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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홋카이도 양조장 견학기(5)

아사히까와의 '다카사고 주조장' 방문기

  • 입력 2017.01.08 18:59
  • 수정 2017.01.13 16:31
  • 기자명 장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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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사고 주조공장(高砂酒造株式會社)>

삿포로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3시간여를 달려서 동북쪽으로 가면 홋카이도 제2의 도시 아사히까와가 있다. 아사히까와는 홋카이도 섬으로 보면 정중앙 지점에 위치해 있다고 보면 된다.

주로 공업도시로서 관광지는 아니지만 후라노, 비에이로 가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도시로서 성수기에는 아시아나 항공이 주2회정도 운항하는 홋카이도 제2의 국제공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카사고 주조공장 주변 거리에는 눈이 쌓이고

아사히까와는 다카사고 주조공장과 오또코야마 주조공장 등 주조공장이 있다. 이들 주조공장은 일본의 전통주인 사케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아사히까와 근교에는 홋카이도에서 제일 높은 산인 아시히다케산(해발 2,290m)을 비롯해 해발 2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즐비한 산맥이 둘러쳐져 있어서 깨끗하고 좋은 물이 풍부하고, 태풍이 없어서 일본술의 생산에 사용되는 쌀의 공급이 원활해서 명품 양조에 좋다는 것이다.

아사히 까와의 주변에 있는 토카치다케 산 주변의 산맥의 모습

일본의 전통술은 사케(酒)라고 한다. 영어로는 Japanese Rice Wine이라고 하고 니혼슈(日本酒)라고 한다. 한자 酒는 읽을 때는 일본어로 ‘사케’라고 읽지만 앞에 다른 말이 붙을 때는 ‘~슈’라고 읽는다.

사케는 원래 일본에서 술을 총칭해서 쓰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스키나 와인, 맥주 등과 같이 '일본 술'이라는 뜻으로 보통 명사화 되었다. 사케는 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를 말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정종(正宗)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식 발음으로 마사무네(正宗)는 사케 브랜드 중의 하나이다.

일제 강점기 때 한 일본인이 부산에 최초로 청주 공장을 세웠는데, 이곳에서 만들어진 청주 브랜드가 정종(正宗)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정종(正宗)이 사케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것이다.

다카사고 주조에서 생산되는 이찌야 시지크 이 술은 눈속 보관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나온 술이라고 한다.

일단 사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가장 일반적인 제조방법을 보면 우리나라의 막걸리제조와 같이 원료는 쌀을 사용해서 누룩과 효모를 넣어서 만드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거기에 몇가지의 공정을 달리하고 추가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가장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카사고에서는 쌀로 누룩을 만든다. 누룩을 만드는 제국실은 출입을 할 수 없다. 이 누룩을 만드는 발효가 사케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사케는 우리나라의 청주와 맛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주원료인 쌀과 누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술을 만들기 위한 쌀을 별도로 재배한다.

또, 밀로 누룩을 만드는 우리 술과 달리 쌀로 누룩을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지역에 따라 제조되는 사케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며, 그 가격도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사케도 많다.

사케의 제조과정은 거의 표준화가 되어 있다. 다만 그 발효과정에서 시간과 방법의 변경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일본의 주세법(酒税法)에 따라 ‘쌀, 쌀누룩,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켜 거른 것’, ‘쌀, 쌀누룩, 물과 청주 술지게미, 그 외 법률적으로 정해진 재료를 원료로 하여 발효시켜 거른 것’, ‘청주에 청주 술지게미를 넣어 거른 것’, 이 3가지 조건 중 하나에 부합하는 술을 청주로 규정한다.

이 중 원료와 제조법이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일본 국세청에서 정한 ‘특정명칭’을 용기나 포장에 표기할 수 있는 데, 이것들을 특정명칭주라고 한다. 특정명칭주에는 순수한 것이냐 양조용 알코올을 첨가하느냐에 따라 8가지로 나누고 있다.

다카사고 주조장만의 방식중의 하나가 망을 써서 술을 거르는 일이다. 한방울씩 떨어뜨려서 술을 거르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케는 양조용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은 준마이슈(純米酒)와 양조용 알코올을 첨가한 혼조조슈(本醸造酒)로 대별해서 말한다.

양조용 알코올은 증류한 알코올이다. 양조용 알코올을 첨가하는 것은 향미를 조절, 제조비용의 절감, 방부효과 등을 위해서 첨가한다. 증류알코올을 첨가한다고 해서 순수성이 떨어져서 가격이 싼 것은 아니다. 향미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고급술로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카사고 주조장의 시음장 및 전시판매장, 다카사고 주조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술이 전시되어 있다.

아사히까와 북쪽으로 미야시타 거리 17번가에는 타카사고 메이지 주조공장이 있었다. 다카사고는 일본의 전통주를 빚는 사케 공장이다. 1909년도에 세워진 타카사고 주조는 한세기의 오랜세월 동안 변천해 왔다. 1997년부터 일반관람을 개방하고 아사히카와의 역사적 건조물로 가치와 기능을 겸비하는 술창고로 탈바꿈하였다.

다카사고 주조공장 입구 전경, 시골 동네의 평범한 집과 같은 분위기이다.

