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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낚시터, 스쿠버다이빙장...71세 이장의 섬 살리기 묘안

솔개를 닮은 연도, 주민들은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기 희망

  • 입력 2017.01.11 15:46
  • 수정 2017.01.11 15:49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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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촬영한 연도모습.
 드론으로 촬영한 연도모습.
ⓒ 오문수

 


섬 전문가이자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인 이재언씨와 함께 연도를 방문했다. 연도는 섬모양이 솔개같이 생겼다 하여 '소리도', 또는 솔개 연(鳶) 자를 써서 연도라고 부른다.

면적 6.8㎢, 해안선 길이 35.6㎞인 연도는 동경 127°47′, 북위 34°25′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수 남쪽 돌산에서 13㎞ 떨어진 지점에 있다. 가까운 금오도 대부도 안도 등과 함께 금오열도를 이룬다.

연도는 필봉산(231m)이 서남쪽으로 뻗어 있으며 여름은 해양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열대기후의 특성을 보이고 겨울은 대륙성기후의 특성을 보인다. 1월 평균 기온이 0.5℃이어서일까? 섬 곳곳에 푸르른 방풍이 자라고 있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알리는 섬 현황 안내문에 의하면 필봉산 주위에서 무문토기와 석부석기를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필봉산 자락에는 후박, 돈나무, 해송, 천선과 등이 자라고 소리도 등대길에는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북부길 당두에는 느티나무와 자밤나무, 비자나무로 이루어진 아름드리 괴목 군락이 있다.

간헐적으로 쉬기는 했지만 28년 동안이나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는 김본준(71세) 이장은 쇠퇴해가는 섬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연도발전을 위해 애쓰는 열정이 젊은이 못지 않았다. 부인과 함께 소리도민박집을 운영하기도 한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연도발전을 위해 애쓰는 열정이 젊은이 못지 않았다. 부인과 함께 소리도민박집을 운영하기도 한다
ⓒ 오문수

 

 

 방풍밭을 가꾸는 동네 주민들
 방풍밭을 가꾸는 동네 주민들
ⓒ 오문수

 

 

 한때 연도 제일가는 부자집 모습으로 주인이 떠나고 허물어져 가는 기와집 모습이 연도의 실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하지만 희망도 보았다. 마을이장과 주민대표들이 모여  연도 발전계획을 마련하느라 애쓰고 있었다
 한때 연도 제일가는 부자집 모습으로 주인이 떠나고 허물어져 가는 기와집 모습이 연도의 실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하지만 희망도 보았다. 마을이장과 주민대표들이 모여 연도 발전계획을 마련하느라 애쓰고 있었다
ⓒ 오문수

 


"한참 때는 배가 120척에 달하고 하루에 200~300만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했지만 간척사업이후 소득이 줄자 젊은이들이 도회지로 떠나고 현재는 35척 밖에 남지 않았어요. 정월대보름날에는 500여호 주민들이 술과 음식을 만들어 커다란 잔치를 벌였고 농악과 용줄다리기 등의 민속놀이도 했지만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섬에서 전통을 이어갈 맥이 끊기고 있어요."

연도를 여행 중이라고 했더니 "당산 숲을 꼭 찾아가보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김본준 이장과 함께 괴목 숲으로 유명한 당산을 방문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자밤나무 군락이 하늘 높이 솟아있고 나무들 사이에 돌보지 않아 거의 무너져갈 것 같은 당집이 보인다. "전통문화를 문화재로 보지 않고 미신으로 여기는 일부 종교인들의 생각이 안타깝다"고 속내를 보인 이장의 얘기다.
 

 당집 주위로 느티나무와 자밤나무가 우거진 괴목숲. 여름이면 울창한 숲을 이룬다고 한다. 돌보지 않아 쓰러질 것 같은 당집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다.
 당집 주위로 느티나무와 자밤나무가 우거진 괴목숲. 여름이면 울창한 숲을 이룬다고 한다. 돌보지 않아 쓰러질 것 같은 당집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다.
ⓒ 오문수

 

 

 연도를 좀 더 자세히 구경하고 싶어 천천히 걷는 길가에 철모르는 쑥부쟁이가 피었고 벌들도 날고 있었다.
 연도를 좀 더 자세히 구경하고 싶어 천천히 걷는 길가에 철모르는 쑥부쟁이가 피었고 벌들도 날고 있었다.
ⓒ 오문수

 


"1970년대 중반에 기독교에 심취한 마을 주민이 학교운동장 가운데 있는 고목을 잘라버렸어요. 마을회의에서 제당을 복원하자고 하면 일부 종교인들의 반대가 심해 못했습니다."  

70년대에는 주민수가 1700명까지 됐지만 현재 483명밖에 안 된다. 쇠락해가는 섬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김본준 이장은 연도주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제시했다.

안도에서 연도로 이어지는 연도교를 건설해 달라!
 

