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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놓인 섬, "금방 큰 병원 갈 수 있어 좋아요"

연륙연도교 완공을 앞두고 희망에 부푼 낭도 주민들

  • 입력 2017.01.09 15:21
  • 수정 2017.01.10 15:41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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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와 고흥을 잇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벌어지는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인 낭도 모습. 왼쪽에 보이는 다리는 둔병도에서 낭도로 이어지는 다리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다리는 적금도로 이어지는 다리다
 여수와 고흥을 잇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벌어지는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인 낭도 모습. 왼쪽에 보이는 다리는 둔병도에서 낭도로 이어지는 다리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다리는 적금도로 이어지는 다리다
ⓒ 오문수

 


지난 주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이자 섬 전문가인 이재언씨와 함께 낭도를 방문했다. 여우를 닮아 낭도(狼島)라 불린 섬은 낭도의 모든 산이 수려하다 하여 '고울 여(麗), 뫼 산(山)' 자를 써서 '여산'이라고도 전해진다.

낭도는 화정면 소재지인 백야도에서 서북쪽으로 12㎞ 떨어져 있다. 낭도출장소로부터 동북쪽 2㎞ 지점에 고흥군이 위치하고, 북쪽으로는 적금도, 둔병도, 조발도가 있고 유인도 3곳과 무인도 7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면적 5.6.㎢, 해안선 길이 19.5㎞인 섬에는 경찰출장소, 보건진료소가 하나씩 있다.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상산봉(280.2m)이 위치한 동쪽지역을 제외하면 구릉지다. 낭도는 청정해역인 가막만과 여자만을 끼고 있어 각종 어패류가 풍부하다.

바다건너 섬까지 오른 멧돼지들 때문에 걱정하는 섬 주민들
 

 경운기를 태워준 정기부(74세)씨가 추수가 끝난 고구마 밭을 멧돼지들이 파헤쳤다며 멧돼지 발자국을 가리킨다.
 경운기를 태워준 정기부(74세)씨가 추수가 끝난 고구마 밭을 멧돼지들이 파헤쳤다며 멧돼지 발자국을 가리킨다.
ⓒ 오문수

 


낭도에서 적금도 방향으로 걷고 있는 중인데 소형 경운기를 타고 가던  노인 한 분이 "같은 방향이면 타라"고 해 올라탔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리느라 엉덩이가 아팠지만 고마운 시골인심에 감동하며 앉아 있었는데 추수가 끝난 자신의 고구마 밭을 보여준다.

"여기를 보세요. 고구마 심은 자리인데 땅속에는 아직 잔챙이가 남았잖아요. 그물로 울타리를 쳐놨는데 멧돼지들이 뚫고 들어와 온통 파헤쳐 쟁기질을 해놨어요. 얼마 전에 동네 사람들이 두 마리를 잡았지만 아직도 섬에 몇 마리가 돌아다녀요. 전에는 없었는데 어떻게 섬을 건너왔는지 모르겠어요. 겁도 나고요"

연륙연도교가 완공되면 살기 좋아질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사는 주민들
 

 2019년에 완공을 목표로 연륙연도교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는 건설장비와 인부들이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2019년에 완공을 목표로 연륙연도교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는 건설장비와 인부들이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 오문수

 


340여 주민이 살고 있는 낭도는 2016년에 전라남도 특수시책인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됐다. '가고 싶은 섬'사업지로 선정된 뒤부터 낭도 주민들은 소득사업으로 마을 공동식당, 카페,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낭도항에서 바라본 고흥 나로도 우주발사기지 모습. 여수와 고흥은 바다 때문에 멀다고 느꼈지만 연륙연도교가 완공되는 2019년이면 지근거리에 있다.
 낭도항에서 바라본 고흥 나로도 우주발사기지 모습. 여수와 고흥은 바다 때문에 멀다고 느꼈지만 연륙연도교가 완공되는 2019년이면 지근거리에 있다.
ⓒ 오문수

 


낭도 주민들은 요사이 부푼 꿈을 안고 살아간다. 바로 인근에 공룡섬인 사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여수에서 → 조발도 → 둔병도 → 낭도 → 적금도→ 고흥으로 이어지는 5개의 연륙연도교가 2019년에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기 때문이다.

26 가구에 주민 20여명이 사는 규포에서 16년째 목회를 한다는 명이복 목사의 차를 타고 낭도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배낭을 멘 3명의 여행자가 손을 들어 합승했다. 명이복 목사가 "요즘 한 달에 두 번씩 이장회의에 참석하느라 바쁘다"며 말을 꺼냈다.
 

 섬 전문가이자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인 이재언(왼쪽)씨와 규포 교회목사이자 마을 이장인 명이복씨 모습
 섬 전문가이자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인 이재언(왼쪽)씨와 규포 교회목사이자 마을 이장인 명이복씨 모습
ⓒ 오문수

 


"목회하기도 바쁜데 마을이장을 맡아달라고 주민들이 간청해 할 수 없이 이장을 맡았습니다. 아마 제가 이장 맡으면 마을행정을 공정하게 집행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목사가 이장을 맡고 스님이 이장을 맡기도 한 지역이 있다"는 말에 고개가 갸웃했지만 대충 짐작이 가는 게 있다. 그 동안 여러 섬을 돌며 불친절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이장과 어촌계장의 얘기를 몇 번 들었기 때문이다. 옆자리에 앉은 3명의 배낭족에게 "어떻게 이 한적한 섬을 찾아왔느냐?"고 묻자 한 분이 대답했다. 

"연륙연도교를 건설 중인 섬들을 돌아보니 개발호재를 바라고 외지에서 땅투기 하러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1~3만원하던 땅이 지금은 열배 정도 올랐다고 합니다"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기다리는 할머니 한 분한테 "아직 완공은 안됐지만 다리가 연결되면서 섬이 변한 게 뭐냐?"고 묻자 할머니가 대답했다.  
 

 규모가 큰 섬에는 1톤 규모의 '다목적소방차'가 한 대씩 지급돼 있다. 인원이 부족한 소방대원들을 대신해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들은 화재와 산불진화도 한다
 규모가 큰 섬에는 1톤 규모의 '다목적소방차'가 한 대씩 지급돼 있다. 인원이 부족한 소방대원들을 대신해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들은 화재와 산불진화도 한다
ⓒ 오문수

 

 

 이재언 연구원과 함께 적금도 방향으로 걷고 있자 자신의 경운기에 타라는 정기부씨가 고마웠다. 다리가 연결되어도 이런 순박한 인심이 사라지지 않기를 빌었다
 이재언 연구원과 함께 적금도 방향으로 걷고 있자 자신의 경운기에 타라는 정기부씨가 고마웠다. 다리가 연결되어도 이런 순박한 인심이 사라지지 않기를 빌었다
ⓒ 오문수

 


"땅값도 올라갔고 자식들이 집 팔지 말라고 하면서 말려요. 땅이 상당히 있어 외지 사람들이 땅 사겠다고 요청이 들어오지만 자식들이 팔지 말라고 해요. 다리 연결되면 도둑놈들이 들어오고 인심도 사나워진다고 하는데 도둑놈이 오면 얼마나 오겠어요? 아프면 금방 큰 병원으로 갈 수 있어 좋아요"

교통 불편과 편의시설 부족으로 힘들게 살았던 낭도 사람들은 머잖아 연륙연도교 공사가 완공되면 육지와 연결될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게 하나 있다. 돈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순박했던 인심이 사나워지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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