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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0일을 기리는 시, 눈시울을 적시다

여수 새해 첫 촛불집회에서 이현종 교사 시 낭송

  • 입력 2017.01.08 19:10
  • 수정 2017.03.17 17:01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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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구속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에 나선 정한수 공동의장과 시민들의 모습
▲  박근혜 구속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에 나선 정한수 공동의장과 시민들의 모습
ⓒ 심명남

 


지난 7일 오후 여수시 정보고 사거리에서 '제11차 박근혜 퇴진 여수 시국대회'가 열렸다. 새해 들어 맞이하는 첫 촛불집회엔 35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1000일 앞둔 세월호 참사... 천개의 바람이 되다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 자원봉사자로 나온 문수중 주민주, 여수여중 김지윤, 중앙여중 박가빈의 학생의 모습
▲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 자원봉사자로 나온 문수중 주민주, 여수여중 김지윤, 중앙여중 박가빈의 학생의 모습
ⓒ 박성미 제공

 


4.16세월호 참사 1000일(1월 9일)을 이틀 앞두고 열린 세월호 추모제에서는 노랑풍선과 세월호 열쇠고리, 노랑 바람개비가 시민들에게 배포됐다. 여기에 맞춰 조요섭 교사가 세월호 진실 인양 공연 무대에서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연주해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무대에선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구호가 돋보였다. 이날 특별행사로 한나래 예술단이 세월호 추모 진혼무 공연을 선보였다. 20년 이상 무용을 통해 무형문화제로 등록된 이 무용단은 304명 망자의 혼을 달래고 아직도 차디찬 팽목항 바닷속에 있는 9명을 저승으로 편히 보내는 진혼식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현 시국에 대한 자유발언과 세월호 가족이 촛불 시민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무형문화제인 한나래 예술단이 세월호 추모 진혼무 공연을 통해 세월호에 억울하게 희생된 망자들의 혼을 달래고 있다.
▲  무형문화제인 한나래 예술단이 세월호 추모 진혼무 공연을 통해 세월호에 억울하게 희생된 망자들의 혼을 달래고 있다.
ⓒ 김영 제공

 

 

 무형문화제인 한나래 예술단이 세월호 추모 진혼무 공연을 통해 세월호에 억울하게 희생된 망자들의 혼을 달래고 있다.
▲  무형문화제인 한나래 예술단이 세월호 추모 진혼무 공연을 통해 세월호에 억울하게 희생된 망자들의 혼을 달래고 있다.
ⓒ 김영 제공

 


공연은 세월호 영령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자유발언에 나선 여수YMCA 이상훈 총장은 "새해에는 청와대 성안에 똬리 틀고 버티고 있는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하고 자리에 또 다른 박근혜와 박정희가 틀어 앉지 못하도록 우리의 참된 대표를 뽑아야 하는 일도 있다"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법도 고쳐야 하고, 검찰 개혁과 국정교과서도 철회해야하는 많은 일들이 우리 맘을 바쁘게 한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진도 앞 차가운 바닷속 세월호 안에 아직도 잠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이 있다"라면서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가슴에 달린 '노란 세월호 배지'를 단 사람과 안단사람이 갈라지고 있다, 진실이 밝혀질 때 까지 노란 리본을 달았던 초심의 마음들이 나뉘어져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며 세월호 참사이후 지금껏 세월호 배지와 리본나누기를 해온 김미선씨의 모습
▲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며 세월호 참사이후 지금껏 세월호 배지와 리본나누기를 해온 김미선씨의 모습
ⓒ 박성미 제공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껏 세월호 배지와 리본 나누기를 해온 김미선 교사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내가 여수에 원래 살던 사람은 아닌데 광주에서 여수로 시집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세월호 관련 나눔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김 교사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염원에서 시작됐다"라면서 "지금도 바닷속에 있는 9명의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미래가 송두리째 빼앗겨 다시 되돌릴 수 없지만 꼭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눈물바다 된 촛불집회 "아무것도 못해줘 미안해"
 

 세월호 추모 공연하는 상록수 밴드의 모습
▲  세월호 추모 공연하는 상록수 밴드의 모습
ⓒ 심명남

 


무대에선 여수시민협 이현종 상임대표는 "오늘이 세월호 참사 998일이지만 그동안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라면서 "304명의 영혼은 아직도 억울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진혼무를 보면서 그분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잠시 눈물을 흘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낭송에 앞서 세월호에서 살신성인을 보여준 자랑스런 여수출신에 대한 애도를 이렇게 표했다.

"선원들은 거의 빠져 나왔지만 여수 출신 양대홍 사무장은 배 밖으로 나왔다가 아내에게 전화해서 통장에 남아있는 돈으로 아이들 등록금하라는 통화를 마치고 다시 배안으로 학생들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여천고 출신 국사교사인 이해봉 선생님은 배에서 나오다가 제자들을 두고 올 수 없어 다시 배안에 있는 제자들에 갔다가 나오지 못한 게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못해줘 미안합니다. 미수습자 9명과 304명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추모시 한 수를 준비했습니다."

그가 낭송한 세월호 1000일을 애도하는 자작시 <꽃이 되고 별이 되어>는 감동과 함께 눈시울을 적셨다. 떠들썩했던 주변은 시낭송이 끝날 때까지 일순간 고요한 적막감이 흐르며 긴 여운속에 훌쩍이는 소리가 가득했다.

