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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노동자 사망사건...재수사하고 대림은 책임져야

노동인권단체 8일 성명 발표

  • 입력 2017.02.08 21:57
  • 수정 2017.02.08 23:38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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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5일 방생한 여수산단 대림산업 협력업체 고3 학생 자살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가 거세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비롯한 광주전남 노동인권단체들은 8일 성명을 내고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원청사인 대림산업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관리감독 하에 있는 협력업체가 고3 학생을 채용하여 발생한 일인데도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도 없고 자식을 잃은 유족에 대한 애도의 표현도 하지 않는 부도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유가족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사망한 청소년 노동자를 고용한 대림산업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제2, 제3의 청소년노동자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에 대해서도 청소년노동자 고용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를 요청했다.

여수 대림 2공장 현장에서 이 회사 협력업체인 금양산업개발 소속의 고3 수습사원인 정 아무개군이 지난 달 25일 자재창고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성명서]  이유없는 죽음은 없습니다!

여수산단 대림산업 협력업체 고3 학생 자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지난 1월 25일 오후 1시 48분쯤 여수산단 대림산업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여수 Y고등학교 3학년 정모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바로 당일 25일 오후 언론매체는 정모 학생의 죽음을 ‘자살충동 호소한 위기의 학생’으로 보도했고, 경찰 관계자 역시 제대로 된 수사 조차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자살로 결론을 냈다. 원청사인 대림산업 역시 ‘협력업체 단위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고등학교 졸업장도 손에 쥐지 못한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겨우 두 달을 일했는데 지문이 닳습니까?

정모 학생은 출근 닷새째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시 일하는 게 꿀잼’이라는 글을 남길 만큼 회사일을 즐거워했다. 하지만 12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과중한 업무지시와 관리자의 폭언 등에 대해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들의 주검을 마주한 유가족은 불과 두 달 만에 지워진 정모 학생의 지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대체 고3 학생이 일한 지 두 달만에 지문이 닳았다면 어떻게 일을 했단 말인가?

경찰은 왜 사건 발생 몇 일만에 자살로 종결했는가?

26일 한 언론매체 기사에 의하면 경찰 관계자는 ‘현재 조사결과 타살 흔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학교 등 사회에서 더욱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수산단 대림산업 내 현장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을 학교와 사회의 관심 부족과 학생의 우울증으로 서둘러 결론 내고, 정모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회사 업무와 관련한 적극적이고 객관적인 수사는 뒷 전으로 물러난 것이다.

대림산업 현장에서 왜 고3 청소년노동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정모 학생은 12월 1일부로 여수산단 대림산업 협력업체인 금양산업개발에 수습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모집공고에 의하면 정모 학생의 업무는 자재관리였다. 말이 수습사원이지 졸업을 앞두고 한 아르바이트 성격이었다.

하지만 정모 학생의 핸드폰 기록에서 금양산업개발이 아닌 대형 컨테이너창고를 같이 쓰는 다른 협력업체(성창기공) 관리자의 업무지시를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졸업을 불과 몇 일 앞둔 고3 학생에게 대림산업 아르바이트 현장은 어떤 곳이였을까?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소속도 무시당한 채, 제대로 업무도 익히지 못한 채, 때로는 점심도 걸러가며,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퇴로없는 공간이지 않았을까?

원청사인 대림산업은 과연 책임이 없는가?

사고 초기 대림산업은 원청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사고원인을 협력업체 노동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이번 정모 학생의 사건 역시 협력업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원청인 대림산업은 협력업체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협력업체는 업무와 무관한 자살로 면피하고 있다.

여수산단 대기업 대림산업 현장에서 자신들의 관리감독 하에 있는 협력업체가 고3 학생을 채용하여 발생한 일에 대해 최소한의 도의적책임도 없고 자식을 잃은 유족에 대한 애도의 표현도 하지 않는 부도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들이 막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진실을 알고 싶다.”유가족들은 호소하고 있다.

"오늘 저녁 친구들한테 ‘취업 턱’을 낸다며 자신의 통장에서 10만원을 찾아놓으라던 아들, 식당일 그만두고 엄마는 쉬라는 아들"이 왜 주검으로 돌아와야 했는지, 왜 자살할 수 밖에 없었는지 진실을 밝히고 아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며 울부짖고 있다.

대림산업과 그 협력업체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책임을 묻고 있다.

‘힘들다고 했을 때 그만 두라고 할 것을... 사회생활은 원래 힘드니 참고 일해라’고 했던 아버지의 가슴은 후회로 가득차다.

우리는 진실을 밝히길 소원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담아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대림산업은 협력업체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유가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하라!

경찰은 정모 학생을 죽음으로 내 몬 객관적 정황들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하라!

노동부는 청소년노동자 고용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하라!

협력업체는 제2, 제3의 청소년노동자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

                                        2 0 1 7  년  2 월   8 일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여수청소년노동인권센터, 목포청소년노동인권센터,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교조 전남지부, 민주노총 전남본부,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여수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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