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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원하는 우리, 우리의 자세는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2015.10.7 법륜스님 대구강연

  • 입력 2017.01.10 06:47
  • 수정 2017.01.10 08:48
  • 기자명 장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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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죠. 분단된 지 70년이 되었으니까 강산이 변해도 7번은 변했어요. 그런데 우리들의 생각은 안 변하고 그냥 머물러 있어요. 특히 분단 70년을 지나면서 분단 당시와 6.25 전쟁 때의 아픔 같은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늘 그 생각을 하게 돼요. 어릴 때 부모님에게 야단맞은 기억은 지금도 여러분들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현실은 많이 바뀌었는데 우리의 생각은 과거에 머물러 현실과 많이 유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대화하면서 50년 전, 30년 전과 비교해 지금 얼마나 국제정세가 바뀌었는지 살펴보고, 우리들 내부의 삶도 많이 바뀌었으며 청소년들의 생각도 우리의 생각과 많이 달라진 상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젊은이들은 통일에 대한 관심도 적고, 통일에 대해서 거부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그 첫 번째 이유가 가난한 사람들과 같이 살면 우리 걸 줘야 하니 손해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하기 때문이에요. 좋다 나쁘다를 떠나 이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이 현실 위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 거냐?’ 이렇게 사물을 봐야지, ‘너 지금 생각 잘못하고 있다’ 이렇게 접근하면 현실에 안 맞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 것이 문제지만,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또한 현실이라는 말이에요. 그러니 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거냐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어려운 가운데서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어서 스님은 남북의 통일 문제를 남녀의 결혼에 빗대어 통일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통일 문제는 좌우, 진보와 보수, 야당과 여당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예요. 통일 없이는 이제 더 이상 국가 발전이나 민족의 비전을 만들기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요만큼 살게 된 것도 어디냐, 옛날에 비하면 이만큼 살게 된 것만 해도 됐지’ 이렇게 만족한다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아니다, 아직은 더 발전해야 한다. 통일을 발판으로 삼아 고구려의 꿈을 실현하자. 통일을 통해서 자주독립국가를 구성하고 동아시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로 다시 한번 일어서자’ 이렇게 희망을 가지고 접근할 수도 있어요. 천 년 만에 다시 도약할 기회가 왔다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우리의 선택이에요.

예쁜 여자를 보고 결혼하고 싶어서 결혼하자고 했는데 여자가 콧방귀도 안 뀌어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할 거냐는 겁니다. ‘그래, 너 잘났다’ 하고 혼자 계속 사는 선택을 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꼭 그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면 콧방귀를 뀌더라도 구애를 계속해야죠. 그런데 선물을 사줘도 집어던져버려요. 당연히 기분이 굉장히 나쁘죠. 그래도 참고 다시 사다줬는데 또 집어던져버려요. 심지어 욕까지 해요. 그러면 옆에서 이럽니다. ‘왜 그리 바보처럼 여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냐? 한번만 더 그러면 따귀를 때려버려라.’ 그 말도 맞다 싶어서 다음 번에 또 선물을 집어던졌을 때에는 따귀를 때려버렸어요. 그러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결혼은 안 돼요. (청중 웃음)

목표가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래도 그 여자와 결혼하려면 오히려 뺨을 한 대 맞고서라도 ‘그래도 사랑합니다’ 하고 구애를 계속해야 합니다. 때리더라도 결혼식은 올리고 때려야 해요.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수모를 겪었지만 일단 결혼하면 내 마누라인데 굳이 때릴 이유도 없잖아요. (청중 웃음)

제가 이런 비유를 드는 이유는 우리 민족의 살 길이 통일이고 비전이 통일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북한이 통일을 안 하려고 한다, 북한이 이러저러해서 안 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북한을 어떻게든 구슬려서 목표를 달성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건 우리의 선택이에요. 북한이 저런다고 그럼 우리가 일본하고 통일을 할까요? 중국하고 통일을 할까요? 미국하고 잘 지내니까 미국하고 통일할까요? (청중 웃음)

지금 우리에게 최대의 위협 세력은 북한이지만, 통일할 대상도 북한이에요. 남북 관계에는 그런 이중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지금 나한테 제일 못되게 구는 사람도 저 여자지만 내가 결혼할 여자도 저 여자예요. (청중 웃음)

그래서 포용이 필요합니다. 내 사람을 만들려면 포용해줘야 합니다. 조그마한 것 하나하나 다 따지면 안 돼요. 주인 된 자세가 아니라면 성질대로 하고 치워버리면 돼요. 성질대로 하면서 저처럼 이렇게 혼자 살아도 돼요. 이것도 뭐 괜찮아요, 하하. (웃음) 그러나 정말 주인 된 자세를 가진다면 행동이 달라져야 합니다.”

