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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7시간을 말한다. 청와대 7시간을 말하라”

[촛불집회 동행기] 박근혜 퇴진 여수운동본부 문종익 집행위원장 7시간

  • 입력 2017.01.22 16:12
  • 수정 2017.01.26 22:08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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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토) 오후 3시에 집은 나선 문종익(박근혜 퇴진 여수운동본부 집행위원장)씨가 집회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1일(토) 오후 3시에 집은 나선 문종익(박근혜 퇴진 여수운동본부 집행위원장)씨가 집회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오병종

 


21일 오후 4시. 통행을 차단한 큰 길거리에 문종익(56.직장인)씨가 나타났다.

이곳은 박근혜퇴진 여수운동본부(아래 여수본부)가 제13차 여수촛불집회를 열기 위해 집회신고한 여서동 정보고 사거리 큰 도로다. 이 시간부터 여럿이 나서서 무대준비를 해야한다. 음향,조명,전기 작업들이 경찰이 이미 확보해준 주무대인 편도 3차선 한쪽 도로에서 이뤄진다.  

 경찰이 확보해준 편도 3차 한쪽 도로에서 오후 4시부터 집회 준비를 해야 한다.
 경찰이 확보해준 편도 3차 한쪽 도로에서 오후 4시부터 집회 준비를 해야 한다.
ⓒ 오병종

 


여수본부에 이름을 올린 27개 시민사회단체에서 선발된 집행위원들이 매번 직접 노동으로 참여한다. 그들 중 문종익씨가 집행위원장이다.

무대나 음향 전문업체에서 한 분씩 나왔을 뿐 전문장비의 설치를 돕는 일도 집행위원들 몫이다. 60대 목사님도 함께 손을 보탠다. 오후 6시 집회지만 준비요원들은 항상 네 시까지 현장에 집합해야 한다. 이들은 오후 세시부터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새로운 주말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된 사람들이다.
 

 문종익(왼쪽)씨나 서희종(오른쪽)씨  모두 무대설치와는 무관한 분야에서 일하는  시민들이지만 이곳에서는 몸으로 일손 재능기부를 한다.
 문종익(왼쪽)씨나 서희종(오른쪽)씨 모두 무대설치와는 무관한 분야에서 일하는 시민들이지만 이곳에서는 몸으로 일손 재능기부를 한다.
ⓒ 오병종

 


무대는 처음부터 이번 13차까지 조은이벤트 기획에 의뢰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김원균 대표는 무대 장비를 싣고 혼자 현장에 온다. 도와 달라고 주최측이 요청을 하면서 일손은 보탠다고 밀약(?)을 한 탓이다. 최소 기본 비용만 지불하고 대부분 주최측 관계자들이 몸으로 때우는 식이다. 

김원균(조은이벤트기획 대표)씨는 당연히 도울 일이고, 의미있는 일이어서 13차까지 계속 맡아왔고, 앞으로도 함께 할 계획이다.
 

 집행위원들은 무대준비를 열세번째 하는 일이어서 이제 척척 손발이 맞는다.
 집행위원들은 무대준비를 열세번째 하는 일이어서 이제 척척 손발이 맞는다.
ⓒ 오병종

 


"동네여서 주최측 집행위원들도 다 아는 사이고, 내가 어떤 조건으로 참여한지를 그 사람들도 다 아니까 서로 자기 일처럼 합니다. 이제는 열 번 넘게 저를 도와주다 보니까 아주 숙달이 돼서 무대 설치시간과 철거 시간이 점점 단축이 되고 있습니다. 우스개소리로 앞으로 바쁠 때 아르바이트를 요청하겠다고 말합니다."

출연진들도 마찬가지다. 악기 이동 교통비에 단체 참가라서 식대까지 만만치 않지만 모두 재능기부다. 농악 장비들이 무대 옆 인도로 도착한다. 일반 행사였으면 탈의실도 있어야 하지만, 주무대 옆 커피숍이나 식당의 화장실을 탈의실로 이용한다. 여수우도풍물굿 보존회 김영 감독이 이들을 이끌고 출연해 오고 있다.
 

