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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섬 연결하는 출렁다리 만들면 아주 멋질 것"

상화도 주민들...하화도와 연결되는 출렁다리 놓아주길 원해

  • 입력 2017.02.10 22:36
  • 수정 2017.02.11 11:40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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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촬영한 상화도 모습
▲  상화도 너머로 다리 공사 중인 섬들이 보인다.   ⓒ 이재언
 

 


백야도를 출발한 카페리3호는 개도, 하화, 상화, 사도, 낭도를 오가는 여객선이다. 관광시즌이 아닌 겨울 이른 아침이지만 객실에는 제법 손님이 들어찼다. 이번에도 동해자는 이재언 연구원이다.

바닥이 따뜻하지 않아 뒤척이다 선장실로 가서 정주영(64세) 선장을 만났다. 여객선 유람실태를 듣고 싶어 "이 항로를 몇 년 째 운항하며 손님은 많습니까?"라고 묻자 선장이 " 이제 겨우 두 달 됐습니다"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옆에 있던 기관장 박덕진씨가 대신 나섰다.

"지금은 손님이 없죠. 3월이 되어야 손님이 있습니다. 섬에는 노인들만 계셔서 관광객들 아니면 기름값도 안 되죠. 자식들이 부모를 찾아오는 명절에는 손님이 있습니다."

정주영 선장이 자신을 소개했다. 항만청에서 관공선을 30년간 운항하다 퇴직한 후 집에 있다가 여객선을 운항하기 시작했다. 그가 공직에 있을 때 한 일은 암초에 등부표를 설치하는 임무였다. 그는 1987년 9월에 이어도 등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어도의 최상봉인 수중 5.6m 바위에 대형파일을 박아 헬기장을 설치했다. 등대설치 전문가로 전국을 다녀 전국 섬지역 항로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그에게 위험했던 순간을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수 백야도에서 개도, 하화, 상화, 사도, 낭도를 오가는 대형카페리 3호 모습
 여수 백야도에서 개도, 하화, 상화, 사도, 낭도를 오가는 대형카페리 3호 모습
ⓒ 오문수

 

 

 대형카페리3호 선장인 정주영씨와 박덕진 기관사 모습(뒤쪽)
 대형카페리3호 선장인 정주영씨와 박덕진 기관사 모습(뒤쪽)
ⓒ 오문수

 


"다른 배는 암초를 피해 다녀야 하는 데 저는 암초에 등부표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암초에 다가가야 합니다. 암초에 등부표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크레인과 등부표를 싣고 암초에 가까이 다가가지만 조류에 밀려 배가 떠내려 가기도 하기 때문에 작업인부에게 위험이 가중되기도 해서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배가 개도항구에 도착하자 선장이 무전으로 선박안전관리기술공단 운항관리실에 보고를 했다. "대인 14명, 차량 3대 하선. 이상입니다." 선장은 "배가 항구에 도착했을 때마다 운항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동백꽃, 섬모초, 진달래가 만발해 꽃섬이라 불린 상화도

상화도에 내리자 안내판에 마을을 소개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 꽃이 섬 전체에 만발하여 꽃섬이라 불린 상화도는 지형이 소머리 같다고 하여 소섬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두산백과사전>에 의하면 상화도는 여수시에서 남서쪽으로 22.2㎞ 정도 떨어져 있다. 북동쪽에 백야도, 남동 해상의 하화도와 마주보고 있다. 1896년 돌산군 설립 당시에는 화개면에 속하였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옥정면과 화개면을 합하여 화정면 상화도가 되었다.
 

 물이 부족한 주민들을 위해 해수담수화시설을 한 상화도 마을 모습
 물이 부족한 주민들을 위해 해수담수화시설을 한 상화도 마을 모습
ⓒ 오문수

 

 

 옛 향기 물씬나는 상화도 골목길 모습
 옛 향기 물씬나는 상화도 골목길 모습
ⓒ 오문수

 


임진왜란 때 성주 배씨가 고흥에서 처음 들어왔으며, 그뒤 김씨, 박씨 등이 들어와 마을을 형성하였다고 한다. 최고점은 148m의 구릉지이다. 남쪽은 낮은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북쪽은 완만한 구릉지로 농경지와 취락이 분포한다.

해안선은 대체로 단조로우며, 남쪽 해안에는 암석해안이 발달하였고, 북쪽과 동쪽에는 약간의 간석지가 발달하였다. 1월 평균기온 0.5℃ 내외, 8월 평균기온 25.4℃ 내외, 연강수량은 1369㎜ 정도이다.
 

