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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방앗간, 하루 4톤 떡국 뽑는 비결

30년 시어머니 방앗간 가업 있는 '서촌 방앗간' 조은희 부부

  • 입력 2017.01.22 06:16
  • 수정 2017.01.23 06:17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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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어머니의 방앗간 가업을 잇고있는 서촌방앗간 조은희 대표의 모습
 30년 어머니의 방앗간 가업을 잇고있는 서촌방앗간 조은희 대표의 모습
ⓒ 심명남

 


설날 대목이다. 옛부터 '명절을 앞두고 물건이 많이 팔리는 시기'를 대목이라 불렀다. 

요즘 설 대목을 앞두고 가장 일손이 바쁜 곳은 어딜까? 단연 방앗간이다. 방앗간의 하루는 16시간이 모자란다. 서촌방앗간 조은희 대표는 "평소엔 새벽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지만 대목에는 저녁 8시까지 일해도 일손이 모자란다"라며 바쁜 방앗간의 하루를 들려줬다.

떡국 하루 4톤... 대목맞는 방앗간 풍경
 

 가래떡을 만들기 위해 대형다라에 불린 쌀
 가래떡을 만들기 위해 대형다라에 불린 쌀
ⓒ 심명남

 

 

 떡국이 나오기까지 불린 쌀을 빻는 첫 공정
 떡국이 나오기까지 불린 쌀을 빻는 첫 공정
ⓒ 심명남

 

 

 서촌방앗간에서 떡국을 만들기 위해 방아를 찧은 쌀가루의 모습
 서촌방앗간에서 떡국을 만들기 위해 방아를 찧은 쌀가루의 모습
ⓒ 심명남

 

 

 스팀에 찐 쌀가루가 가래떡 기계를 거치면 가래떡이 만들어진다.
 스팀에 찐 쌀가루가 가래떡 기계를 거치면 가래떡이 만들어진다.
ⓒ 심명남

 

 

 가래떡이 나오는 모습
 가래떡이 나오는 모습
ⓒ 심명남

 

 

 건조대에 올려진 가래떡의 모습
 건조대에 올려진 가래떡의 모습
ⓒ 심명남

 

 

 서촌방앗간에서 떡국을 써는 모습
 서촌방앗간에서 떡국을 써는 모습
ⓒ 심명남

 


방앗간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은 정겹다. 명절 즈음에 어머니를 따라 방앗간에 자주 갔는데 모락모락 피어나는 맛깔스런 떡들이 기계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져 나오는 풍경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돈다. 하얀 떡가루를 뒤집어쓴  방앗간 주인이 맛보라고 주는 가래떡은 왜 그렇게 맛있던지....

설 대목을 맞아 20일 전남 여수 화양면 '서촌방앗간'을 찾았다. 여수시청 1청사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요즘 하루에 떡국 4톤씩을 뽑고 있지만 차고 넘치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지경이다. 그런데 시골 손님보다 시내 손님이 세배나 더 많다. 예상을 뒤엎는다. 대목을 맞아 하루에 쓰는 아르바이트생만 20여 명이 넘으니 그 비결이 궁금하다.

100여 평 규모의 서촌방앗간은 공장이 2개다. 최근 2공장을 신축했다. 청년이 떠나는 농사짓는 시골에서 보기드문 경우다. 특히 '떡카페'도 문을 열어 주목을 끌었다. 차도 마시고 즉석에서 만든 떡을 사갈 수 있는 떡카페는 진열한 떡만 15가지가 넘는다. 그외 참기름, 고춧가루, 식혜가루, 찹쌀가루, 콩가루 등 전부 시골에서 재배한 신토불이 농산물로 채워졌다.

남편과 방앗간을 운영하는 며느리 조은희(48세) 대표는 잘 알려지지 않는 서촌방앗간에 대해 "시골은 옛날 고객들이 다 돌아가시거나 집에서 농사도 안 지어 고객이 별로 없지만 우리는 시내 손님이 훨씬 많다"면서 "시내보다 40%넘게 싸니까 바람도 쐴겸 이곳까지 떡을 하러 온다"라고 말했다.