 무대가 준비되면 먼저 리허설하는 팀들이 마이크 음향과 위치를 점검한다
 무대가 준비되면 먼저 리허설하는 팀들이 마이크 음향과 위치를 점검한다
ⓒ 오병종

 


"우도풍물굿 보존회 회원들은 지금까지 한번도 안 빠지고 참여했구요. 시간되는 대로 둔덕 아동센터,한려동 시나위 팀, 여천동 한울림 팀,광림동 마루농악단, 꿈터 난타팀, 건설노조 일터 사람들.. 이렇게 여러 팀들이 부정기적으로 춧불 문화행사에 참여해오는데요, 전원이 재능기부죠. 오늘은 여수총궐기대회여서 세팀이 왔습니다." 

다른 조명이나 음향 업체도 마찬가지다. 여수본부가 한번 촛불 행사를 치르면 총 비용이 약 100여 만원 들어간다. 여수본부 입장에서는 큰 돈이지만 행사 전문 업체들로서는 쪼개 받는 100만 원의 일부로는 일반 행사라면 어림없는 비용이다.

참가단체들이 부담해주는 분담금과 집회 때마다 성금함에 들어온 기부금으로 행사를 치른다. 독지가나 기업체들이 선뜻 큰 돈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모두 사양했다. 개별 시민들의 십시일반 성금으로 치러야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1일 촛불집회에서 장작난로가 첨 등장해 불쏘시개 준비가 한창이다. 이 분들도 집행위원들이다.
 21일 촛불집회에서 장작난로가 첨 등장해 불쏘시개 준비가 한창이다. 이 분들도 집행위원들이다.
ⓒ 오병종

 


추워진 날씨 탓에 야외 장작난로도 오늘 처음 등장했다. 따끈한 음료와 촛불용 컵도 미리 준비해야한다. 한쪽에서는 거리행진에 사용할 횃불도 만들고 있다. 횃불이 당길 부분은 솜 대신 두루마리 화장지를 막대기 끝에 장착한다.
 

 한쪽에서는 따끈한 음료와 촛불이 준비중이다.
 한쪽에서는 따끈한 음료와 촛불이 준비중이다.
ⓒ 오병종

 


장작난로용 불쏘시개를 마련하며 집회 준비를 하는 60대의 정선호 집행위원은 "여순사건이 가져다준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는 지역에서 워낙 강력해서 정치적인 전환국면에 늘 변수였다. 그런데 이번에 주변 분에게 촛불집회를 문자로 알렸더니 그 분이 나이 들었고 평소 보수적인데도 "지난 집회 때 초를 몇 상자 보내준 걸 받았다"며 시민들의 열기를 전했다.

시내에서 집회 알리는 포스터 작업을 하면서도 거부하지 않고 가게에 붙이라고 말하는 상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사회자 박정영(박정 영어학원 원장)씨도 현장에 도착해 집행위원장과 진행에 관한 사전 대화를 나눈다.
 

 문종익씨의 일 중에 중요한 부분은 무대 사화자와 전체 콘티를 잘 짜서 원활한 진행이다. 오른쪽은 무대 사회자 박정영씨.
 문종익씨의 일 중에 중요한 부분은 원활한 진행이다. 무대 사회자와 콘티대로 손발이 맞아야 한다. 오른쪽은 무대 사회자 박정영씨.
ⓒ 오병종

 


이제 무대 설치와 음향들이 자리를 잡았다. 첫 리허설 악기 세팅까지 마무리되면 대략 5시. 사전에 리허설이 필요한 팀들은 음향 조율을 마친다. 식전 무대행사들이 진행되고 집회참가자들이 모이면 이제 6시에는 국민의례부터 본행사가 진행된다.
 

 사회자 박정영씨(박정 영어학원 원장)가 촛불 집회 시작을 알린다.
 사회자 박정영씨(박정 영어학원 원장)가 촛불 집회 시작을 알린다.
ⓒ 오병종

 

 

 집회 참가자들이 일어서서 국민의례 대기중이다.
 집회 참가자들이 일어서서 국민의례 대기중이다.
ⓒ 오병종

 


문종익 집행위원장은 집회 총연출자이면서 시민들의 안전에 관한 총괄 책임자이기도 하다. 무대 행사가 진행될 때에는 사회자와 함께 진행 콘티에 따라 진행을 매끄럽게 하도록 이끈다.
 