결혼에 임하는 두 남녀의 심리를 남북의 통일 문제로 등치시키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렵고 딱딱한 통일 강연이지만 스님은 이렇게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주었습니다.

이렇게 여는 이야기를 마치고 “오늘은 강연의 시간이 아니라 대화의 시간이에요. 질문이 있으면 뭐든지 해보세요.”라며 대중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탈출한 지 20년이 되었고 한국에 온 지는 5년 좀 넘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국정원과 하나원, 사회 감호소를 거칠 때부터 ‘통일이 10년 내로 될 것’이라고 계속 들어왔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10년이면 된다’고 하니 참 답답합니다. 저는 현재 새터민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저희는 정말로 통일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한 번씩 모여서 고향 이야기를 할 때마나 눈물만 앞섭니다. 어떻게 하면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까요? 얼마나 노력해야 하고 또 어떤 일을 하면 빨리 앞당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한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통일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실 겁니다. 우리는 통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저분들은 통일을 안 하면 안 돼요. 통일을 해야 고향도 가고 가족도 볼 수 있으니까 절박해서 이런 질문도 하시는 것이지요.

그러나 생각해볼 점이 있어요. 첫째, 통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통일이 쉽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쉬웠으면 분단 70년까지 오지도 않았겠지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그렇게 외쳤는데도 지금까지 통일이 안 됐다는 것은 통일이 쉽지가 않다는 겁니다. 산업화도 쉽지 않았지만, 산업화는 그래도 해냈잖아요. 그건 산업화가 통일보다는 쉬웠다는 이야기예요. 민주화도 할 때는 아주 어려웠어요. 감옥 가고 난리도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그런 민주화를 이 정도 해냈다는 것은 민주화가 통일보다는 쉬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통일은 우리 선배들이 한 산업화보다, 우리 선배들이 한 민주화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안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또 뒤집어놓고 보면 오히려 그래서 희망을 가질 수도 있어요. 우리가 1960년대에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고 노래 부를 때 우리가 이만큼 잘 살 거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어요. 1980년대에 청년 학생들이 감옥 가고 데모할 때 정말로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가 될 거라고 상상 못 했어요. 특히 기성세대들은 모두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민주화가 이루어졌어요.

통일도 그와 비슷합니다. 지금 여러 상황을 보면 통일은 가망이 없어요. 미국이 원하는 것도 아니고 중국이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통일된 한국이 자기 편이 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도와줄 텐데, 통일된 한국이 어느 쪽으로 갈지 자기들은 모르잖아요. 그러니 남북을 갈라서 미국은 남한을, 중국은 북한을 지금처럼 반쪽씩이라도 잡고 있는 게 더 확실하고 유리하다고 보는 거예요. 그러니 우리가 아주 적극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미국과 중국은 현상 유지가 목적이에요. 그러니 국제적으로도 별로 안 좋은 상황이지요.

북한은 어떨까요? 질문자도 북한에 살아봤으니 알지만 북한은 입으로는 ‘통일, 통일’ 외쳐도 실제로는 통일할 생각보다는 자기 체제 유지에 급급하지 않을까요?”

“정권은 그렇지만 백성들은...”

“아니, 정권이요. 정권은 말로는 통일을 요구하잖아요. 그렇지만 실제로는 통일이 중요할까요? 자기들 권력 체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할까요?”

“체제 유지를 원합니다.”

“그렇죠. 그러면 또 남쪽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국민도 그렇고 지도자도 그렇고 정말 통일해야 되겠다고 진심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던가요? 통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도 그 사람들이 통일하려고 일합디까, 자기 승진하고 출세해서 돈 벌려고 일합디까?”

