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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산수화 같은 사주팔자

  • 입력 2017.02.03 23:11
  • 수정 2017.02.04 23:12
  • 기자명 곽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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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에 연재한 열 편의 글에서는 사주팔자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관한 인문학적 설명을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실제 사주팔자를 상담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주팔자를 상담하는 것이 느낌이나 영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주팔자를 분석하는 이론으로 하는 것이라서 글에 쓰인 용어들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론은 차치하더라도 사주팔자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살아간다는 것이 가끔은 어쩔 수 없는 운명과 티격태격하면서도 동행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사주명리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입니다.

여수 촌놈이 대학을 진학하면서 서울에 올라가,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우울하고 힘든 나날을 보냈고, 그 와중에 내가 왜 이런 힘든 생활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사주팔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때 배운 사주명리학이 내 생계수단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삼년 전 여태껏 공부했던 사주명리학이 실제 사람들의 삶과 맞는지 혹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검증이나 해보자는 심산으로 무선 성산공원 주변 주택가의 조그만 원룸을 빌려 철학원을 개원했습니다.

그때는 직업으로 삼으려는 계획은 없었고, 검증이나 해보고 맞지 않으면 아예 사주명리학 책은 모조리 불살라버리려는 심산이었습니다.

 

  그렇게 ‘영도철학원’을 개원하고는 새로 무술도장을 열면 다른 무술도장을 운영하는 사범들이 실력을 겨루러 오는 것처럼, 내 실력을 검증하러 오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내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어 달이 지나 실제 그와 비슷한 일이 있었고, 그게 제가 남의 명을 봐주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상담을 하러 오신 분은 오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단아한 자태의 여사님이었습니다. 차를 드리고는 생년월일시를 받아 사주팔자를 작성해보니, 60대 초반이었습니다.

어떤 점이 궁금해서 오셨냐고 물었더니 “여기는 사주카페 같은 곳인가 봐요? 다른 곳에 가면 다 말씀해 주시던데.”하면서 오신 용건을 말하지 않는 겁니다. 순간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겨드랑이에 땀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선생님 연배에는 본인 일은 별로 궁금하실 것이 없고, 주로 자녀 문제로 상담을 하러 오시는 경우가 많아서 물었습니다. 선생님 사주팔자가 궁금하시다면 우선 선생님 사주팔자를 설명드리겠습니다.”하고 말하고 단아한 자태의 여사님 사주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사주팔자로 사람의 운명을 보는 것은 사주팔자가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부모 인연은 어떻고, 학업 성취는 어느 정도인지, 사주팔자에 드러난 잘 맞는 직업은 무엇인지, 배우자 인연은 어떤지, 자녀 인연은 어떤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60대 초반인 여사님의 연배에 맞춰 학업성적이 어땠는지 직업이 어땠는지는 말하지 않고, 사주팔자에 드러난 배우자 인연과 자녀 인연, 재산 인연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이 사주에서 남편 인연은 년에 드러난 정관으로 남편을 삼습니다.

년에 드러났으니 결혼은 일찍 했을 것이고, 천간에 드러났으니 대기업이나 공직에 인연이 있는 남편인데, 일간과 합을 하고 있으니 사이가 좋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원국에서도 배우자별이 무력하고 대운에서도 배우자별을 무력하게 만들고, 배우자자리에서도 배우자별이 무력하니 배우자 불안을 크게 겪을 수 있습니다.

자녀 인연은 자녀자리인 시에 자녀별인 식신이 하나만 천간에 드러나 있으니, 명예 발전을 이루는 자녀가 있을 것인데, 자녀가 많지는 않지만 아들인연이 강하고, 일지와 합을 하고 있으니 사이가 좋을 거라고 했습니다.

재물인연은 사주팔자에 재물을 흩어지게 하는 비견이 많고 운의 흐름이 재물을 방해하는 흐름이니, 재산이 많더라도 사업을 했다면 망실되었을 것이고, 부동산 형태로 가지고 있었다면 유지했을 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사모님은 담담하게 시댁은 근방에서 알아주는 부자였고, 남편은 대기업에 다녔던 사람인데 일찍 사별했다고 했습니다.

자녀는 딸이 하나 있고, 남편이 돌아가시면서 물려준 재산이 제법 됐는데, 사업을 하며 두어 차례 사기를 당해 다 날려버렸고 딸 앞으로 되어있는 재산만 남아있다고 하였습니다.

몇 해 전부터 예전에 물려받았던 땅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그때 팔아서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백억은 넘게 됐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다른 생년월일시를 주면서 감명을 부탁했습니다.

 

  이 사주가 제목에 달아놓은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사주팔자’였습니다.

