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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일찍 밝게 비춘다는 조발도

연륙 연도교 공사로 희망에 부풀었지만

  • 입력 2017.02.01 15:40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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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촬영한 조발도 모습.  여수에서 고흥까지 이어지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한창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조발도 모습. 여수에서 고흥까지 이어지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한창이다
ⓒ 오문수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와 함께 조발도를 방문했다. 여수시 화정면 조발리에 있는 작은 섬 조발도는 '말 등과 같이 평지가 없이 모두 경사지로 되어 있고, 해가 일찍 떠서 밝게 비추어 준다'고 해서 조발도(早發島)라 부르게 되었다.

화양면 벌가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조발도 항구에 도착하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어선 몇 척이 졸고 있었다. 그래도 움직이는 동물이 있어 살펴보니 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들고양이다. 쥐를 잡기 위해 섬에 들여놓았을 고양이가 제멋대로 번식해 통제범위를 벗어났다. 동리사람들이 버린 고기를 먹은 고양이들이 토실토실하다.
 

 조발도 항구 모습
 조발도 항구 모습
ⓒ 오문수

 

 

 원래 쥐를 잡기 위해 섬에 들여왔던 고양이들이 너무 많이 번식해 섬주민 수보다 많았다. 콩비지를 먹고 있는 고양이가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
 원래 쥐를 잡기 위해 섬에 들여왔던 고양이들이 너무 많이 번식해 섬주민 수보다 많았다. 콩비지를 먹고 있는 고양이가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
ⓒ 오문수

 


항구 옆 조발리 사무실이라고 적힌 건물은 텅 비었다. 이장을 만나기 위해 골목길로 올라가는 길은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차는커녕 경운기와 손수레 하나도 통과하기 어렵다. 운반 수단이 없는 주민들은 지게를 이용했고 나이든 노인들이 무거운 짐을 옮기려면 지게꾼을 불렀다고 한다.

7, 8가구가 살았다는 작은 동네를 가기 위해 둔병도쪽으로 돌아가니 경사가 심한 밭에서 파와 마늘이 자라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연륙교 공사현장을 구경하다 깜짝 놀랐다. 발 앞에서 꿩이 푸드득 날고 노루가 흘끔흘끔 뒤를 돌아보며 도망가고 있었다. 밭에서 일하던 할머니 얘기에 의하면 멧돼지도 6마리나 잡았다고 한다.
 
여수에서 고흥 잇는 연륙연도교로 희망에 부풀었지만 마을엔 노인들만
 

 혼자사는 할머니가 밭에서 배추를 캐어  집으로 돌아오는 머리맡에 물고기를 담은 광주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들고양이들이 훔쳐가기 때문에 줄에 매달아서 말린다고 한다
 혼자사는 할머니가 밭에서 배추를 캐어 집으로 돌아오는 머리맡에 물고기를 담은 광주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들고양이들이 훔쳐가기 때문에 줄에 매달아서 말린다고 한다
ⓒ 오문수

 

 

 섬 어디를 가나 옛정취를 살리는 골목길은 살아 있었다
 섬 어디를 가나 옛정취를 살리는 골목길은 살아 있었다
ⓒ 오문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조발도는 동경 127°43′, 북위 34°38′에 위치한다.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26.8㎞, 화양반도에서 남쪽으로 0.8㎞ 지점에 있다. 면적은 0.72㎢이고, 해안선 길이는 7.8㎞이다.

지질은 대부분 중성화산암류로 이루어져 있고 동남부에 섬에서 가장 높은 산(171m)이 있고 암석해안이 형성되어 있다. 북쪽과 서쪽은 대체로 경사가 완만하고 저평하다. 1월 평균기온은 2.1℃, 8월 평균기온은 24.8℃, 연강수량은1407㎜이다.

약 400여 년 전 밀양박씨와 김해김씨가 들어와 살기 시작하였다고 전하며 마을은 섬 북쪽의 선착장 부근에 집중되어 있다. 한때 70세대에 100여 명의 주민이 살았던 섬은 현재 8세대에 12명이 전부다.
 

