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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어장이었던 율촌의 송도

주민 대부분이 떠난 섬... 을씨년스럽기까지

  • 입력 2017.01.30 20:27
  • 수정 2017.01.31 16:3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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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악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한 여수 율촌의 송도 모습
 커다란 악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한 여수 율촌의 송도 모습
ⓒ 오문수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와 송도를 방문했다. 소나무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일까? 전국의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소나무를 지칭한 '송도' 이름을 가진 섬은 흔하다. 하지만 여수시 율촌면 여동리에 있는 송도는 소나무에 얽힌 사연이 약간 다르다. 동네 노인들이 말한 마을유래에 관한 이야기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인 장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끈 왜병들이 바로 건너편 신성포에 왜성을 구축하고 전쟁하면서도 송도를 침범하지 않는 이유는 조선을 침략하는데 솔(松)을 조심하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누나의 제언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임진·정유의 긴 전쟁이 끝나갈 무렵 왜장 고니시유키나가가 신성포에 구축한 왜교성에서 장도까지는 2.06㎞, 송도까지는 4㎞의 거리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누나의 제언 때문일까? 장도에 포진한 이순신장군의 조선수군과 명나라 진린제독이 이끄는 명나라 수군, 왜군간에는 크고 작은 접전이 일어났지만 2㎞ 후방에 위치한 송도에는 전쟁의 그림자가 없었다.   

 한창 때는 60여 세대에 300여명의 주민이 살았다는 여동리 모습. 반듯한 집들이 많아 부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텅빈집들에 가재도구들이 굴러다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한창 때는 60여 세대에 300여명의 주민이 살았다는 여동리 모습. 반듯한 집들이 많아 부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텅빈집들에 가재도구들이 굴러다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 오문수

 

 

 여동리 뒤에는 커다란 고목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더운 여름날 주민들의 휴식처가 됐지만 이 쉼터도 얼마나 갈지 모른다. 산업단지개발로 사라져야할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동리 뒤에는 커다란 고목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더운 여름날 주민들의 휴식처가 됐지만 이 쉼터도 얼마나 갈지 모른다. 산업단지개발로 사라져야할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 오문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섬의 명칭이 변한 유래가 잘 나타나 있다. 송도는 원래 섬에 소나무가 많아 송도라고 불렀다. 송도와 이웃한 장도를 합하여 송장리라고 부르다가 의미가 좋지 않아 1986년에 여수의 동쪽이라는 뜻을 가진 여동리로 변경하였다.

율촌면사무소에서 동쪽으로 3.15㎞떨어진 송도는 동경 127°37′, 북위 34°53′에 위치한다. 면적은 0.53㎢이고, 해안선 길이는 5.4㎞의 작은 섬이다. 지질은 대부분 중성화산암류로 이루어져 있고, 동서 방향으로 긴 모양의 섬이다.
 

 송도 주민들의 식수원인 참세미 샘 모습
 송도 주민들의 식수원인 참세미 샘 모습
ⓒ 오문수

 

 

 송도에 있는 약수인 참세미 샘을 구경하고 반대쪽으로 가기위해 산 능선을 넘다 태풍으로 쓰러진 고목나무 군락을 넘느라 혼났다. "여기가 섬 맞아?"하고 몇번이나 중얼거렸다.
 송도에 있는 약수인 참세미 샘을 구경하고 반대쪽으로 가기위해 산 능선을 넘다 태풍으로 쓰러진 고목나무 군락을 넘느라 혼났다. "여기가 섬 맞아?"하고 몇번이나 중얼거렸다.
ⓒ 오문수

 


섬은 완만한 경사의 구릉성산지(최고 높이 67m)로 되어 있다. 해안은 사질해안이 많으며 만입부에는 간석지가 발달하여 있다. 1월 평균기온은 2.1℃, 8월 평균기온은 24.8℃, 연강수량은 1,247㎜이다.

섬을 방문해본 적 없는 독자는 "애개개! 섬이 작아 공을 차면 바다로 떨어져 버리지 않을까?"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섬에서 유일한 '참세미' 우물을 구경하고 반대쪽으로 가기위해 능선을 넘는 동안 태풍에 쓰러진 아름드리나무들 때문에 고생하며 "여기가 과연 섬이 맞나?"를 몇 번 외쳤다.
 