손님이 몰리는 서촌방앗간 맛의 비법은 뭘까. 대목에는 떡국 주문이 가장 많다. 이곳 떡국에 대한 자랑을 묻자 "친환경 단지에서 농사를 지은 햅쌀에 물과 소금만 넣고 떡국을 만든다"면서 "시에서 관리하는 지하암반수를 사용해 떡맛이 좋고 다른 곳과 차별된다. 특히 방부제나 첨가물을 섞지 않아 이곳 시골까지 한사코 시내분들이 많이 사러온다"라고 설명했다.

조은희 "신토불이 떡카페는 우리가 최초"
 

 신토불이 떡카페 미향에는 이곳에서 만든 떡과 가공식품이 판매된다.
 신토불이 떡카페 미향에는 이곳에서 만든 떡과 가공식품이 판매된다.
ⓒ 심명남

 

 

 떡카페 내부 모습
 떡카페 내부 모습
ⓒ 심명남

 


떡카페 아이디어 발상도 새롭다. 그는 "친환경 신토불이 떡카페는 우리가 최초"라면서 "앞으로 고흥-여수 간 다리가 놓여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추세여서 떡카페를 만들었다"라고 소개했다.

어머니가 30년간 해오던 방앗간 가업을 이어가는 이들 부부의 '방앗간 인생'도 남다르다.

"우리가 20여 년 전 서울에서 전부 다 까먹고 갓난아이 둘을 데리고 중고차 트럭 한 대를 몰고 무작정 시골에 있는 어머니집에 얹혀 살았어요. 진짜 살기 힘들어 이혼할 생각도 하루 열두 고비를 넘긴 적도 한두 번이 아녜요.

처음 이목방앗간에서 시작했을 때 떡을 하겠다는 손님을 모시고 와서 데려다 주다 보니 기름값이 너무 많이 들어 벌면 기름 값으로 다 나갔어요. 그땐 솔직히 방앗간을 정리하고 닭백숙 집이나 시내 나가서 돈을 버는 게 낫겠다 의논하던 중 이곳 서촌에 방앗간을 인수했는데 의외로 잘되더라고요. 처음부터 하루 현찰로 백만 원씩을 벌었어요. 가을 내내..."

서촌방앗간에서 떡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하루 동안 물에 불린 쌀을 방앗기계에서 세 번을 찧어 전용 솥에 넣고 증기로 쪄내 가래떡을 뽑아낸다. 이후 자연 건조장에서 하루정도 말린 후 떡국기계로 떡국을 뽑아 포장공정을 거쳐 판매된다. 이곳 떡국 가격도 착하다. 1말에 35,000원이다. 3.5kg에 만 원을 받고 있다.
 

 가래떡 옮기는 알바생의 모습
 가래떡 옮기는 알바생의 모습
ⓒ 심명남

 

 

 용돈을 벌려고 알바를 나왔다는 여승구(여천실고 3학년)군
 용돈을 벌려고 알바를 나왔다는 여승구(여천실고 3학년)군
ⓒ 심명남

 


떡국은 평소에는 하루에 1톤을 뽑는데 요즘 같은 대목에는 양쪽 공장 두 군데서 하루 4톤을 뽑아도 넘쳐나는 물량을 못 맞춘다. 그래서 대목에는 단골손님들에게만 주문을 받고 있다.

떡카페에서 차를 끌이던 시어머니 김인심(73세)씨는 "자식들이 잘되니 좋아 죽겠다"면서 "지금껏 고생 많이 했으니까 앞으로 장사가 더 잘되고 손자들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제"라고 거들었다.

용돈을 벌려고 나왔다는 여승구(여천실고 3학년)군은 "떡국이 쉴 새 없이 나오니까 허리가 아프지만 일당 6만 원을 버니까 보람 있다"라고 체험담을 들려줬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조용할 것 같은 예상을 깨고 시골이 시내보다 더 바쁜, 설 대목 방앗간 풍경이 참 오지다. 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찾는 자식 맞이에 오늘도 머리에 대야를 이고 방앗간을 찾던 어머니의 모습이 선하다. 올 설에는 어떤 떡이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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