 항구의 어느 집담벼락에 걸린 어구들이 눈에 띈다
 항구의 어느 집담벼락에 걸린 어구들이 눈에 띈다
ⓒ 오문수

 

 

 별장 전문업체가 폐교를 사서 지었다는 별장이 잡초에 둘러싸여 있다. 교통이 불편해 한번 왔던 손님이 다시는 오지 않아 폐쇄했다고 한다. 다리가 연결되면 되살아날까?
 별장 전문업체가 폐교를 사서 지었다는 별장이 잡초에 둘러싸여 있다. 교통이 불편해 한번 왔던 손님이 다시는 오지 않아 폐쇄했다고 한다. 다리가 연결되면 되살아날까?
ⓒ 오문수

 


토지이용 현황은 논 0.01㎢, 밭 0.31㎢, 임야 0.36㎢이다.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한다. 주요 농산물은 맥주보리와 고구마이고, 소량의 쌀·마늘·무 등도 재배된다. 어획물은 멸치·장어·잡어·문어 등이며, 김과 굴 등의 양식이 이루어진다. 말등처럼 생긴 섬이라 도저히 쌀농사를 못 지을 것 같은데 논이 있었다고 한다.

쏨벵이를 굽고 있는 이종모(78) 이장을 만났다. 이씨는 26년 동안 우편배달부를 하다가 5년 전 퇴직하고 마을 이장을 하고 있다. 고기 굽는 마당에 지게가 보여 "지게가 있네요?"했더니 "내 자가용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수 시내 사는 자식들에게 주기 위해서 쏨벵이를 굽고 명절 음식을 하는 부부 옆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26년 동안 우편배달부를 하다 5년전 퇴직하고 마을이장을 하는 이종모(78세)씨가 명절에 여수사는 자식들에게 줄 고기를 굽고 있다. 항상 걷는 운동을 해서일까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다
 26년 동안 우편배달부를 하다 5년전 퇴직하고 마을이장을 하는 이종모(78세)씨가 명절에 여수사는 자식들에게 줄 고기를 굽고 있다. 항상 걷는 운동을 해서일까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다
ⓒ 오문수

 

 

 조발도에서는 경운기나 손수레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길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지게가 운반수단이다. 이종모 이장 부인이 지게를 짊어졌다.
 조발도에서는 경운기나 손수레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길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지게가 운반수단이다. 이종모 이장 부인이 지게를 짊어졌다.
ⓒ 오문수

 


"이장님! 여수에서 조발도를 거쳐 고흥까지 다리가 연결되면 좋겠네요. 현재 몇 집에 몇 명이나 살아요?
"많을 때는 70여 세대에 100여 명이 살았는데 현재 8세대에 12명이 살지만 정확히 통계를 낼 수가 없어요. 농사 지으면서 들락날락 하기도 하고 위장전입한 집도 있어서요. 다리 놓는다고 외지인들이 땅 팔아달라고 졸라서 성가셔 죽겠어요."


동네 뒤 폐교부지로 가니 별장 전문 업체가 폐교를 사서 지은 건물이 잡초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종모씨의 얘기에 의하면 "한번 와본 피서객이 교통이 불편해 다시는 오지 않아 폐쇄했다"고 한다. 내부로 들어가니 이불과 테이블도 그대로다. 연륙교가 완공되는 2019년이면 이곳도 되살아나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벌가에 주소지를 둔 '우리바다호' 선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를 태워달라고 요청했다. 선장인 박남철씨에게 고흥과 적금도를 잇는 팔영대교가 완공된 후 여객선 이용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여수에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를 거쳐 고흥으로 이어지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 보인다. 왼쪽에는 둔병도에서 낭도로 이어지는 연륙교 공사가 한창이다. 2019년에는 여수에서 고흥으로 이어지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여수에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를 거쳐 고흥으로 이어지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 보인다. 왼쪽에는 둔병도에서 낭도로 이어지는 연륙교 공사가 한창이다. 2019년에는 여수에서 고흥으로 이어지는 연륙연도교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 오문수

 

 

 벌가에서 적금을 오가는 여객선 모습. 고흥에서 적금도를 잇는 팔영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한달 평균 700명 정도가 이용했다는 여객선이 지금은 110명 정도로 줄어 2월 1일 부터는 3회 운항에서 2회운항으로 줄일 예정이다.
 벌가에서 적금을 오가는 여객선 모습. 고흥에서 적금도를 잇는 팔영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한달 평균 700명 정도가 이용했다는 여객선이 지금은 110명 정도로 줄어 2월 1일 부터는 3회 운항에서 2회운항으로 줄일 예정이다.
ⓒ 오문수

 


"우리바다호를 이용하는 손님의 90%가 적금도 주민으로 한 달 평균 700명 정도였는데 팔영대교가 연결된 후 110명으로 줄었어요. 지금까지는 하루에 세 번 왕복했는데 여수시와 합의해 2월 1일부터는 2번으로 줄였어요. 적자 운영하고 있지만 여수시에서 지원해줬죠. 2년 후 연륙연도교가 완공되면 뭐라도 하면서 살길을 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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