 도입한 '어민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결과는 전국 652개 자율관리공동체 중에서 마을 어업 분야 최우수 공동체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상(2008년)했다. 이장인 박종오씨에게 "마을 자랑을 해달라"고 하자 "이제 젊은이들도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서..."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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