 문종익 집행위원장은 행사가 진행는 동안 내내 무대 바로 옆에서 자리를 지켜야한다.
 문종익 집행위원장은 행사가 진행는 동안 내내 무대 바로 옆에서 자리를 지켜야한다.
ⓒ 오병종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발언자나 출연자를 제때 대기하도록 하는 일도 문종익씨 일이다. 광양에서 온 민점기 민주노총 전남본부장이 순서를 기다릴 때는 손님이니 대화를 나누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려고 배려도 한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에게는 말도 걸어준다. 광양에서 온 민점기 민주노총 전남본부장(오른쪽)이 대기중이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에게는 말도 걸어준다. 광양에서 온 민점기 민주노총 전남본부장(오른쪽)이 대기중이다.
ⓒ 오병종

 


무대에서 한 시민의 자유발언이 들린다.

"박근혜 탄핵은 너무 당연합니다. 그 이후가 중요합니다. 이제 삼권분립이 제대로 된 나라를 세웁시다. 헌재소장,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면 안됩니다. 앞으로 국민이 뽑읍시다, 검창총장, 경찰청장도 우리 손으로 뽑읍시다. 삼권분랍도 제대로 안된 나라, 이제 바꿔야 한니다. 그리고 재벌도 해체합시다." 

자유 발언과 공연이 끝나고 나니 7:30.  이제 거리 행진 순서다. 그는 무대에 올라가 거리행진에 대해서 행진 코스, 대오 순서를 안내하고 안전에 대한 당부를 한다.
 

 그는무대 마이크도 잡는다.  거리행진의 대오와 구간, 주의사항을  알려야 한다.
 그는무대 마이크도 잡는다. 거리행진의 대오와 구간, 주의사항을 알려야 한다.
ⓒ 오병종

 


이제 횃불을 앞세우고 거리행진이 사작되었다. 경찰이 열어준 길을 촛불 시민대오가 따라가는데 이때도 그는 행진 전후를 오가며 속도 조절과 안전에 신경 쓴다.

일찍 나와서 조명작업을 도왔던 민주노총의 이광민 부장은 거리행진 때마다 홍보용 차량에 탑승해 촛불 시위의 정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박근혜 조기탄핵을 외쳐왔다. 오늘 그의 외침에는 구호가 더 늘었다. 
 

 준비때는 조명작업을 도왔던 민주노총의 이광민 부장은 어느새 홍보차량 꼭대기에서 '박근혜 탄핵'을 외치고 있다.
 준비때는 조명작업을 도왔던 민주노총의 이광민 부장은 어느새 홍보차량 꼭대기에서 '박근혜 탄핵'을 외치고 있다.
ⓒ 오병종

 


"이재용을 구속하라"
"대한민국은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나라인가?"

스피커의 외침 바로 뒤를 박근혜 퇴진 깃발과 함께 시민행진 대오 선두그룹이 따른다.
 

 홍보차량 바로 뒤이어 거리행진 시민대열의 선두가 깃발을 들고 따른다.
 홍보차량 바로 뒤이어 거리행진 시민대열의 선두가 깃발을 들고 따른다.
ⓒ 오병종

 


문종익은 그때 횃불이 신경쓰이는지 횃불을 뒤따라 나섰다. 횃불 곁에는 늘 소화기를 든 경찰이 있어 안심이다. 뒤를 보니 횃불 행진 맨 마지막도 역시 경찰이니 또 안심이다.

한편, 거리행진에 나서면 주무대는 비게 된다. 이때는 노란조끼 자원봉사자들이 장작 난로를 지킨다. 사회자 박정영씨도 이제 따끈한 음료로 한숨 돌리며, 거리행진 대열을 기다린다.
 

 사회자 박정영씨도 거리행진 시간에는 무대에서 내려와 잠시 따끈한 휴식을 취한다.
 사회자 박정영씨도 거리행진 시간에는 무대에서 내려와 잠시 따끈한 휴식을 취한다.
ⓒ 오병종

 


선두그룹이 주무대로 돌아오도록 문종익씨는 어느 새 무대 앞에서 거리행진 팀을 안내하고 있다. 이제 서서히 오늘의 행사를 마무리 해야 한다.

