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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외국인보호소, '4년째' 보호외국인 구금 '충격'

'보호'라는 미명 아래 무기한 구금... 외국인보호소 운영 근본적 개선해야

  • 입력 2017.02.11 16:16
  • 기자명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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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보호시설인 경기 화성 외국인보호소가 난민소송을 이유로 나이지리아인 A씨를 4년 넘게 구금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2007년 2월 11일)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와 이주 인권 단체들이 강력히 개선을 요구한 외국인보호소의 외국인 장기구금 관행이 이전보다 더욱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법무법인 에셀 소속 이정훈 변호사는 현재 나지리아인 A씨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난민소송을 4년째 진행 중이다. 그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여수 해양엑스포 때 관련 박람회 참여 관련 비자로 들어왔고 불과 몇 개월 만에 불심검문으로 체포돼 지금까지 4년 2개월 넘게 화성보호소에 갇혀 있다. 

그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심한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 출신으로 한국에 들어와 체류 기간 동안 난민신청을 하러 출입국사무소를 찾아간 적 있지만 끝내 신청을 못했다. 그때만 해도 영어를 습득하지 못해 출입국 직원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당시 부상자 지난 2007년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당시 부상당해 치료 중인 생존자를 위문하는 목회자들
▲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당시 부상자 지난 2007년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당시 부상당해 치료 중인 생존자를 위문하는 목회자들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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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체류 기간을 넘겼고 체포된 뒤 화성보호소에서 난민신청을 하였지만,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그 신청을 기각하였다. 이후 공익변호사인 이정훈 변호사의 도움으로 서울행정법원에 난민 인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패소하였다. 

이는 A씨의 난민 지위 인정 주장이 단지 전혀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 무슬림과 기독교인 간의 종교분쟁이 잦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신의 난민 신청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그들 중 단 한 명도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그 이유를 '법원이 만든 대안적 피난 이론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나이지리아 북부는 이슬람 세력이 강해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많고 종교 분쟁도 잦지만 남부는 기독교 세력이 크기에 북부의 기독교인의 경우 남부로 가서 살면 된다는 점을 들어 법원이 나이지리아인의 난민 인정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나이지리아인에 대해서만 난민 인정에 인색한 게 아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6년 2월까지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3.4%에 불과하다. 세계의 난민 인정률이 37%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얼마나 난민 인정을 극히 제한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전면 시행'(2013년 7월 1일)하였다며 인권 선진국임을 홍보한다.

A씨는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재심을 해도 99.9% 그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희박"하단다. 그래도 "A씨 본인이 간절히 원해 이 변호사가 신청했다"고 한다. 재심 사유는, "모든 증거 제출 시한이 항소심 변론 종결까지인데 항소심이 끝난 뒤에야 A씨가 (종교적 이유로) 협박을 받았다는 편지가 이 변호사에게 도착해 재판에서 그 편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2007년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당시 영정을 들고 여수보호소를 찾은 유족들
▲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2007년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당시 영정을 들고 여수보호소를 찾은 유족들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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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인 A씨처럼, 행정적 체류 기간을 넘겼다는 사유로 단속돼 화성, 청주, 여수 등지의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는 '보호 외국인'은 현재 수백 명에 달한다. 자진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보호소에서 1년 이상 구금생활을 이어가는 사람은 2017년 2월 현재 전국적으로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보호소만 해도 3년 이상 구금생활을 하는 외국인은 A씨를 포함해 세 명이다.

말이 좋아 '외국인보호소'이지 철창으로 된 비좁은 방에 국적도 다른 여럿이 갇혀 하루 종일 지내야 하기에 사실상 구금시설이다. 수감자는 직원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난동을 피우면 '독거실'이라는 징벌방에 갇히기도 한다. 교도소의 죄수는 '형기'가 만료하면 출소한다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외국인보호소에는 그런 게 없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보호 외국인의 구금 기간을 '10일 이내'로 한정하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10일을 초과 안 하는 범위 내에서 한 차례 연장'하도록 규정한다(법 제52조). 하지만 같은 법에서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법 제63조)함으로써 사실상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게 해 놓았다.

이 때문에 A씨와 같이 4년 넘는 장기구금자가 생겨난 것이다. 그럼에도 A씨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출소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한 상태이고 최종 판결이 나려면 하염없는 세월을 견뎌야 한다. A씨 사례와 같은 난민신청 소송자의 장기 구금을 막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이나 보증인이 청구할 수 있는 '보호의 일시해제'나 법무부 장관의 승인으로 가능한 '보호 해제' 제도를 현행보다 더욱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의 일시해제'의 경우, 2천만 원 이하의 보증금 예치를 요구하는 데다 그마저 인정하는 경우가 드물어 보호 외국인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또 법무부 장관이 3개월마다 보호 기간의 연장을 승인하는데 추가 연장을 불승인하여 '보호 해제'를 한 사례는 거의 찾기 힘들다.

한편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당시 우즈벡인 에르킨씨는 임금체불로 2년간 구금돼 있다가 참변을 당하였다. 2월 11일로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가 난지 꼭 10년째다. 당시 이 사건으로 전체 수감자 55명 중 무려 10명이 죽고 17명이 다쳤다. 직원들이 보호 외국인의 '도주를 우려해' 신속히 철창문을 열어주지 않아 그 피해 규모가 컸다. 이주 인권단체들은 '보호'라는 말이 무색한 '구금시설' 외국인보호소 운영에 대한 당국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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