“안전하게 승진하는 것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들을 나무라는 게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가 그렇다는 거예요. 정말 자기가 희생하더라도 통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없고 다들 어떻게든 승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요. 통일을 주장해서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으면 통일을 주장하고, 통일을 반대해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으면 통일을 반대하고, 이렇게 지조가 전혀 없고 자기 목표만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래요. 지금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도 제가 통일 강연 하러 왔다는데도 다들 자기 이야기만 하잖아요. (청중 웃음) 아이가 어떻고 배우자가 바람 피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지금 나라가 이런데 나라를 어떻게 살려야 하냐는 이야기는 관심 없어요. 여기서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가버릴 겁니다. (청중 웃음)

그런 게 현실이기 때문에 현실만 보면 통일이 되기 어려워요. 북쪽의 지배층처럼 남쪽에도 지배층이 있지요? 정권을 잡고 있거나 권력의 핵심에 서 있는 소위 기득권은 분단으로 인해 이익을 본 사람들이어서 통일에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어요. 통일하면 요즘은 기업가가 좀 더 이익일 것처럼 되었어요. 자본가가 더 이익을 얻고, 권력도 좀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금방 통일대박론 주장하고 보수언론까지 통일에 앞장서는 거 봤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이게 다 이해관계로 일어나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해가지고는 좀 어려워요. 어떤 힘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해야 이루어져요. 이런 현상만 본다면 통일하기 어렵다고 봐야 해요. 그러니 너무 ‘5년만 있으면 통일될 거다’ 이런 생각 하지 마세요.

두 번째, 그렇다고 통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산업화도 불가능하다 했는데 되었고 민주화도 불가능하다 했는데 됐어요. 산업화할 때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 하고 엄청나게 노력했잖아요.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1차, 2차, 3차까지 실행하니까 불가능하다고들 하던 것도 이루어졌어요. 민주화 할 때 청년 학생들이 무더기로 감옥 가는 걸 보고 기성세대들은 모두 ‘저놈들이 나라 망친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의 그런 투쟁을 통해서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그러면 통일을 이루려면 누군가가 통일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개인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서, 인권 개선을 위해서, 남한 젊은이들의 미래 희망을 위해서 통일을 간절히 염원하는 사람과 집단이 있어서 그게 세력화가 되어야 통일이 이루어지지, 가만히 앉아서 통일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될 수 있습니다.

국제 환경은 어떨까요? 옛날에는 통일 가능성이 별로 없는 환경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통일하기에 유리해졌어요. 앞에서 통일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 내용과 모순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입니다. 그러면 어떤 면에서 유리해졌을까요? 전에는 미국 일국 체제였다가 지금은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기존의 질서가 바뀌어야 하잖아요. 변화가 오는 겁니다. 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분단 고착화로 가지만, 변화에 제대로만 대응하면 현상이 변경되는 과정을 이용해 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해요.

국내 분위기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저렇게 굶어죽는데 독재를 하고 권력을 3대 째 세습하는 놈들과 어떻게 통일하느냐? 게다가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통일하면 손해 아니냐?’ 이러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것도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통일하기에 유리한 분위기가 된 셈이에요. 저렇게 독재를 하니까 주민들이 겉으로는 복종해도 속으로는 복종하지 않잖아요. 그러면 통일에 유리해진 거예요. 거기는 거기대로 충성하고 여기는 여기대로 충성하면 끝이 안 날 텐데 한 쪽이 충성도가 약해졌잖아요. 저 사람들이 나쁘게 하면 할수록 통일에 유리해요. 그러니 그걸 욕하지 마세요. 우리가 볼 때 엉뚱하게 하면 할수록 통일에는 가까워지고 있어요. (청중 웃음)

주민 생활이 어려우면 통일에 유리해요. 그것도 북쪽의 상황이 통일에 유리하게 됐어요. 그런데 유리하다고 힘으로 밀어붙여 통일을 하려 들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6.25 전쟁이 일어날 당시에는 북쪽이 남쪽보다 유리했어요. 그래서 북쪽이 생각하기에 자기들이 유리하니까 남쪽을 밀어붙이면 통일이 될 거라 생각해서 전쟁을 일으켰잖아요. 그래서 한 달 만에 부산까지 밀고 내려왔는데 미국을 고려 못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다시 수도를 회복했어요. 우리도 밀릴 때는 방어에만 급급했는데 전세가 유리해지니까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중국이 올라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밀고 올라갔잖아요. 우리가 유리한 것만 생각했지 중국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니 중국이 개입해서 또 밀려 내려오고, 오락가락 하다가 휴전을 했잖아요.