년에 글과 학문을 나타내는 정인이 세력이 있고, 월에 두뇌 총명을 나타내는 상관이 격을 이뤘으니 국가대표 급으로 공부를 잘하는 사주였습니다.

그리고 공직을 나타내는 정관에 앉아서 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관격을 갖추었으니 분명 검사 아니면 판사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검사입니까?”하고 물었더니, 사모님 하시는 말씀이 “왜 그 사주가 검사입니까? 판사지?”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공부도 잘했을 것 같고, 공부도 좋아하고, 관운도 쭉 유지되니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대법관까지 가능할 거라고 했습니다.

  사모님 말씀이 서울대 법대에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서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조상 인연을 나타내는 년에 정인이 세력을 이루고 있으니 아마 집안에 고위공직자가 여럿 있을 것입니다.

  이 사주는 내가 여태껏 본 사주 중에 가장 훌륭한 사주팔자였습니다. 교과서에 나올 만한 사주팔자였고, 실제 사주팔자대로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어 사모님은 생년월일시를 하나 더 내밀었습니다.

 

  이 사주도 년에 글과 학문을 나타내는 인성이 세력이 있고, 두뇌 총명을 나타내는 식신이 드러나 있어 공부를 잘하는 사주팔자로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앞서 본 사주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사람이나 물건을 평할 때 서로 비교를 하면 이해하고 설명하기 쉽듯이, 사주팔자를 설명하는 데도 비교를 하면 설명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모님에게 “이 사주의 주인공도 공부를 잘했을 것 같은데, 앞 사주보다는 못합니다.”하고 말했습니다.

또 이 사주팔자도 학문이나 직업에 형벌을 나타내는 작용이 있어, 법학 분야에 인연이 있을 것 같아서, “이 분도 법학을 전공하지 않았나요?”하고 물었습니다.

사모님은 이 여자는 서울대학교는 아니고 서울소재 명문 사립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고 서울소재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주팔자는 남편별인 정관에 형벌이 작용하고 도화가 있으니 남편이 법을 다루는 분야에서 잘난 사람입니다. 그리고 남편자리와 합을 하고 있으니 사이도 원만할 것이고, 시댁인연을 나타내는 편재가 세력이 있으니 시댁도 무척 잘난 집안일 것입니다.

즉 둘 사이에 강한 인연이 있는 사주팔자였습니다.

 

  이렇게 전체적인 사주팔자를 설명하고는 어떤 점이 궁금해서 왔는지 물었습니다.

사모님은 “남자는 사위고 여자는 딸인데, 아직 둘 사이에 자녀가 없어서, 언제쯤 자녀가 생길지 궁금해서 왔다.”고 하였습니다.

그때가 2014년이었고, 당시 둘의 나이는 마흔이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이나 되어야 자녀 인연이 원만히 열릴 것 같았습니다. 그럼 나이가 마흔 둘이 돼버립니다. 그래서 마냥 기다리지만 말고 산부인과병원에 다니면서 의료의 힘을 빌리라고 하였습니다.

여자 사주에 자녀별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남자 사주에도 자녀별이 없는 것은 아닌데, 공부 때문에 자녀를 갖지 않았던 것 같았고, 막상 자녀를 낳으려고 하더라도 2009년부터는 자녀 인연이 쉽게 열리지 않는 시기로 들어와서 자녀가 쉽게 안 생겼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뒤 그 사모님은 다시 오지 않아서 손자를 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는 이것이 별게 아닌 이야기 같지만, 사주명리학을 공부해서 돈을 받고 남의 명을 봐주는 제게는 사주명리학이 엉터리가 아니라는 신뢰를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주팔자를 보러 오신 분들은 역술인에게 생년월일시를 주면 그 사람의 인생이 머릿속에 떠올라 이야기가 줄줄 나올 거라고 상상합니다. 더군다나 자신들이 바라는 희망적 미래를 예언하는 말들이 쏟아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실제 생년월일시를 받아 사주팔자를 보면 상담하러 오신 분들이 바라는 그런 분명하고 명쾌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더군다나 희망적인 미래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왜냐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실제 모양을 보면,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도 있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도 있고, 어떤 것은 잘되는데 어떤 것은 안 되는 사람도 있어, 이것저것 섞여 특색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세 사주팔자는 특색이 분명하고 색깔이 분명해서 사주명리학 이론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경우였고, 실제 그렇게 살았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사주명리학 책을 불태워버리려는 마음은 사라졌습니다.

 

곽재철은 여수에서 활동하는 역술인이다.  여수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철학과 학사,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사주명리학을 공부했고, '지곡서당'에서 사서삼경을 강독했다.  현재 '영도명리학당' 원장이다.  061-652-4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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