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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나는 것 같아 불려진 이름 비견도

행정구역은 완도, 생활권은 고흥인 비견도

  • 입력 2017.03.09 12:55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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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가 나는 모습이라 비경도라고 불렸지만 섬인구가 증가하고 번창하자 섬이 나는 것을 보고싶어 비견도라고 불린 섬
▲  고래가 나는 모습이라 비경도라고 불렸지만 섬인구가 증가하고 번창하자 섬이 나는 것을 보고싶어 비견도라고 불린 섬
ⓒ 오문수

 


지난 주말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와 비견도를 방문했다. 완도에서 동북쪽으로 34.1㎞, 금당도에서 400m 떨어진 비견도는 면적 1.32㎢, 해안선 길이는 6.4㎞의 조그만 섬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섬에 대한 유래가 잘 나와 있다. 원래 섬 모양이 고래가 나는 것처럼 생겨 비경도(飛鯨島)라 하였다가 이후 비견도로 바뀌었다. 비견도는 섬의 인구가 증가하고 번창하여 섬이 나는 것을 보고자 하여 생겨난 이름이라고 전한다.

 한 때 학생수가 100여명까지 됐다는 폐교에 매둔 진도개들이 심하게 짖어댔다
▲  한 때 학생수가 100여명까지 됐다는 폐교에 매둔 진도개들이 심하게 짖어댔다
ⓒ 오문수

 


지질은 대부분 산성화산암류로 이루어져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의 동서 양안에 돌출한 곶과 깊숙한 만이 형성되어 있어 해안선의 드나듦이 복잡하다.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구릉성 산지(최고 높이 49m)를 이루며, 해안은 대체로 암석해안으로 되어 있다.

서쪽 해안 일대에는 간석지가 넓게 발달하여 방조제를 쌓아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 연평균기온은 14.3℃, 1월 평균기온은 1.9℃, 8월 평균기온은 25.1℃, 연강수량은 1282㎜이다.

현재 24호 5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취락은 선착장이 있는 동쪽 해안 중앙부에 주로 분포한다. 토지이용 현황은 논은 없고 밭 1.17㎢, 임야 0.13㎢이다. 경로당에서 만난 할머니 한 분이 농사일에 대해 설명해줬다.
 

 우리를 비견도에 내려준 여객선 모습. 고마운 선장님이었다.
▲  우리를 비견도에 내려준 여객선 모습. 고마운 선장님이었다.
ⓒ 오문수

 


"주민의 대부분이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지만 소가 없어 쟁기질을 못해 농사를 많이 짓지 못해요. 주로 감자, 보리, 참깨 등을 심어요."

인근 해역에서는 문어, 도미, 민어, 장어 등이 어획되며, 김·미역·톳·다시마 등의 양식업도 성하다. 한 때 67호에 학생수가 100여명에 달했다는 금당초등학교 비견분교장은 2009년 3월에 폐교되었다.

고흥 녹동을 떠난 배가 인근 금당도에 들렀다가 다음 목적지로 떠난다고 해서 선장한테 특별히 부탁하니 비견도에 내려줬다. 선창가 집들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조그만 고개를 넘어가니 폐교가 된 분교에 매어진 진돗개들이 심하게 짖는다. 오른쪽에는 거대한 새우양식장이 보인다.

새우양식장이 있는 고갯마루에 경로당이 보이고 동네도 보였지만 도통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노인들만 남은 섬. 이대로 가면 30년 후엔 무인도가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항구에서 배 한 척이 떠나고 선착장 인근에서 권석동 할아버지가 팔짱을 낀 채 산책하고 있었다. 수인사를 하며 나이를 물으니 호적상으로는 80대 후반이지만 실제로는 90이 넘었단다.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주름진 얼굴에 이빨이 거의 없다. 권씨가 미소를 지으며 살아온 이야기를 시작했다. 
 

 비견도가 고향인 권석동 할아버지가 아침 일찍 선창가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호적나이는 80대 말이지만 실제로는 90이 넘었다고 한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모습이었다
▲  비견도가 고향인 권석동 할아버지가 아침 일찍 선창가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호적나이는 80대 말이지만 실제로는 90이 넘었다고 한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모습이었다
ⓒ 오문수

 


"6남 7녀를 키워내 다 도시에서 살아요. 내 밑에 딸린 손자까지 다 헤아려보니 40명 정도 되더라고요. 미역, 통발, 문어, 김, 톳, 다시마도 했는데 다 망했어. 바람이 불었다 하면 태풍이 와서 다 망했어. 요즘 고기도 안 잡혀. 낚시꾼들이 낚시밥을 바다에 던져 해초가 다 죽고 갱본(해변)에 있는 석화도 다 죽어버려."    

행정구역은 완도지만 생활권은 고흥인 비견도라 관공서 가려면 불편해

불편한 점이 무엇인가를 묻자, "행정구역은 완도지만 생활권은 고흥"이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비견도 사람들이 행정절차를 밟기 위해 완도까지 가려면 대중교통을 몇 번 갈아타야 하지만 고흥 녹동항까지의 직선거리를 재보니 12㎞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공감이 갔다.
 

 경로당 인근에는 더운 여름날 쉴 정자가 있었다
▲  경로당 인근에는 더운 여름날 쉴 정자가 있었다
ⓒ 오문수

 

할아버지는 "선창가에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여객선이 그냥 지나쳐버린다"며 "배 시간에 맞춰 미리 나가야 한다"고 일러줬다. "교통 불편을 해결할 방법은 뭐냐?"고 묻자, "금당도에서 비견도까지 구름다리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시간이 여유가 있어 경로당에 들어가니 할머니 한 분이 "밥은 먹었습니까?"라며 묻는다.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물 한 잔만 달라고 하자 커피포트에 물을 끓인 할머니가 컵에 물을 따른 다음 후후 불며 식힌 후 "뜨거워요. 입 데니 조심해요"라며 잔을 건넨다. 가족이 아닌데도 손님이 행여 뜨거운 물에 델까 걱정해 주는 섬 인심을 생각하며 가슴속에서 따뜻한 뭔가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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