그때처럼 지금 우리가 유리하다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중국이 가만히 있을까요? 중국은 바보가 아니에요. 북한은 군사력으로 보나 뭘로 보나 유리하지 않아요. 그러나 전쟁을 하면 북한이 비록 진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지 않을까요?”

“피해를 많이 줄 것 같습니다.”

“다 초토화된 뒤에 이기면 뭐 해요? 이기기는 이기는데 피해가 막대합니다. 게다가 북한을 이기더라도 완전히 점령하기는 중국의 개입 때문에 쉽지가 않아요. 그러니 무력으로 밀어붙여 하는 통일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면 통일을 평화적으로 해야겠지요. 평화적으로 한다는 건 상대의 요구도 좀 받아들여줘야 한다는 거예요. 남쪽이 통일을 하려면 무조건 힘으로만 밀어붙이려 들지 말고 북쪽의 요구와 북쪽이 우려하는 요소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남쪽 정부가 중심이 되되 북쪽을 조금 포용해주면 통일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쪽이 딱 중심을 잡아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의 이익을 우선해다오. 세계의 이익은 우리가 미국에 협조할게’ 이렇게 미국을 설득하고, ‘통일된 한국은 중국을 적대하지 않을게’라고 중국도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취한다면 생각보다 통일이 빨리 올 수도 있어요.

그런데 꼭 휴전선 무너지고 하나가 되는 통일이 질문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질문자는 북쪽의 가족들을 마음대로 만나고 왕래할 수 있는 게 지금 제일 급하지 않아요?”

“네.”

“여러분들은 통일이라고 하면 꼭 체제가 하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통일하겠다는 방침만 확실히 정해지면, 즉 ‘저 사람과 결혼하겠다’라는 결심만 딱 서면 상대가 좀 시비를 걸어도 거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철도 복구하고 나무 심고 농업 지원하면서 지금부터 투자를 해 들어갈 수도 있어요. 그쪽에서 시비 거는 것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돼요. 다만 앞으로의 행동 계획을 짤 때 고려는 해야지요. 언제쯤 가면 어떤 시비를 걸지 예측해서, 딱 안보를 유지하면서 위험요소는 관리를 해야 해요. 그렇게 해나간다면 질문자에게 필요한 그런 통일은 한국 정부만 제대로 한다면 2~3년이면 가능해요.

제일 먼저 평소에는 왕래 못 하더라도 추석과 설만에라도 왔다 갔다 하자, 이런 건 할 수 있잖아요. 이산가족 만나듯이 할 수 있어요.(청중 감탄)

다음으로, 남쪽에서 버는 돈을 북쪽 가족에게 보내줄 수 있도록 하자. 그러면 질문자가 돈 열심히 벌어서 가족들 보내주고 고향에 투자도 할 수 있잖아요. 이 정도만 되어도 질문자에게는 이미 통일이 된 것이지 정치적으로 하나가 되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이게 통일의 시작이라는 거예요. 이 시작은 우리가 결심만 하면 내일부터 당장 할 수 있어요. 완전히 정치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은 시간이 10년 걸릴지, 20년 걸릴지, 30년 걸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건 우리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치적 통일은 빨리 할수록 부담이 크고 부작용이 많습니다. 오히려 그건 천천히 해도 아무 경제적 손실도, 사회적 혼란도 없어요.

그러니 통일을 보는 관점만 정확하게 잡으면 2~3년 안에 사실상 통일의 길에 들어서는 성과를 아주 빨리 이룰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인 것까지 다 이루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질문자는 결과는 별 필요 없잖아요. 그래서 통일은 멀기도 하지만 또한 바로 눈앞에 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그렇죠. 질문자가 대통령 될 것도 아니고 정치할 것도 아닌데 북한이 다 없어지고 하나가 되는 게 뭐 필요해요? 질문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전쟁이 안 일어나고, 고향에 마음대로 가고, 내가 번 돈 내 가족에게 마음대로 주고, 내가 번 돈으로 가족들이 거기서 사업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잖아요. 그 정도는 남북 간에 협상을 서두르면, 아니 딱 남쪽만 결심을 한다면 몇 년 안에 할 수 있는 거예요. 빨리 그런 날을 만들어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합시다.”

“예. 감사합니다.”

