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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잘려 살았어요!

김발 설치하다 죽을 뻔한 최정복...장애등급 4급 판정 받아 월 4만원 지원 받아

  • 입력 2017.02.27 14:00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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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전 김양식장에 말목을 설치하다 로프에 발이감겨 바닷속으로 잠겼지만 다리가 절단돼 살아난 최정복(80세)씨가 의족을 한 채 전동휠체어에 앉아있다.  부인도 절단기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12년전 김양식장에 말목을 설치하다 로프에 발이감겨 바닷속으로 잠겼지만 다리가 절단돼 살아난 최정복(80세)씨가 의족을 한 채 전동휠체어에 앉아있다. 부인도 절단기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 오문수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인 이재언씨와 서넙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새벽 4시에 여수를 출발한 차가 연료계통에 문제를 일으키며 약속된 시간에 항구에 도착하지 못했다.

가까스로 해남 땅끝 선착장에 도착했지만 서넙도행 배는 10분전에 떠났다. 어쩔 수 없어 경로를 변경하기로 했다. 7시 30분에 출발하는 노화도행 배를 타기 위해 표를 끊고 기다리는 데 사진전문가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남 땅끝 선착장에서 우연히 일출장면을 촬영했다
 해남 땅끝 선착장에서 우연히 일출장면을 촬영했다
ⓒ 오문수

 


도대체 어떤 장소이길래 저렇게 많은 사진가들이 진치고 있나 싶어 다가가 현장을 바라보다 수긍이 갔다. 두 개의 바위사이에 오래된 소나무들이 자라고 서서히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에서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그들의 정성이 대단했다. 하지만 "내가 사진전문가가 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화도에 도착해 지인의 차를 타고 이목항에 도착하니 넙도행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태운 '섬사랑 8호'가 물살을 가르는 뱃전 옆에는 온통 전복과 김양식장이 널려 있었다.

섬과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를 휘휘 둘러보다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아! 바다는 섬주민들의 논이고 밭이구나!" 한참을 달려 도착한 서넙도항에는 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주민들은 전복과 김, 다시마양식을 위한 준비에 바빴다.   

게처럼 생겨 '게도'라고도 불렸던 서넙도
 

 드론으로 촬영한 서넙도 모습. 서넙도 주변해역은 노화권역에서는 최적의 양식조건을 갖춘 곳이다. 소득이 높아서인지 주민 170여명 중 50세 이하가 40여명에 달하는 젊은 섬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서넙도 모습. 서넙도 주변해역은 노화권역에서는 최적의 양식조건을 갖춘 곳이다. 소득이 높아서인지 주민 170여명 중 50세 이하가 40여명에 달하는 젊은 섬이다.
ⓒ 이재언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서넙도는 전라남도 완도군 노화읍 방서리에 있는 면적 0.29㎢, 해안선 길이 5.4㎞의 작은 섬이다. 동경 126°30′, 북위 34°09′에 위치한 섬은 보길도에서 북서쪽으로 3㎞, 넙도에서 서쪽으로 0.9㎞ 지점에 있다.

조선효종 때 인동장씨가 처음 입도하여 어업위주의 생활을 영위한 섬은 게처럼 생겨 '게도' 또는 '기도'(게의 사투리)라고 하였다. 이 후 넙도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서넙게라 부르다가 서넙도로 변경되었다.

자연환경지질은 주로 편마암류로 형성되어 있다. 섬의 북쪽과 남쪽에 봉우리(최고 높이 157m)가 있고, 그 사이에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구릉지가 형성되어 있다. 동쪽 사면은 완만하여 농경지가 분포하고, 나머지 해안의 사면은 급경사를 이룬다. 해안은 대부분 암석해안이고, 서쪽 해안일대에는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토지이용 현황을 보면 논은 없고 밭 0.06㎢, 임야 0.13㎢이다.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었다. 농산물로는 콩·고구마·마늘·배추·무·고추 등이 생산되나, 식량의 자급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근해에서 전복과 톳 등이 주로 어획되며, 김·전복 등의 양식업도 활발하다.

