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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맨땅에 상추가 자라는 곳 '둔병도'

임진왜란 때 조선수군 주둔, 겨울 평균기온 2.1도

  • 입력 2017.01.10 15:40
  • 수정 2017.01.11 15:4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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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촬영한 둔병도 사진. 맨 앞에 보이는 사진속 큰 섬이 임진왜란 때 조선수군이 머물렀다는 둔병도이고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오이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하과도이다. 오른쪽에 낭도로 연결하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한창이다. 자세히 보면 저 멀리 여수쪽과 가까운 조발도에서도 연륙연도교 공사가 진행 중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둔병도 사진. 맨 앞에 보이는 사진속 큰 섬이 임진왜란 때 조선수군이 머물렀다는 둔병도이고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오이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하과도이다. 오른쪽에 낭도로 연결하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한창이다. 자세히 보면 저 멀리 여수쪽과 가까운 조발도에서도 연륙연도교 공사가 진행 중이다.
ⓒ 오문수

 


지난 주말, 섬 전문가이자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인 이재언씨와 함께 둔병도를 방문했다.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28㎞, 조발도에서 남서쪽으로 0.8㎞ 지점에 있는 둔병도는 면적 0.62㎢, 해안선 길이 7.13㎞의 조그만 섬이다.

남쪽에는 낮은 산지(최고 높이 114m)가 위치하고, 경사가 완만한 북서쪽 사면에는 농경지가 분포한다. 북쪽 해안에 발달한 만을 중심으로 간석지가 넓게 펼쳐져 있고, 남쪽 해안에는 암석해안이 발달해 있다. 1월 평균기온은 2.1℃, 8월 평균기온은 24.8℃, 연강수량은 1247㎜이다.
 

 적금도 방문을 마치고 둔병도를 간다고 하니 길성호 선장이 우리를 태워줬다
 적금도 방문을 마치고 둔병도를 간다고 하니 길성호 선장이 우리를 태워줬다
ⓒ 오문수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향토문화전자대전>에 의하면 둔병도를 '두음방도'라고도 하였다. 둠벙섬이라고도 부르는데, 연못의 여수 지방 사투리인 둠벙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마을 형상이 큰 연못처럼 생겨서 지어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인근 적금도에서 둔병도주민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에 보이는 해변은 과연 둠벙처럼 안쪽으로 푹 패어 있어 소형 선박이 정박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둔병도의 한자를 보면 '진칠 둔(屯)자와 군사 병(兵)자'를 썼다.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 산하 수군이 고흥 방면으로 가면서 일시 주둔했다는 설이 적절하다는 게 정설이다.
 

 동네 뒷산에 있는 당산모습. 드론으로 촬영했다
 동네 뒷산에 있는 당산모습. 드론으로 촬영했다
ⓒ 오문수

 

 

 둔병도에서 바로 앞 하과도로 건너는 다리 밑에 물고기 바구니가 달려 있다. 고양이의 접근을 막기위해서라고 한다
 둔병도에서 바로 앞 하과도로 건너는 다리 밑에 물고기 바구니가 달려 있다. 고양이의 접근을 막기위해서라고 한다
ⓒ 오문수

 


해안가에서 통발을 손질하는 주민에게 주민실태에 대해 물으니 19세대에 3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1년 쓰고 망가진 통발을 수리 중이라는 노인은 "통발로 낙지, 문어, 쭈꾸미, 붕장어, 돌게, 쏨벵이도 잡혀요"라며 통발의 효용을 자랑했다.

동네에서 가장 젊어 보이는 사람이 지게를 지고 둔병도에서 하과도로 이어진 조그만 다리를 건너 밭으로 가고 있어 "뭘 재배하기에 겨울에도 푸른가?"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한 주민이 소 먹이를 주기위해 말린 고구마 줄기를 지게위에 싣고 있는 모습
 한 주민이 소 먹이를 주기위해 말린 고구마 줄기를 지게위에 싣고 있는 모습
ⓒ 오문수

 

 물빠진 갯뻘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주민모습
 물빠진 갯뻘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주민모습
ⓒ 오문수

 


"옛날에는 절간고구마가 유명했는데 지금은 방풍을 재배합니다. 나이든 노인들만 있는 섬에서 고구마 재배는 손이 많이 가고 힘들어요. 소득도 별로입니다. 방풍은 소득도 높고 운반하기 쉬워서 재배합니다."

기상청에서는 겨울날씨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계속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도회지 사람들이 겨울철에 노지에서 상추가 자라고 국화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둔병도 바닷가 양지쪽에 핀 국화 모습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둔병도 바닷가 양지쪽에 핀 국화 모습
ⓒ 오문수

 

 

 노지에 상추와 마늘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노지에 상추와 마늘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 오문수

 


이곳이 바로 그 섬이다. 둔병도의 겨울 평균기온은 2.1℃ 이다. 해안가를 따라 방풍밭을 둘러보니 조개껍질이 섞인 밭에서 상추와 마늘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바닷가 양지쪽에는 국화꽃까지 피어 있었다.

2009년까지 30여 세대에 60여명의 주민이 살던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도회지로 떠나 반으로 줄어들자 주민들은 맥이 빠졌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 말이 맞는 걸까? 
 

 한 때는 절간고구마를 많이 재배했지만 주민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힘들고 소득이 시원치 않아 방풍으로 바꿨다. 겨울임에도 꽃을 피운걸 보면 따뜻한 지방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한 때는 절간고구마를 많이 재배했지만 주민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힘들고 소득이 시원치 않아 방풍으로 바꿨다. 겨울임에도 꽃을 피운걸 보면 따뜻한 지방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 오문수

 


요즘 도회지에서 낯모르는 사람들도 찾아오고 주민들이 생기가 돌아왔다. 여수에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를 거쳐 고흥으로 이어지는 연륙연도교가 2019년에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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