 소룡단 모습으로 작은 용이 태평양을 향해 날아갈 듯한 기세다. 소리도 등대와 소룡단주위는 연도의 절경 중 가장 뛰어난 경치 중 하나이다.
 소룡단 모습으로 작은 용이 태평양을 향해 날아갈 듯한 기세다. 소리도 등대와 소룡단주위는 연도의 절경 중 가장 뛰어난 경치 중 하나이다.
ⓒ 오문수

 


"안도에서 연도로 이어지는 연륙교가 안 되는 이유는 예산부족 때문인 줄 압니다만 금오도 안도 연도가 한 묶음이 되어야 합니다. 먼 미래를 보려면 남해안 관광벨트를 위해서도 연도까지 연결되어야 합니다.

5~6년 전부터 멧돼지가 섬에 나타나 고구마 재배를 못합니다. 과거에는 절간고구마가 주 소득원이었지만 지금은 방풍이 소득원입니다. 그런데 연도주민들이 생산한 방풍은 금오도 주민들 것보다 낮은 가격을 받습니다. 배가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죠"

연도주민들을 위한 유료낚시터 허가해 달라!
 

 연도항 모습.
 연도항 모습.
ⓒ 오문수

 

 

 역포항에서 여수행 배를 기다리는 아구상자들이 줄지어 있다. 연도 앞바다에서는 아구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역포항에서 여수행 배를 기다리는 아구상자들이 줄지어 있다. 연도 앞바다에서는 아구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 오문수

 


그는 주민 소득사업에 대한 또 다른 구상을 내놨다. 섬 주민들에게 유료낚시터 허가를 내 달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연도는 국립해상공원으로 묶여있어 유료낚시터를 허가해주지 않아요. 외지에서 낚시꾼들이 많이 와도 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쓰레기만 버리고 갑니다. 섬 주민들에게 유료낚시터를 허가해주면 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를 알 뿐만 아니라 쓰레기 청소도 하고 소득증대도 되잖아요?" 

스쿠버다이버 체험장으로 부가가치 창출하고 젊은이들 돌아오는 섬을 만들자! 
 

 해적선에 쫒기던 네델란드 상선이 보물을 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솔팽이굴 모습
 해적선에 쫒기던 네델란드 상선이 보물을 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솔팽이굴 모습
ⓒ 오문수

 

 

 바닷가에서 말린 뒤포리를 고르는 연도주민들. 국물맛 낼 때 넣는다고 한다. 입이 작아 낚시에는 안 물리고 그물로만 잡는다고 한다.
 바닷가에서 말린 뒤포리를 고르는 연도주민들. 국물맛 낼 때 넣는다고 한다. 입이 작아 낚시에는 안 물리고 그물로만 잡는다고 한다.
ⓒ 오문수

 


연도에는 70세에서 90세까지의 노인들만 남아있어 활력이 없다. 그는 섬이 살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스쿠버다이버 체험장을 만들자는 것. 스쿠버다이버 체험장에서 입장료를 받고 어촌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자연히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섬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세 가지 발전방안을 잘 들었다며 현재 가장 시급한 사항은 무엇인가?"를 묻자, "연도교가 안 되면 50톤 정도의 철부선이 필요하고, 연도 둘레길을 빨리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정책당국자들도 책상머리에서 계획만 내놓지 말고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마을이장이나 어촌계장을 초청해 이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서 섬을 위하는 신념을 보았다.

100년 넘은 소리도 등대와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의 섬
 

 드론으로 촬영한 소리도등대와 쌍굴이 보이고 상단끝부분에 삐죽이 나와있는 바위에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좌초(1995년)돼 남해안이 기름바다로 뒤덮였었다
 드론으로 촬영한 소리도등대와 쌍굴이 보이고 상단끝부분에 삐죽이 나와있는 바위에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좌초(1995년)돼 남해안이 기름바다로 뒤덮였었다
ⓒ 오문수

 

 

 섬전문가이자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인  이재언씨가 소리도등대 상공에서 연도를 촬영하고 있다
 섬전문가이자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인 이재언씨가 소리도등대 상공에서 연도를 촬영하고 있다
ⓒ 오문수

 


연도에는 배들의 안전항해를 위해 100년 넘게 불빛을 비추고 있는 소리도 등대가 있다. 뿐만 아니라 남태평양을 향해 용이 고개를 틀고 금방이라도 헤엄쳐갈 것 같은 소룡단과 쌍굴, 해적에 쫒긴 네덜란드 상선이 보물을 숨겼다는 솔팽이굴 등의 절경이 숨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소리도 등대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틀면 1995년 씨프린스 유조선사고 현장도 있다. 여수와 인근 해안가 사람들의 수많은 노력으로 깨끗해졌지만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바다가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냈기 때문이다. 땅은 뭍 생명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바다는 인간이 오염시킨 것들을 껴안아 정화해주며, 태양은 양지와 음지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빛을 비추기 때문이다.
 

 연도리에는 옛정취 물씬 묻어나는 골목길도 살아있었다
 연도리에는 옛정취 물씬 묻어나는 골목길도 살아있었다
ⓒ 오문수

 


연도의 절경을 빼고 금오도 비렁길만 보고 되돌아간 관광객들은 금오열도의 진면목을 못보고 간 셈이다. 연도를 둘러보고 넓은 태평양을 품고 싶은 이들이여 배를 타고 연도를 돌아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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