박근혜 퇴진 여수운동본부 정한수 공동의장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이 다되는 동안 아직도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고 있다"면서 "세월호 진실을 덮고 있는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을 즉시 퇴진시켜 구속해 세월호의 진실은 하루 빨리 밝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지금 이 사회가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지 못하고 온통 거짓과 허위에 둘러싸여 있다"면서 "촛불만심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반드시 국민과 지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해 둔다"라고 톤을 높였다. 아래는 이현종 상임대표의 자작시다.
 

 온전한 특검을 촉구하며 박근혜 퇴진 촉구하는 촛불집회 참가 학생들의 모습
▲  온전한 특검을 촉구하며 박근혜 퇴진 촉구하는 촛불집회 참가 학생들의 모습
ⓒ 박성미 제공

 

 

꽃이 되고, 별이 되어 - 이현종-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애도하며-

검은 안개가 서해바다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
우리 배는 출항한데
밤안개가 유령처럼 세월호를 끌고 있나 봐

엄마, 꽝소리가 났어
배가 이 큰 배가 한 바퀴 빙 돌았어, 미쳤나봐
배가 기울고 있어

그런데, 엄마! 
가만히 있으래,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해
엄마! 선장이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으면 되겠지?
그럼 경찰이 와서 구해주려나 봐
엄마 걱정마
엄마아빠가 얼마나 세금을 잘 냈는데
경찰이 와서 구해줄 거야

그런데, 엄마! 
배가 계속 기울고 있어
49도, 50도, 51도...
해경 123정이 왔어
헬기 소리도 들려
옆에 둘라에이스호도 왔어
우리가 탈출만 하면 구해준대
그런데 둘라에이스호가 그냥 돌아가네
아마 경찰이 구해주려고 그러나 봐

그런데, 엄마!
해경 123정은 우리 곁을 빙빙 돌기만 해
엄마, '선내 대기하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또 방송이 나와
배는 점점 더 기우는데
61도, 62도, 63도...
그래도 기다리면 엄마 곧 만날 수 있겠지
진도의 어부들도 고기잡이를 중단하고 우리 곁으로 달려 왔어
엄마 안심시키려고 거짓말하는 것 아니야 정말이야
유리 한 장 밖에 갈매기 나는 것도 보이고, 경찰도 보이는 걸
차마 그 유리 한 장 못 걷어낼까봐

벌써 뉴스에도 나왔다니까
대통령도 우릴 구하려 애쓰고 있겠지
다른 건 몰라도 약속은 잘 지킨다는 대통령이잖아
우리의 대통령이고 우리의 선장이잖아
아빠, 엄마! 만일 말이야
승객을 버리는 선장이라면
그 선장 잡아다가 동물원에나 가둬버려야 해
쇠창살 박힌 유리동물원 안에 갇혀서
손톱으로 유리창 박박 긁다가
죽어가는 고통을 알 때까지

엄마, 그런데 말이야
엄마 걱정할까봐, 이말 안 하려고 했는데
물이 차올라, 서서히 물이 차올라
발목 위로, 무릎 위로, 배꼽 위로

강아지를 좋아해서 수의사가 되겠다는 다인이도 여기 있고
아이들이 좋아 교사가 되겠다는 아혜도 여기 있는데
아, 물이 차올라
가슴 위까지 모가지까지....

엄마, 나 춥지 않아
엄마가 사준 빨간 스웨터를 입고 있고
그리고, 동생이 사준 노란 양말도 신고 있는 걸
구명조끼는
알바하는 승무원 지영이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가
자기는 승무원이니까 괜찮다고
자기는 마지막에 나갈 거라고
자기것 벗어서 입혀 줬어

엄마, 4월 16일, 10시 12분이야
배가 너무 기울었어. 90도, 95도
엄마 물이 턱까지 차올랐어
엄마 이게 마지막 통화가 될지도 몰라
그런데, 왜 이렇게 엄마가 보고 싶지?
엄마, 진짜 보고 싶네
엄마, 그동안 엄마한테 잘못한 것 다 용서해줘
아빠 일하러 나가셔서 인사도 못 하고 왔는데 어떻게 해
동생한테도 선물 사다주겠다는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꼭 전해줘야 해
보고 싶다고, 용서해주라고

엄마
내가 진도 어느 섬의 나지막한 언덕에 꽃이 되어서
내가 어두운 그믐날 하늘 한 귀퉁이에 별이 되어서
나의 이 향기
나의 이 빛깔로
늘 엄마 곁에 있을 거야
늘 엄마 곁에서 엄마 지켜줄게

엄마, 그런데 말이지
다시 우리 만날 때
나에게 꼭 알려줄 게 있어
왜 안개 속으로 세월호를 밀어 넣었는지?
왜 가만있으라고 했는지?
왜 배는 급선회를 했는지?
왜 우릴 탈출하지 못하게 했는지?
왜 진상규명은 안하려고 하는지?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엄마, 엄마가 흘리는 눈물 대신
그것을 꼭 알려줘야 해
아니면 그것을 내 묘비명에 새겨 줘도 좋아, 잊지 않게
그리고 내가 탔던 세월호 인양해서
마지막 친구까지 모두 구했다는 소식도 꼭 전해줘야 해

엄마, 그만 울어! 
내가 어느 섬의 나지막한 언덕에 꽃이 되어서
내가 하늘 한 귀퉁이에 별이 되어서
나의 이 향기, 나의 이 빛깔로
늘 엄마 곁에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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