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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미움 받을 용기가 있는 자

  • 입력 2017.02.23 11:58
  • 기자명 곽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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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년 동안 세계 평화를 위해 일했던 전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씨는 임기를 마치자마자 한국으로 들어와 이제는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한목숨 바쳐 열심히 일하겠으니 지지해 달라고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그러더니 여론조사에서 기대만큼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면서 기존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상황을 만나자, 한목숨 바쳐 조국을 위해 일하겠다던 각오는 허공으로 날려버리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교수직을 수락하며 조용히 한국을 떠났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알아줄 터인데, 일단 알아주고 자리를 주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부르댄 것입니다. 그러더니 급박한 상황에서는 백의종군이라도 하여 백성을 구한 이순신장군처럼 우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일하지는 않고, 자신을 알아주고 교수자리도 챙겨주는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과연 반기문씨는 누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한 것일까요? 반기문씨는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평하였습니다. 그럼 그는 진보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을까요? 아니면 보수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을까요? 혹은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폈을까요? 아니면 사용자를 위한 정책을 폈을까요? 우리는 흔히 모든 사람을 두루 포용하는 사람을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시류에 아부하여 인기를 얻는 협잡꾼에 불과합니다.

  지지율에 목매어 여기저기서 당신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에게 공자의 일갈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子貢問曰 “鄕人皆好之 何如?” 子曰 “未可也.” “鄕人皆惡之 何如?” 子曰 “未可也. 不如 鄕人之善者好之, 其不善者惡之.”「자로(子路)」

  (제자) 자공이 여쭈었다. “마을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사람을 선생은 어떻게 보십니까?” 선생님 가라사대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럼 마을사람들이 모두 미워하는 사람을 선생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만 못하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하는데 뭐가 부족하다는 것인지 공자의 말을 의아하게 여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가 이 장에 대하여 ‘마을 사람들 가운데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는데도 나쁜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는다면 그에게는 반드시 구차하게 나쁜 사람들에게 부합하는 행동이 있을 것이고, 나쁜 사람들이 미워하는데도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에게는 반드시 좋다고 할 만한 내실이 없을 것이다.’라고 아주 멋진 설명을 붙였습니다.

  정치는 한정된 재화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입니다. 한정된 것을 모두에게 줄 수는 없으니, 모두에게 주겠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물론 새로운 재화를 개발하면 된다고 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면 옛 것은 사라집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과 태극기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모두 얻을 수는 없습니다. 또 그런 다툼을 멈추고 서로 상생하는 정치를 만들겠다고 말하는데, 누구의 것을 덜어 누구에게 주겠다는 것입니까?

  선한 사람이 좋아하면 나쁜 사람은 반드시 미워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미움 받을 용기 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지를 받으려고만 하는 사람은 명예와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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