아사히까와는 겨울철에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곳이다. 다카사고 주조는 이 추운 날씨를 이용하여 겨울내내 눈속에서 숙성을 시킨다. 다카사고 주조는 고꾸시무소(國土無双)라는 상표를 사용한다. 눈속에서는 온도가 낮아 잡균이 없다고 한다. 이들의 술에 대한 정성은 참으로 대단하다.

다카사고 주조의 눈속에서 보관하는 술의 광고 모습

일본술을 제조하는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재료를 어떻게 가공하여서 어떤 공정을 더 투입해서 만들어내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쌀을 정미하고, 정미한 쌀을 씻어서 불리고, 물을 빼고, 쪄서 고두밥을 만든 다음에 이 고두밥에 쌀로 만든 누룩을 첨가하여 밑술(酒母)을 만든다. 이 밑술과 누룩, 고두밥, 효모 넣어서 발효를 시킨다. 이것을 모로미라고 한다.

완성된 모로미를 술지게미와 액체로 분리하는 짜내기 작업을 한 다음에, 이를 다시 여과한다. 여과한 술은 맑은 청주가 되는데 이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숙성시킨 다음에 병입하여 판매한다.

다카사고 주조에서 술을 만들어서 저온으로 숙성시키기 위해 저장되어 있는 보관창고 온도는 거의 0-5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일본술의 원료인 쌀은 벌써 현미에서 정미하는데, 보통은 40-70%까지 정미를 하지만 이바라치현의 한 주조장에서는 92%를 깎아 낸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현미의 8%만 술을 만드는데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현미를 50%까지 정미하는데도 하루가 걸린다는 것이다.

굳이 이렇게 깎아 낼 것까지 있을까. 그러나 쌀알의 겉에 있는 단백질이나 지방을 제거해서 중심부에 있는 전분질의 당화를 촉진시키고, 효모가 이를 쉽게 섭취하도록 하는데 있는 것이다.

다카사고 주조에서 사용하는 쌀의 정미한 상태
다카사고 주조에서 사용하는 쌀의 도정율이 나온 쌀가마

일본술의 특징은 쌀을 선택하는 것과 누룩제조, 효모선택들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룩은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라는 쌀을 쪄서 누룩곰팡이를 번식시켜서 만든다. 주조호적미는 일반쌀에 비해 쌀알이 굵고, 벼크기가 일반벼에 비해 1.5배정도 되는 크기이다. 그래서 태풍이 많은 지역에서는 키가 커서 재배하기 어렵다.

이렇게 만들어진 누룩과 물, 고두밥을 넣어서 밑술을 만드는데, 이 밑술에는 일정시간동안 발효진행시키다가 다시 고두밥과 밑술을 더해가는 과정이 병행발효하는 방법으로 우리나라의 약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삼양주(三釀酒), 오양주(五釀酒) 하듯이 원료를 추가로 투입하는 과정과 거의 같은 방식이다.

다카사고 주조공장에서 고두밥을 쪄서 식히는 장치를 거치는 과정이다. 한참 먹음직스런 밥이 이송되고 있다.

다카사고 양조소도 역시 홍보관과 같이 시음을 병행하는 제품 전시실이 있고, 안내는 미리 예약이 되어 있어야 한다.

양조장에는 고두밥을 찌는 과정과 술저장고 정도를 둘러보고 발효실이나 발효조등은 개방이 되지 않는다. 발효과정이 아주 예민하기 때문이다.

쌀을 씻을 때도 씻는시간이 90초이고 쌀을 담가두는 시간이 150초라고 한다. 그리고 이 쌀을 솥에 넣고 고두밥으로 나오는데는 40분이 걸린다고 한다. 고두밥이 되어서 나오는 온도가 80도가 되는 것을 40도까지 식혀서 발효조로 넣어서 1개월 정도 발효과정을 거친다. 추운지역이라 발효기간이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양조소만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술을 거르고 남은 주박을 걷어내는 장면

추운지역에서 장시간 발효를 시키면 드라이한 술이 되고, 따뜻한데서 단시간에 발효를 시키면 단술이 된다.

술이 만들어져서 숙성을 하면서도 어떻게 숙성을 하는가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다카사고 양조소는 직사광선이 없는 지역에서 15도 정도에서 저온저장을 한다. 이 술은 저장에 들어가기 전에 60도에서 열처리를 하여서 저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장 온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켜주어야 한다.

3개월간 저온 저장하고 출하하는데, 일단 열처리를 하면 향이 날아가고 떫은 맛이 난다. 병입하여 3개월간 저온저장을 하는 것을 숙성을 한다. 떫은 맛을 없애고 향이 날라가는 것을 보완하는 작업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처리를 하여야 유통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술을 짜내고 남는 주박을 판매한다. 이 주박에는 술을 발효시키는 효모가 있다. 그래서 필요하면 이 효모를 살려서 재 활용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열처리하지 않는 술도 있다. 열처리를 하지 않으면 생주(生酒)라고 하고, 이 술은 영하 5도에서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생주는 열처리를 하지 않는 대신 냉장보관하고, 또 1주일안에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다카사고 주조에서 생산된 제품 들

술은 미생물의 발효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핵심은 인간이 관여하는 부분이 아닌 셈이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작용은 항상 동일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유사한 결론일 뿐이다.

그 유사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여러방법의 노력이 인간의 삶이지 싶기도 하다. 일본인의 술에 대한 정열과 정성은 장인정신의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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