 상화도 정상에서 사방을 휘휘 둘러보니 사도, 낭도, 추도 등의 낯익은 섬들이 보였다
 상화도 정상에서 사방을 휘휘 둘러보니 사도, 낭도, 추도 등의 낯익은 섬들이 보였다
ⓒ 오문수

 

 

 폐교를 사서 펜션으로 개조한 운동장에 독서하는 소녀상이 보이고 이승복 동상이 나무 뒤에 숨었다. 많을 때는 70여명의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폐교를 사서 펜션으로 개조한 운동장에 독서하는 소녀상이 보이고 이승복 동상이 나무 뒤에 숨었다. 많을 때는 70여명의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 오문수

 


취락은 동쪽 해안가에 집중 분포해 있으며,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다. 주요농산물은 고구마이고, 그밖에 보리·콩·마늘·무 등이 약간 생산된다. 근해에서는 감성돔·멸치·붕장어 등이 잡히고, 자연산 꼬막·바지락·굴·전복 등의 채취가 이루어진다.

배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서자 가파른 골목길에 서있는 김보석(71세) 이장을 만났다. "하화도는 멋지게 관광지로 만들었는데 상화도는 투자가 적다"며 불만을 표시한 이장이 마을 현황에 대해 설명해줬다.

많을 때는 73세대에 100여명의 주민이 살았지만 현재 34세대에 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나마 70~80세가 대부분인 노인들만 남았다. 섬을 돌아보기 위해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한 손에는 지팡이, 다른 손에는 호미를 든 할머니 한 분이 가파른 골목길을 힘들게 걸으면서 말을 건다.
 

 상화도에는 70~80세의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상화도에는 70~80세의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 오문수

 

 

 밭에서 자라는 브로커리와 양배추가 싱싱한 것을 보면 상화도 날씨가 따뜻함을 알 수 있다
 밭에서 자라는 브로커리와 양배추가 싱싱한 것을 보면 상화도 날씨가 따뜻함을 알 수 있다
ⓒ 오문수

 


"어디서 오셨소?"
"여수에서요. 할머니 혼자 사세요? 어디 밭에 가세요?"
"예! 아들 여섯을 낳았는디 큰 아들이 부산에 가서 자리잡더니 전부 부산에 자리잡고 살아요. 감기가 걸려 아들네 집에 가서 치료받다가 어제 왔어요. 젊을 적에는 저 밭을 놀리지 않고 지어 묵었는디. 인자 힘이 없어 지어묵도 못허고 저렇게 묵혀놨어요. 애터져도 할 수 없지 뭐."

사람이 그리운 할머니는 굽은 허리로 경사진 길을 올라오느라 힘들어서 쌕쌕 거리면서도 대화를 계속했다. "아이고! 한 명만 가까운 여수에 살아도 자주 가보겄는디. 도시에 나가 며칠 있으면 답답하고 집이 궁금해 돌아와요."
 

 겨울이라 황량하지만 봄 여름 가을이면 멋진 모습을 보였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모습
 겨울이라 황량하지만 봄 여름 가을이면 멋진 모습을 보였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모습
ⓒ 오문수

 


굽은 허리로 경사진 길을 올라가느라 힘들 할머니를 위해 내가 할머니 시야에서 사라져야 대화를 하지 않을 것 같아 속도를 냈다. 내가 저만큼 멀어져가자 가쁜 숨을 쉬며 길바닥에 주저앉은 할머니가 "잘 갔다 와요"라며 손을 흔든다. 섬 인심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팔각정을 지나자 갑자기 노루 한 마리가 후다닥 달아난다. 망원렌즈로 촬영해볼까 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솜씨가 캥거루 못지 않다. 잘 다듬어 놓은 길을 따라 정상에 올라서 바다에 펼쳐진 섬들을 보니 눈에 익은 섬들이 보인다. 바닷 속에서 우뚝 솟은 백야도, 사도, 낭도, 추도.

상화도, 하화도, 장구도의 세 섬을 연결해 환상의 관광벨트로 만들고 싶은 주민들

동남쪽 바다에는 다음 목적지 하화도가 날개를 편 가운데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뱃시간이 되어 마을로 내려오다 전임 이장 김진모(70세)씨를 만났다. 부인과 함께 운영하는 '웃꽃섬 펜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망 2척을 운영하는 그는 서대, 양태, 오징어, 문어 등을 잡으며 남부럽지 않게 산다.
 

 전임이장 김진모씨는 마을 발전을 위해 많은 구상을 하고 있었다
 전임이장 김진모씨는 마을 발전을 위해 많은 구상을 하고 있었다
ⓒ 오문수

 

 

 김진모 전임이장이 운영하는 '웃꽃섬 펜션'에서 차담을 마친 후 일행을 하화도까지 태워주는 모습. 이효웅(왼쪽)씨와 이재언씨 모습이 보인다
 김진모 전임이장이 운영하는 '웃꽃섬 펜션'에서 차담을 마친 후 일행을 하화도까지 태워주는 모습. 이효웅(왼쪽)씨와 이재언씨 모습이 보인다
ⓒ 오문수

 


"원래 상화도에 섬모초가 많이 피어 꽃섬이라 불렸는데 하화도가 더 유명해져 버렸어요. 상화도 주민들은 하화도에서 장구도, 장구도에서 상화도로 이어지는 출렁다리를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그러면 세 섬이 연결돼 멋들어진 섬들로 탄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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