통일은 복잡하고 어렵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막연하게만 다가왔는데 오늘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나니 우선 통일을 하자고 방향을 명확히 하기만 하면 지금 당장에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통일은 가까이 다가와 있다고 생각이 되니까 가슴이 두근 두근 뛰었습니다. 청중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세가지를 이야기해 주면서 그 첫발은 대한민국의 통일에 대한 의지라고 강조한 후 지금 우리가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우리 대한민국의 의지, 둘째, 남북간의 합의, 셋째, 주변국의 협력입니다. 이 세 가지를 함께 추진해야 통일이 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첫발이 되는 대한민국의 통일에 대한 의지예요. 그런 정부를 구성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이건 우리 손가락만으로도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겠어요?”

“네!” (청중은 우렁차게 대답했습니다.)

“나 혼자 나서 봐야 우리는 소액주주라서 별로 도움이 안 돼요. 1인당 최소한 100명은 투표장으로 함께 가야 합니다. 그러니 평소에 주위 사람들에게 잘 해주세요. 통일이 어떻고 저떻고 설득하려 들면 힘드니까 그러지 말고 밥도 사주고 차도 사주고 이런저런 것을 잘해주면서 ‘신세져서 어떡해?’ 하면 ‘나중에 내가 부탁할 게 있으니까 괜찮아’ 이러세요. 이렇게 우군을 만들어놓고 나중에 ‘야, 밥값 할 때가 왔다. 이렇게 찍어라.’ 하면 됩니다. (청중 웃음)

여야를 떠나서 통일을 정말 지향하는 지도자, 정당, 세력을 지지하겠다고 마음먹기만 한다면 제가 보기에 2~3년이면 통일합니다.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요. 그런데 문제는 마음을 안 먹어요. 통일이 되면 청년들이 군대 가서 죽을 일도 없고, 기차 타고 유럽 여행도 갈 수 있고, 혜택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북한 개발에 돈 들지 않냐고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투자잖아요. 투자는 돈이 없으면 빌려 써도 돼요. 투자를 하면 이익이 막대하게 나오는데요. 철도 놓을 때 돈 드는 건 맞아요. 그러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해 화물 운송을 시작하면 10년, 20년 안에 본전 다 뽑습니다.

오늘은 경제적인 면에서 간단히 설명했지만 통일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뛰어넘는 우리의 숙원입니다. 지난 천 년 동안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아픈 기억이 참 많습니다. 몽골이 침략했을 때 삼별초가 항몽 투쟁 하다가 다 죽은 거 아시죠? 임진왜란 때 의병들 몰살당한 것도 아시죠? 또 동학 혁명 때 얼마나 많이 죽었어요? 1차, 2차 의병 전쟁 때며 6.25 전쟁 때는 또 얼마나 많이 죽었습니까? 우리는 혁명을 해서 성공한 일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우리 속에 피해의식이 생겼기 때문에 지금도 뭐든지 머리로는 옳다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안 나서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힘으로 통일을 이룬다면 이렇게 쌓여온 천 년의 한을 다 청산할 수 있습니다. 주눅 들어 살던 우리 모습도 극복할 수 있어요. 이처럼 통일은 경제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자신감을 가져옵니다. 미국 사람, 일본 사람, 중국 사람을 만났을 때 절대 기죽을 이유가 없어요. 식민지 지배의 모든 상처도 우리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어낸다면 다 과거의 추억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통일은 해도 그만 말아도 그만인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민족의 발전, 국가의 발전, 후손들의 행복을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로 다가왔고 그 시기도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기회를 잘 활용하면 통일로 가고, 기회를 놓치면 영구분단으로 가는 길에 서 있습니다. 이런 점을 자각하셔서 통일의병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세요.

통일의병에 참가한다고 손해날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손가락만 잘 놀리면 됩니다. (청중 웃음) 그리고 잘못 놀려도 부작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데모는 잘못하다가 잡히면 감옥에 가야 하지만, 이건 감옥 갈 일도 없고 야단맞을 일도 없어요.

우리가 이렇게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은 우리 선배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입니다. 우리 선배들이 총 들고 목숨을 내던져가며 싸워서 나라를 독립시켜 주었고, 우리 선배들이 피 흘리고 투쟁해서 민주화를 이루어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쉽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안 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어요. 공짜로만 먹으려고 하면 안 돼요. 조금이라도 노력하면서 좋은 세상을 바래야지요. 그런 활동에 여러분들도 같이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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