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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두 분만 남은 섬, "혼자 사는 게 편헌디"

평생고생만 했던 장사도 할머니들의 푸념

  • 입력 2017.03.07 15:47
  • 수정 2017.03.07 17:37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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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 노화도(맨 위쪽)와 보길도(맨 아래쪽)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섬이 장사도(중앙)다. 세섬이 대교로 연결돼 살기가 훨씬 편해졌다.
▲  완도 노화도(맨 위쪽)와 보길도(맨 아래쪽)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섬이 장사도(중앙)다. 세섬이 대교로 연결돼 살기가 훨씬 편해졌다.
ⓒ 이재언

 


"동무들도 다 갔는디 못 가고 살아있응깨 애터지요. 얼릉 가야헐 것인디 가지도 못해 큰일이요. 어째야 쓰까! 자식들이 올 때 커피도 사온디. 즈그 살기도 힘든지 설에도 안와서 커피도 떨어졌네요"

장사도에 사는 할머니(89세) 한 분이 한 얘기다. 장사도에 들러 인기척이 나는 집을 방문했을 때 집주인 할머니와 이웃집 할머니는 따뜻한 태양이 비치는 양지쪽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손님이 왔는데 대접할 커피가 떨어졌다며 미안해 하는 할머니 인심에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뱀처럼 생겼다 하여 불려진 이름 장사도
 

 장사도 전복양식장 모습
▲  장사도 전복양식장 모습
ⓒ 오문수

 


<두산백과>사전에 의하면 장사도는 지형이 뱀과 같이 생겨 '장사도(長蛇島)'라 불렸다. 북위 34°10', 동경 126°42'에 위치하고 해안선 길이 1.7㎞, 최고점 65m, 면적 0.099㎢인 조그만 섬이다.

 북쪽 노화도와는 400m, 남쪽 보길도와는 200m 떨어져 있고 한때 7가구까지 살았으나 지금은 2가구에 할머니들만 살고 있다. 보길도가 더 가깝지만 노화도가 생활권이었던 섬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두 섬을 잇는 대교가 생긴 것. 두 섬의 중앙에 위치해 징검다리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세 섬이 하나가 되어 편리해졌다.

약 80년전 원주 이씨가 들어와 이씨 형제들만 산 섬에는 이제 할머니 두 분만 남았다. 도다리, 도미, 장어 등이 많이 잡히고, 예전에는 김 양식업이 활발하여 연간 11톤의 김을 생산했었으나 지금은 거의 전복 양식으로 바뀌었다.

양식을 시작하기 전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제주도까지 가서 밀감 따며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넘어질까 무서워 바다에 나가지도 못한다는 할머니들. 나이 들어 넘어지면 치료도 안 되고 치료비를 낼 돈이 없기 때문이다.
 

 장사도에 사는  할머니들과 대화하는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오른쪽)씨 모습
▲  장사도에 사는 할머니들과 대화하는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오른쪽)씨 모습
ⓒ 오문수

 


"옛날에는 먹을 것도 없었고 살기도 힘들어 일만 했제라. 김양식을 하면서 먹고 살만했는디 전복양식을 시작하면서부터 고동과 굴도 없어졌어요. 인자 일도 안하고 다리가 연결돼 편해졌는디 사방이 아파서 못살것어라"

없는 형편에 4남4녀를 키우느라 고생만 했다는 할머니는 국가에서 주는 연금 20만원으로 살고 있었다. 20만원으로 전기세, 전화세, 쌀값, 약값을 제하고 나면 돈이 없어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에도 안 간다.

그래도 며느리가 찾아올 때마다 반찬을 해오고 딸이 한 번씩 찾아올 때마다 용돈을 줘 버틴다. "자식들하고 전화는 하세요"라고 묻자 "옛날에는 딸들은 공부를 안 시켜 글자도 몰라 이름 쓸 줄도 모르고 오는 전화만 받아요"라고 하며"1, 2, 3, 4는 알아요"라고 답했다.

기름값이 무서워 전기장판을 깔고 잔다는 할머니는 가까운 밭에 푸성귀를 심어 기본반찬은 해결하며 산다. 할머니한테 "아들 집에 가서 살지 왜 이렇게 살아요?"라고 묻자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친다.

"지금 늙은이들이 누가 며느리하고 같이 살라고 헌다요. 혼자 사는 게 세상 신간 편허고 좋은디"

"혼자 사는 게 편하다"는 할머니들 얘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아프지 않고 먹고 생활할 수 있는 여유자금만 있어도 자식들한테 신세를 지지 않으려하는 게 요즘 노인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하던 중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밝힌(6일)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있었던 총면접상담 2만 2067건을 분석한 결과 부모부양관련 상담이 2006년 49건에서 지난해 183건으로 10년 사이에 3.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절대 자식들 신세 안지겠다고 다짐하며 노후준비도 마쳤지만 어찌 씁쓸하다.

평생 고생만 하다 죽음을 앞둔 이분들에 대한 대책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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