 낙지를 잡기 위한 미끼로 게를 잡은 주민이 통안에 든 게를 보여줬다
 낙지를 잡기 위한 미끼로 게를 잡은 주민이 통안에 든 게를 보여줬다
ⓒ 오문수

 

 

 낙지를 잡기위해 배 위에서 어구를 준비하는 어민 모습
 낙지를 잡기위해 배 위에서 어구를 준비하는 어민 모습
ⓒ 오문수

 


논은 없고, 밭 0.11㎢, 임야 0.38㎢인 섬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한다. 주요 농산물로는 보리·감자·콩·무 등이 산출된다. 여름에는 전어, 쭈꾸미, 낙지, 꽃게, 도다리 등을 잡는 섬 주민들의 주수입원은 어패류다.

수심이 낮고 갯펄이 좋아 고막, 바지락, 새조개 양식으로 황금어장이었지만 요즈음 고막이 죽어버린다고 한다. 인근에 생긴 율촌지방산단과 광양국가산단, 여수국가산단이 생기며 바다가 오염되고 물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한 주민이 말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소늑도에 혼자사는 이강재씨가 우리를 태워주기 위해 폐교 옆 선창가로 다가오고 있다. 시멘트로 만든 방파제 옆에 쌓인 산더미같은 어패류 껍질(굴, 고막, 바지락)이 황금어장이었던 곳임을 말해주고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소늑도에 혼자사는 이강재씨가 우리를 태워주기 위해 폐교 옆 선창가로 다가오고 있다. 시멘트로 만든 방파제 옆에 쌓인 산더미같은 어패류 껍질(굴, 고막, 바지락)이 황금어장이었던 곳임을 말해주고 있다
ⓒ 오문수

 

 

 전봇대 뒤 철탑이 보이는 곳이 폐교된 율촌초등학교 송도분교 자리다. 분교로 가는 길 왼쪽에는 굴껍질, 고막껍질, 바지락 껍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어패류 황금어장이었음을 말해 준다.
 전봇대 뒤 철탑이 보이는 곳이 폐교된 율촌초등학교 송도분교 자리다. 분교로 가는 길 왼쪽에는 굴껍질, 고막껍질, 바지락 껍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어패류 황금어장이었음을 말해 준다.
ⓒ 오문수

 

 

 송도 주변바위에는 어패류새끼들이 엄청나게 서식하고 있었다.
 송도 주변바위에는 어패류새끼들이 엄청나게 서식하고 있었다.
ⓒ 오문수

 


"옛날에는 양식도 잘되는 고막 밭이었습니다. 고막종패를 뿌리면 10배 정도 나왔었는데 오염물질 때문인지 죽어버려요. 3개월에 한 번씩 당국에서 수질조사를 나오지만 오염됐다는 말을 안 하고 가버립니다. 이주해달라고 요청해도 안 되고 있어요"

섬을 돌아보는 내내 도통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번듯하게 보이는 집안을 들여다보면 멀쩡한 가재도구가 마당에 굴러다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항만청 관계자 말에 의하면 산업단지를 개발하며 어업권 보상을 마쳤고 양식업도 금지되었다고 한다.

 밀물 때 들어왔다 썰물 때 걸린 고기를 잡기위해 설치해 놓은 그물모습이 시원찮은 걸 보면 어획량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밀물 때 들어왔다 썰물 때 걸린 고기를 잡기위해 설치해 놓은 그물모습이 시원찮은 걸 보면 어획량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오문수

 

 

 노인정에는 "산단조성 공사로 광양만권이 썩었다. 환경오염이 발생하여 우리주민 못살겠다. 정부는 하루빨리 이주대책 수립하라"는 여동리 이주대책위원회 명의의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노인정에는 "산단조성 공사로 광양만권이 썩었다. 환경오염이 발생하여 우리주민 못살겠다. 정부는 하루빨리 이주대책 수립하라"는 여동리 이주대책위원회 명의의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 오문수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경제발전을 위해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건 맞지만 그 길이 반드시 옳은 길일까? 수산도시로 명성을 떨쳤던 여수시민들은 어획량 감소로 힘들어할 뿐만 아니라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대부분이 중앙으로 올라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여수국가산단이 매년 정부에 내는 국세가 4~5조원인데 반해 여수시에 내는 지방세는 고작 400억원 뿐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국세의 1%에 불과하다. 그 돈으로는 여수국가산단을 관리하는 관리비와 환경오염에 대처하기 위한 자금도 빠듯하다.  황금어장을 잃어버린 지역민들을 위한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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