도시보다 소득이 높아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섬

선창가 주변 집들이 반듯한 현대식인 걸로 보아 부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56호에 170여명이 살고 50대이하가 40여명이나 되어 여타 섬에 비해서 살기 좋은 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촌계장 이오택씨의 이야기에 의하면 노화권내에서는 양식하기에 최적의 여건을 갖춘 섬이라고 한다. 불편한 점은 서넙도항까지 도착하려면 배를 두 번 갈아타야 한다는 것과 문화와 복지시설 및 가게가 없다는 점이다. 
 

 완도 노화도에서 서넙도로 향하는 바닷길에는 양식장이 널려 있었다.
 완도 노화도에서 서넙도로 향하는 바닷길에는 양식장이 널려 있었다.
ⓒ 오문수

 

 

 넙도초등학교 서리분교장 모습으로 5명의 재학생이 있다
 넙도초등학교 서리분교장 모습으로 5명의 재학생이 있다
ⓒ 오문수

 


아담하게 생긴 넙도초등학교 서리분교장에는 5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학교를 구경하다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는 노인을 만나 마을 이장 전화번호를 물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어르신, 동네 사람들이 통 안보입니다. 다들 어디 갔죠?"
"이렇게 날이 좋으면 집에 있는 사람이 없어요. 미역, 전복밭에 나가죠. 전복은 밥전쟁입니다. 미역을 먹이고 시기에 맞춰 다시마를 먹입니다. 전복도 옛날 같지 않아요. 부지런한 사람이 돈 벌지 게으른 사람은 돈 못 벌어요"


"멸치는 잡지 않아요?"라고 질문하자, "전에는 멸치를 많이 했는데 미역과 다시마를 많이 하면서부터 멸치가 못 들어와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은 전복양식을 하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나이도 들고 이렇게 다리를 다쳐 일할 수 없어요. 추운데 방에 들어가 커피나 한잔 합시다"라고 말해 방안으로 들어가 살아온 내력을 들었다.

김양식장 말목작업하다 로프에 감겼지만 다리가 절단돼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양식장에 말목을 박아 틀을 고정시킨다. 7남매를 키우며 노동일 하던 최정복(80세)씨는 12년전(2005.9.2.)에 김양식장 말목작업을 하고 있었다. 배위에서 작업 중 헝클어진 로프가 발을 감아 말목과 함께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배 위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최씨를 구하기 위해 서둘렀지만 로프가 발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최씨가 당시를 설명했다.
 

 12년전 김양식장에 말목을 설치하다 사고가 났던 배 앞에선 최정복씨.
 12년전 김양식장에 말목을 설치하다 사고가 났던 배 앞에선 최정복씨.
ⓒ 오문수

 


"말목과 함께 물속에 처박혀 숨을 쉴 수 없을 때 이제 죽었구나! 했어요. 그런데 로프에 감긴 다리가 완전히 절단되면서 물 위로 떠올랐어요. 잘린 다리를 찾으려 애썼지만 뻘속에 박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왼쪽 무릎관절 아래가 잘린 최씨는 의족을 하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심각한 사고를 당한 최씨의 골반에는 현재 쇠 2개가 박혀 있고 장애등급 4급 판정을 받아 월 4만원을 지급받고 있다.

"아침은 먹었습니까? 반찬은 없지만 아침 못 드셨으면 아침상 차리겠습니다. 저 어른과 함께 드시지요"라고 남편에 대해 깍듯하게 대하는 부인 박정자(74세)씨의 손가락 한 마디도 없었다. 최씨에게 사연을 묻자 눈시울을 적시며 대답했다.
 

 노화도 이목항에서 서넙도로 향하는 섬사랑 8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화도 이목항에서 서넙도로 향하는 섬사랑 8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오문수

 


"집사람도 일하다 절단기에 손가락이 잘렸고 두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어서 장애등급 4급 판정을 받았어요. 60년을 나 따라 살면서 고상만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사고 이후 먹고 살 길이 없어 조그맣게 전복을 시작한 부부는 나이가 들고 힘들어 가업을 아들에게 넘겼다. 부인이 당시를 회상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 어른이 다리 잘리고 학교 다니는 자식들과 살아갈 일이 막막했죠. 고생이란 이루다  말할 수 없었습니다"

섬을 떠나기 전에 최정복씨 부부에게 "소원이 무엇인가?"를 묻자 "장애등급 4급 판정을 받아 월 4만원을 받고 살고 있으니 등급판정을 상향해주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최정복씨 부부가 건강하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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