그는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다시 잡고 시민들의 참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박근혜퇴진 여수운동본부'에서 고생하는 분들을 무대에 불러 소개했다. 설 명절을 앞둔 집회여서인지 다함께 큰 절로 새배까지 했다. 이제 밤 8:15
 

 21일 그는 무대애 두번 올랐다. 이번에는 수고하신 분들 소개하고 마무리하는 순서다.
 21일 그는 무대애 두번 올랐다. 이번에는 수고하신 분들 소개하고 마무리하는 순서다.
ⓒ 오병종

 


시민들은 마무리하고 귀가 채비를 한다. 여기저기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하지만 집행위원들은 또다른 일이 다시 시작되는 시간이다

시민들이 서서히 퇴장하는 시간을 채워주는 마무리 무대를 가수가 장식하는 사이 먼저 청소와 주변 정리 그리고 장작난로의 불을 껐다. 마무리 가수출연을 끝으로  무대와 조명, 음향 장비가 철거되기 시작한다. 문종익씨는 다시 무대 철거반원이 된다.  

 장작난로를 담당한 정선호 집행위원은 난로연소까지 책임진다.
 장작난로를 담당한 정선호 집행위원은 장작 난로 연소까지 책임진다.
ⓒ 오병종

 

 

 무대위부터 정리해햐 한다. 철거 역시 집행위원들 몫이다.
 무대위부터 정리해햐 한다. 철거 역시 집행위원들 몫이다.
ⓒ 오병종

 


업체에서 왔던 차량들이 다 떠나고, 집행위원들은 이제 평가회의와 함께 저녁식사를 해야한다.

평가회에선 추운데도 모임에 오신 분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성금 모금이 잘 이뤄지려면 "모금함 돌리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추운 겨울 장갑 벗고 외투 뒤지고 지갑 꺼내려면 그럴 시간을 충분히 주고서 모금함이 돌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 말을 하면서도 멋쩍은지 서로 웃는다. 

정한수 상임공동대표는 다음주 일정은 설 연휴여서 집회가 없는 대신에 조를 짜서 삼삼오오 버스터미널, 여객선 터미널, 엑스포역과 여천역에서 피켓 시위 정도만 할 거라고 말했다.
 

 집도 보내고, 바쁜 사람도 먼저 가고 최종적으로 남은 사람들은  9시 훌쩍 넘겨 저녁식사다.
 집도 보내고, 바쁜 사람도 먼저 가고 최종적으로 남은 사람들은 9시 훌쩍 넘겨 저녁식사다.
ⓒ 오병종

 


이태기 집행위원은 "유신시대를 경험한 50대 이상들은 민주정부 10년 겪으면서 민주화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박근혜 정부들어서 아시다시피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까지 박탈당하니까, 유신시대 과거 망령을 떠올린다"며 "그 여파가 있어서인지 친구들끼리 말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공작정치를 두려워하고 했지만 이번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는 유신망령을 떨치려고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장작난로 옆에서 한 컷. 이태기 집행위원(오른쪽)
 장작난로 옆에서 한 컷. 이태기 집행위원(오른쪽)
ⓒ 오병종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그런저런 대화까지 마무리 하니 밤 9:30이다. 문종익씨가 이들과 헤어지고 나서 집에 돌아간 시각이 밤 10시.

세 시에 나섰으니 정확히 7시간 만에 집에 들어왔다. 누구에게나 공개해도 되는 황금같은 그의 7시간이다. 그의 7시간이 우리에게 말한다.

"지금까지가 내 7시간이다. 세월호 7시간도 말하라!"

매 주말 새로운 일과표에 따라 그는 13주째 그렇게 토요일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토요일 일정이 아직 진행형이다. 그는 이재용 불구속 사례를 들며 탄핵정국의 장애물을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희망이 있다. 이제는 국정농단 없어지고 누구에게나 살 맛 나는 세상이 돌아오는 꿈, 또 국민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박근혜퇴진 여수운동본부가 주최한 제13차 여수촛불집회 참가자들
 21일 박근혜퇴진 여수운동본부가 주최한 제13차 여수촛불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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