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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베일 벗은 '여수 평화의 소녀상'

98주년 3.1절....72년만에 태어난 여수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행사

  • 입력 2017.03.02 00:52
  • 수정 2017.03.02 11:08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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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주년 3.1절을 맞아 전남 여수 이순신 광장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한 어린이가 앉아있다.

"일제 강점기에 이 땅의 어린 소녀와 여성들이 일본군 성노예로 유린당한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아직도 역사의 진실 앞에 사죄와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의 반인도적 태도를 규탄한다."

여수 평화의 소녀상에 새겨진 평화비의 한 글귀다.

98주년 3.1절을 맞은 오후 전남 여수 이순신 광장 앞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여수시민이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그것.

98주년 3.1절을 맞아 전남 여수 이순신 광장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의 공연모습
여수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모인 내빈들의 모습
98주년 3.1절을 맞아 전남 여수 이순신 광장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모인 인파.

이날 일제에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 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축하공연이 열렸다. 여수 문인협회와 여수민족작가회의는 임호상 시인의 추모시 '누이야'와 '소녀 곁에 앉다'라는 추모시를 낭독했다. 또 소리꾼 제정화의 판소리와 김영 우도풍물굿의 흥겨운 가락은 공연마당을 들썩이게 했다. 이 자리에 주철현 여수시장을 비롯 이용주 국회의원 등 약 2천여 명의 인파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72년만에 태어난 여수 평화의 소녀상

여수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앞두고 사회를 맡은 문갑태 집행위원장이 카운트 다운을 외치고 있다.

사회를 맡은 문갑태 집행위원장의 자유여, 평화여! 가자! 라는 호령에 따라 흰 천으로 가려진 '여수평화의 소녀상'이 마침내 세상에 공개됐다. 시민들은 환호와 함께 감격해 했다. 소녀상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는 행렬이 이어졌다. 굴욕협상을 보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과 함께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일본 정부에 대한 반일 감정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기념사에 나선 이영일 공동대표는 "오늘 소녀상 제막식은 여수시민 3.5%인 단체와 개인 1만여 명이 참석한 범시민운동으로 이일을 추진한 6개월 동안의 과정은 그 의미가 컸다"면서 "72년 만에 이분들을 모신건데 너무 송구스럽고 죄송하고 미안하다"면서 "이 계기를 통해 앞으로 위안부 협정, 한일 군사정보협정은 다시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제막식을 앞두고 여수 평화의 소녀상이 천에 가려진 모습
여수 평화의 소녀상 주변 누이야 비석앞에 선 임호상 시인
여수 평화의 소녀상 뒷면에는 성금 모금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화합과 참여, 평화 정신을 상징하는 소녀상 제막을 계기로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미래의 희망을 찾아가는 지혜를 발휘하자"라고 강조했다.  

여수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주종섭 공동대표는 "2015년 한일 굴욕협상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불가역적'이란 표현은 바꿀 수가 없다는 의미인데 일본의 성노예 범죄행위에 대한 것이야 말로 바꿀 수 없는 범죄다, 즉각 사죄하라"라며 일본의 성의 있는 사죄를 촉구했다. 

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한 신성남 공동대표는 "앞으로 미래의 청소년들에게 아픈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평화의 소녀상을 계속 유지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자"면서 "오는 8월 14일 조형물 설치과정을 담은 백서를 준비 중인데 남은 모금액은 전대협과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청년들에게 전달해 활동하는데 보탬을 줄 예정이다"고 발표했다. 

돌산지역아동센타 아동 청소년들이 모금한 기금과 태극기, 소녀상 조형물을 박성미 시의원이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돌산지역아동센타 아동청소년들은 그동안 모금한 기금을 주최 측에 전달했다. 이곳 출신 박성미 시의원은 "오늘 제막식은 역사의 아픔이 아직 진행형인데 제대로 사과를 받지 않는 것에 대한 상징적인 행사였다"면서 "우리가 그동안 역사에 무관심 했던 것이 아닌 제대로 사과를 받자는 마음이었다. 소녀상이 그 마음을 위로해 준 것처럼 느껴진다"라고 가슴 아파했다.

할머니들 한 푸는길...굴욕협상 무효돼야

베일 벗은 여수 평화의 소녀상에 주철현 시장과 신성남 공동대표를 비롯한 내빈들이 소녀상을 보듬고 있다.

향후 한일관계를 묻는 질문에 김유화 시의원은 "소녀상 설치가 너무 늦었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꽃다운 청춘들이 일본군들에게 수모를 당했는데 너무 우리들 안위만 생각하고 무관심했던 건 아닌지 묻고 싶다"라면서 "일본이 사죄를 해야지 그들을 용서할 수 있고 그들이 사죄한다면 우리도 용서해야 한다"라며 선 사죄 후 용서로 한일간 화합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소녀상 제막식을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여수시민 A씨(80세)는 "할머니들은 다 돌아가시는데 지금까지도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고 아직도 다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울 따름이다"면서 "지금 일본에게 끌려 다니는 것이 뭐냐? 할머니들의 원을 풀어주는 길은 12월 28일 굴욕협상이 무효가 되어야 한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굴욕적인 위안부 협상과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여수시민들이 피켓시위로 협상 무효를 외치고 있다.

또 다른 여수시민 주영자(60세)씨는 "오늘 세워진 소녀상을 보고 옛날에 이분들이 당했을 치욕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소녀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된다"면서 "한일간 합의가 원만히 해결되어도 소녀상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수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2016년 5월 18일부터 2017년 3월 1일까지 여수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단체와 시민들이 참여한 범시민운동이다. 고사리 손 모금과 시민과 단체들의 성금이 모여 9700만 원 이상이 모금된 희망의 모금운동이다. 여수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여수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함께 마음을 모아주신 여수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우리 아이들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여러분이 평화의 나비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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